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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22. 2018

티벳으로 가자


티벳으로 가자 / 김선호


개미는 똥을 쌀까 안 쌀까 이것을 궁금해 하면 제 정신이 아니다 까치밥은 참새가 먹을까 까치가 먹을까 이것을 궁금해 하면 겨울비가 내린다 눈 오는 날 거지가 빨래를 해입어야 하는데 겨울비가 오면 거지는 검정 스타킹을 말리지 못 한다 거지가 검정 스타킹을  말려서 어디다 쓸까 그것은 알아서 뭐하게?

레볼루션을 다운 받아 놀면 바보가 뒷집에서 놀러온다 신발 뒤꿈치가 닳아서 구멍이 나면 뜰까 말까 게으름 피우던 해가 대가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해는 발뒤꿈치에 달렸거든 그러면 우리는 티벳으로 가자 그때 숨죽인 하늘에 타인의 시선들이 쌓일지도 모르잖아


혼밥과 혼술을 마주하고 살면 애석하게도 아름다운 혼들이 빠져 나간다 그리고 얼마인지 모르는 최저임금과 시급을 받고 꿈에 기생하던 철 지난 후회들은 길바닥에 쓰러져 널부러지고 말거야

그 거리에는 암호 같은 이야기들이 광고판을 희롱하고 있어 벽에는 온통 네온의 암호가 쓰여 있지 그것은 마천루의 암각화라고나 할까 그것을 해독하지 못하면 직업은 무직이야 이런 이상한 소리를 해대면 코가 계속 길어져서 선택적으로 기억상실에 걸린다고 한다 생각은 집을 나와서 혼자 돌아다니며 속을 썩이고 있고 마지막 버스는 끊어지고 말았다 그럼 전철은 있나 꿈이나 깨시지 거기는 전철이 닿지 않는 곳이야 그러면 우리는 티벳으로 가자


술이 술술 넘어 간다 고단한 어제가 문 닫고 들어 앉아 안주를 달라고 지랄 발광을 한다 자기가 언제 맡겨놨나 내일의 숙취는 오선지에 콩나물 대가리를 그리고 노래방 기계의 번호들은 춤을 춘다

다시 문을 열면 시베리아에서 놀러온 바람이 거지를 얼려 죽이고 사기 당한 계절은 철 이르게 핀 꽃을 엉덩이가 헤진 바지처럼 뒤도 안돌아 보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술은 왜 마시냐고? 이 별에 살면 술 마시는 게 창피해서 또 술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을 안 마시는 게 창피해서 마시는 거라구 그래? 그러면 이제 우리 티벳으로 가자 서로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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