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날들이여 이제는 안녕

by 강소록

올해로 결혼 30년 차.


라둥이가 남편 둥망이와 함께 산 날이 낳아주신 부모와 산 날보다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둥망월드에서 먹고 놀고, 그 세계의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라둥이와 둥망이도 남편이 지어낸 나름 귀여운 애칭이었다.

라둥이는 둥망이의 소위 부분집합이라고 이해하면 되려나.


남편 둥망이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밥 차려주면 후딱 먹고 출근해 밤늦은 시간 위풍당당하게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퇴직하고 늘 집에서 자격증 공부를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면서 조금씩 야위어 가는 것 같다.


남편의 짓궂은 말에 내가 장난으로 등짝이나 엉덩이를 팡팡 때리는 것으로 반격해도 화 한 번 내지 않는다.


퇴직 후 초반에는 가사분담 문제로 좀 다투었으나,

지금은 남편이 알아서 척척 해 주면서,

"이렇게 착한 남편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라는 말을 꼭 빼먹지 않는다.


그럼 나는,

"어디 있긴. 여기 있지."라고 대답한다.


마치 둘이 '영감, 왜 불러' 노래를 하는 영감과 할망구 같다.


둥망남편이 회사 다닐 땐 오히려 살도 찌고 잦은 회식으로 배도 더 불룩했으며, 성질도 더 더러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겠거니 하면서도, 남편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부재로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퇴직하니 시간이 많아지고 남편의 고개가 숙여지더라.

그리고, 절대 안 될 것 같던 일들도 이루어졌다.


바로 남편을 떠나 내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었다.


네 명이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여행이었는데, 어느 날 회식을 하던 중, 갑자기 온천얘기가 나와 이왕이면 2박 3일 정도 일본으로 가자고 결정한 것이다.


이번 여행을 스타트로 둥망월드에서만 놀지 말고, 세계 곳곳 랜드마크를 누비며 소중한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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