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기도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리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차창문을 통해 불어 들어와 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다.
벌써 여름이 절정을 찍고 계절의 뒤안길로 물러서려고 하나보다. 더위를 유난히 누구보다 많이 느끼는 내가, 먼저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끄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니 말이다.
한창 뜨거웠던 한 여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차를 타고 오는 데 집 앞 주차장으로 가는 골목길 모퉁이에 벽과 일체인양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얼굴은 벽돌과 같이 검붉은 색으로 그을려 있었고, 머리숱은 거의 없어서 작열하는 태양열에 바삭 타들어 갔는지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였다. 옷은 말할 것도 없이 세탁한 지 일 년은 되어 보이는, 좋게 표현해서 빈티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온갖 더럽고 추레한 차림의 남자의 눈빛은 선하게 빛나고 있었고, 핸들을 잡고 천천히 지나가면서 자신을 보고 있는 나에게 고개 숙여 천천히 인사를 하는 것이다.
'아니,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인사를 하지?'
집으로 와서 길 모퉁이에서 만난 그 이상한 아저씨에 관해 남편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도 길 가다가 그 아저씨를 만나면 서로 인사한다고 했다.
난 뚜벅이족보다 주로 차로 다녀서 그 아저씨를 직접 맞닥뜨린 적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선팅이 된 차 유리를 통해 그 아저씨의 인사를 받게 되었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아저씨가 인사하면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동네에서 이렇게 나와 인사를 나누는 이웃은 골목길 아저씨와 슈퍼아줌마, 부동산사장님, 편의점 사장님, 우리 건물 B01호 부부정도이다.
이 동네에서 20년이 넘게 살았는데, 이렇게도 가까운 이웃이 없는 것은 모두 다 내 탓일까.
저녁식사를 하면서 남편과 딸과 함께 긴급전화번호를 편집해 놓았다.
살다 보면 불의의 사고나 사건을 당하고 싶지 않아도 피할 수 없다면, 대비책을 잘 세워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 소중한 가족이 있고, 변치 않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뜨거운 더위도 참을만하고, 쌀쌀한 추위도 이겨낼 힘을 갖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