새벽 이야기 / 김선호
시간이 지어준 짐을 지고
밤새워 하얗게 길을 가도
길은 끝나지 않을 때
계절은 헐겁게 지나가고
어슴푸레 엷어져가는 등불 사이
금강 위를 나는 새 가슴이 시리다
채운산 너머 마른 나무가지에
헌신짝처럼 덩그마니 걸린 까치만
깩깩 거리며 새벽 울음 울 때
말라버린 억새 흔들며
달려나온 찬바람
흐트러진 머리카락 다시 흩는다
차갑게 식은 미내다리 지나
손 없고 눈 없는 길따라
기억 잃은 겨울 먼지 풀썩일 때
새벽 기차 소리 제 갈 길 가고
하얗게 서리 내린 마른 풀 위로
해는 뜰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