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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Jan 03. 2019

현대미술과 이야기하다


전시장의 오후 / 김선호


움직이는 것들의 움직이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움직이는 것이 될까

비디오가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

그것은 왜 느껴야 하는 것일까

벽돌을 계속 찍어내는 이유


형태의 해체 속도는 빛의 속도를 따라가고

회전하는 반구보다

회오리 수류 속의 금붕어보다

졸다가 깬 어둠침침한 해설들은

눈을 훨씬 더 어른거리게 한다


그림자보다 더 컴컴한 곳에서

꿈틀거리는 글자들은 살아있는 것일까

지렁이를 말려서 늘어놓은 것일까

어쩌면 짝퉁을 보장한다고 수다를 늘어놓는

아주 조악한 서명일 수도 있다


전시가 끝났다고 철거해가라고 하면

그자는 어쩌면 다시 죽을지도 모르는데

전시실 전체를 휘젖고 다니는

된장녀의 싸구려 향수 냄새는

민폐를 넘어서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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