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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21. 2018

불쌍한 도시의 자전거


뚝방 소식


소란스러운 편의점 불빛이 강허리에 붙어있을 때 포옹이 쑥스러운 연인은 바나나우유와 쵸코우유를 쪽쪽 빨아 마시며 눈속에 서로의 이야기를 담고 빈치라는 이름의 과자 만큼이나 동그란 마음을 대보고 있다. 그런데 그걸 대 본들 길이가 다를까 크기가 다를까?


계단마다 돋은 풀이 보름달을 다 못 채운 달빛과 농을 주고받는 동안 구름은 멋적은 표정으로 달을 담았다 놓아다 하고, 목소리가 큰 총각은 여자친구 앞에서 톤 높은 허세를 부리고 있다.


 불쌍한 도시의 자전거는 낮밤을 가리지 않으며 달리고, 더운 물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는 컵라면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어깨를 기댄 긴 머리카락은 강의 그림자를 사랑하고, 어깨를 빌려준 초여름은 강물 위에 별을 데칼코마니하고 있다. 그게 어쩌면 아름다운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연인들은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반짝이다 지친 아파트 불빛이 하나 둘 씩 꺼질 때 언듯언듯 부는 바람은 어제 불어온 것이거나 새로운 날 불어온 것이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뭐 그 중간쯤 타협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날짜의 자오선이 바뀌고 하루는 강의 호흡 속에서 날개를 접고 돌아가는 발걸음을 따라간다. 그리고 남겨지는 아쉬움은 늘 되돌아선 등과 허리의 재봉선에 눈망울 처럼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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