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결코 고요하지 않았다
오늘이 지나 내일이라고 선긋기를 할 때쯤, 잠자리로 가려다가 내일 아침밥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한 밤중에 칙칙폭폭 또 시끄럽겠구먼."
요즘 들어 아들이 일찍 귀가해서, 매일같이 아들 올 때만 졸면서 기다리는 엄마노릇은 당분간 안 하니 그 또한 꿀맛이 아닐 수 없다.
대신 대학 졸업을 앞둔 딸이 하루가 멀다고 서울 인천 수원 찍고 다니며 엄마가 라이드해 주길 바라서 무지 바쁘다.
밤이면 거의 대부분 딸을 픽업해 오고, 낮에 뭐 하느라 바빴는지 밥솥에 새로 칙칙폭폭 밥 짓고, 얼마 전부터 시작한 자격증공부로 머리가 과부하직전이다.
낮에는 그다지 안 아팠던 무릎도 밤에는 더 아프고, 왜 안 당기던 간식이나 달달구리들이 밤에는 머릿속에 등장하느냐 말이닷!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몇 번씩 하다가 결국 에먼 치즈나 버터를 10g 먹는 것으로 대리만족하였다.
밤은 나에게 고요한 시간이 아니라, 무서운 폭풍과도 같이 모든 감각과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럴 때 약간의 도움이 되는 것은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소품을 들으면 마음이 진정되었고, 또 차분히 글을 쓰거나 읽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될 수 있으면 밥 짓기는 저녁 전에 해야겠다. 애들이 행여나 자는데 방해되면 미안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