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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07. 2017

음정틀린 소리를 내는 키스의 기억

아프리카의 꿈


밤에 여행하는 하등동물 / 김선호


남쪽에서 다가오는 바람 소리는 늘 음정이 틀린 소리를 내고 달콤하게 키스했던 기억은 장롱 선반에 쳐박힌 여행가방 모서리에 손 때처럼 남아있다 지금 겨울은 밤 하늘에 어떤 목소리를 던지고 있는지 또 밤공기는 또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지

아프리카에서 내민 빨간 메니큐어 바른 손톱 위 반짝이는 유리 조각마저 입을 다물고 있다


사실 어깨에 그림자 하나 붙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벌레들이 꿈에서  영혼을 떼어가려고 하고 가끔씩 열병처럼 몰아치는 히스테리는 사상을 미쳐 날뛰게 한다 광란이 끝나면 머리에서는 폭죽이 밤하늘에 터지고 오른 열을 식히려 눈 쌓인 산자락이나 뒤질 수밖에 없는 나약함이 주머니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밤에 여행하는 하등동물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여행가방이 여전히 말을 잊고 있을때 소줏병이 방바닥에 나뒹굴고 AM에 맞춰진 라디오 역시 말이 없다 말 못하는 라디오는 입을 주 잡아째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언어의 말로이고 운명이다

밤에는 굶주림을 가져오는 바람에 정신 빠진 영혼이 저홀로 나부끼고 카파도키아 열기구의 불은 어쩌면 점점 꺼질 수도 있다 그러면 끔찍한 밤의 여행은 모래 태풍이 분 텅 빈 사막으로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 그런데 랜딩이 잘 될까 그걸 어떻게 알아?


엉금엉금 기어서 다가왔던 하루는 또 생각이라는 벽에 자잘한 시간의 실금을 남기고 되돌아 간다 실금이 간 벽 속에 내일에서 날아온 민들레 홀씨가 하나 숨어 있다 그걸 싹 틔워 놓으면 남쪽에서는 음정 틀린 바람이 또 불어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 여행을 따라다니는  밤의 유희이고 하등동물이 사는 원초적 안식의 동굴이고 또 잠 재우는 자장가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밤을 여행하는 하등동물은 지금 거기 있을까 아니면 아무데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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