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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08. 2017

휴대폰에 귀신이 산다

휴대폰

호모셀룰라폰스 / 김선호


뒷주머니에는 까르마가 산다 그것은 진동으로 존재하고 또 호모셀룰라폰스는 그 진동 속으로 들어간다 다단계 장사꾼이 열어놓은 수많은 창과  많은 이들과 늘어 놓은 수많은 언어의 분모 속에서 자신이 필요한 분자를 구한다 그 함수의 식은 각자의 몫이다


가끔은 앞 주머니에 넣어 놓았을 때 그 까르마는 잠자고 있지만 허벅지 근육은 저혼자 진동한다 그것은 어쩌면 계속 분자의 값을 구하고 싶은 것이 습관화되어 모체도 없는 허구적 자기 증식을 일삼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모셀룰라폰스는 까르마가 없을 때 초조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낀다 까르마를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손에서 떨어진 상태로 5분도 견디지 못한다면 그것을 노모포비아 증후군이라는 것이다 또 까르마를 강제로 빼앗으면 폭력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지랄을 하기도 한다 또 새끼를 태운 유모차는 쓰러져도 까르마는 놓지 않고 초가삼간 다 태워도 까르마는 가장 먼저 구한다


호모셀룰라폰스가 눈 뜨면 그 까르마도 눈을 뜨고 경우에 따라 까르마는 다른 이들과 혼자 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무선으로 성장 호르몬을 공급 받고 업그레이드를 실시하고 또 자가 증식을 하고 세포 분열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분열의 양이 많아지면 기절을 해서 꼼짝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까르마의 몸에는 이동식 사진관과 사진을 모으는 가게가 있고 각종의 은행을 심어놨고 매일 같이 편지가 수없이 배달된다 어떤 익명의 편지에는 감염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숨겨져 있기도 하고 돈을 요구하는 묘한 박테리아가 숨겨져 있기도 하다


또한 까르마의 몸에서는 음악과 동영상이 구동되며 지도를 비롯해서 지하철 노선도와 교통상황을 알 수있는 것들이 나란히 누워 있다 이외에도 달력과 친구들과의 놀이터인 카페와 밴드 그리고 서치엔진 뉴스 사전 전화 연락처 등을 비롯해서 수많은 놀이감이 살고 있다


이 까르마는 인간상실의 시대에 절망한 호모셀룰라폰스들이 욕망과 탐욕의 시대를 벗어나 각각의 개별적 인간이 이루어 가는 해방구인지도 모른다 착한 호모셀룰라폰스는 까르마의 눈 속에서 살다 죽어서 까르마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또 까르마가 구현해주는 페르조나의  허구적 인생 속으로 떠났고 일부는 그곳에서 살고 뼈를 묻는다


 심한 경우 횡단보도에서 까르마와 이야기하다가 차에 치어 죽기도 한다 그것은 까르마가 열어놓은 창이 동경의 땅이자 예술적 열정으로 가득찬 땅이며 사랑의 묘약이 있는 곳이기에 헤어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까르마는 칼막스가 예견한 사회로부터의 소외에서 개인적이면서도 시대적인 아픔을 치유, 아니 잊을 수 있는 낭만적 도피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게 그거다 한편으로 수많은 카페와 밴드 그리고 스토리의 조촐한 파티를 즐기고 또 매일매일 토론과 열정으로 까르마를  모시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소외의 또다른 르네상스이며 역설적으로는 진정한 소외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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