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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10. 2017

해는 뜰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

금강

새벽 이야기 / 김선호


시간이 지어준 짐을 지고

밤새워 하얗게 길을 가도

길은 끝나지 않을 때

계절은 헐겁게 지나가고

어슴푸레 엷어져가는 등불 사이

금강 위를 나는 새 가슴이 시리다


채운산 너머 마른 나무가지에

헌신짝처럼 덩그마니 걸린 까치만

깩깩 거리며 새벽 울음 울 때

말라버린 억새 흔들며

달려나온 찬바람

흐트러진 머리카락 다시 흩는다


차갑게 식은 미내다리 지나

손 없고 눈 없는 길따라

기억 잃은 겨울 먼지 풀썩일 때

새벽 기차 소리 제 갈 길 가고

하얗게 서리 내린 마른 풀 위로

해는 뜰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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