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동화

후쿠오카여행 간단 기록

by 강소록

창문을 열어젖혀보니, 아침부터 어제 열대의 밤기운으로, 아직 뜨끈하고 눅눅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오늘도 비가 오려나. 7월이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찜통더위가 시작되겠군.

나는 유난히 더위를 타는 탓에 눈살을 찌푸리며 발로 거실의 선풍기를 탁 틀었다.


이틀 전 친구들과 일본여행을 갔다가 도착한 날이었기 때문에, 아직 피곤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가족들과 여행을 갈 때는 대부분 자유여행이었지만, 오히려 내겐 패키지여행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이유는 잔소리와 책임의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여행은 패키지여행이었지만,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누구 하나 잔소리 안 하니 너무 좋아서 자유여행 같았다.

이번 2박 3일 일본 여행 기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그런데 바로 우리가 일본에 가기 하루 전까지 장마로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예년보다 3주 일찍 장마가 일찍 끝났다고 한다. 정말 여행 날짜 한 번 기막히게 잘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가서 제일 기억이 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나, 맛있는 식당 같은 곳이 아닌, 가장 고생한 기억이다.

첫째 날, 자유식사시간에 우리끼리 스시를 먹겠다고 벼르고 별러서, 가이드한테 진짜 대강 가이드만 받고, 한 시간 가까이 호텔 근처를 뱅뱅 돌았다.

결국, 일본어를 몰라서 간판을 못 읽어 그 앞에 갔다가 도로 왔다는 거 아닌가.

할 수 없이 호텔 앞에 잘 보이는 데 있는 이자카야에서 비싸게 스시를 먹었다.

먹는 데 진심인 나와 친구들은 3일 내내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부지런히 먹었던 거 같다. 심지어 리무진버스를 타고 내려서, 정류장 앞에 있는 만두전골과 냉모밀로 뒤풀이까지 깔끔하게 해 주고, 우리들은 캐리어를 끌고 헤어졌다.


스시가 맛있고, 온천이 좋다는 일본이라도,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에 막상 내리자마자 역시 공항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이 최고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공기가 훨씬 시원하고 내 스탈이었다.


오늘 길게 자란 손톱을 샵에서 정리하고 돌아오면서 차를 집 앞에 세우는 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얼른 건물 현관으로 들어오려는데, 작은 빨래 바구니와 건조대에 거의 마른 옷들이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지하 101호네 건가 보다.'

나는 바구니와 건조대를 비 맞지 않게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지하 101호 아주머니가 안심하실 것을 생각하니, 괜스레 흐뭇해졌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빗줄기가 더 굵어지고 바람까지 불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