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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이딩 스타
15화
아들이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by
강소록
Jun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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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아들이 얼굴부터 목까지 벌게져서는 나에게 말했다.
" 엄마, 나 감기 걸린 거 같아. 머리도 아프고. 목도 아파."
아들의 안색이나 표정을 보아하니 어젯밤도 잠을 설친 것 같아 보였다.
밤새도록 비는 장마를 알리며 득달같이 퍼붓고 있었고, 한밤중에 후드득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깬 나는 부랴부랴 창문들을 단속시켰다.
아드님이 강아지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리셨군.
하필 코감기, 기침감기약은 있는데 인후통약만 없는 거야.
급한 대로 타이레놀로 해열, 진통을 기원하며 아들에게 식후에 먹으라고 고이 전해 주었다.
그랬더니 어제저녁 땀 삐질 삐질 흘리며 끓여놓은 스팸김치찌개와 밥은 헤비 하다며, 입맛 없으니 시리얼을 먹겠다고
했다.
우유도 없는데 하필 시리얼을 달라는
거다.
그래서 다행히 조금 남은 베지밀에 시리얼을 말아 개밥처럼 줬더니 반정도 먹고 남겼다.
그런데 내가 또 대한의 엄마 잔반처리반 아니겠는가. 그 애물단지 아들이 남긴걸 또 먹고 있었다.
아마 우리 집 애들이 남긴 잔반처리로 찌운 살만도 5킬로는 넘을 것이다.
아들이 겨우 고 따위 것을 먹고 위장을 채웠다고 생색을 내며 약을 물과 함께 삼켰다.
나는 영 마음이 짠하면서, 아들이 요즘 들어 이직을 준비하느라 고민이 많아 잠까지 설치는 걸 알았다.
게다가 자기의 팍팍한 삶이 버겁게 느껴지고, 꽉 찬 나이에 부모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준비하려니 더욱 고민과 부담을 느낀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그 나이 때는 지금의 청년들처럼 실업문제로 고민하고 힘들지는 않았다.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과 인내로 꾸준히 발전해 나가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일이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양극화 현상도 심하고 IMF때보다 심한 청년실업률 지표가 증명하듯이 지금의 사회는 여러 면에서 포기를 양산하고 있는 세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요즘 청년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마치 우리 기성세대들이 잘못해서 청년 세대들에게 고스란히 그 어려운 과제들을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들아.
세상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지라도, 너의 노력이 언젠가는 세상에 빛을 발할 때가 반드시 올 거란다.
용기를 잃지 말아라.
우리 아들 나이 삼심세.
'나이 서른에
우린'
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내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지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 엔 어떤 뜻을 지닐까
거친 들녘에 피어난 고운 나리꽃의 향기를
나이 서른 엔 우리 기억할 수 있을까
< 나이 서른에 우린>- 노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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