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정체기가 있는가

4일째 몽롱하게 지내는 중

by 강소록

체력이 바닥났다.

식세기 이모님한테 간신히 식기들을 맡기는 것도 귀찮을 지경이다.


지난주 남편이 럭키하게도(?) 넘어져서 손을 다쳐 까지는 바람에, 우리 집 설거지의 8할을 도와주셨던 귀하신 바깥양반이 안식기에 드디어 들어가셨다.


내가 식기를 정리하고 있으면 남편은 얼굴을 내 얼굴에 바짝 갖다 대고 내심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을 짓지만, 난 애교로 퉁친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싸다구를 살짝 날리며.


전업주부에게 2월은 무지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나에겐.

설명절이 들어 있고, 양가 어머님의 생신이 있고, 이 번에는 돌아가며 하는 우리 집 손님 초대도 있다.

그런데, 그 모든 행사들이 이 번주에 집중되어 있다.

공부는 개뿔! 지난주까진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인강을 들으며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렇게 빡빡하게 일정들이 놓여 있으니, 공부가 손에 잡히지도, 집중도 되질 않았다.


게다가 지난주 남편과 안 하던 짓을 한 게 화근이었다.

딸을 약속장소인 소래포구에 데려다주면서 우리도 거기서 데이트 삼아 회랑 생굴을 어마무시 먹었더랬다.

남편은 테라이슬이랑 먹었지만, 난 콜라랑 먹어서 그랬는지 나만 담날 무지 탈이 나서 고생을 했다.

집에 있는 상비약과 죽으로 달랬지만 이틀 동안 했던 설사와 복통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정확히 1월 12일 내과 진료를 받았을 때, 의사소견이 체중조절을 하기 위해서 탄수화물을 제한하라고 했다.

의사가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해 준 음식은 겨우 몇 가지 안 되었다. 오 마이 갓!

"이제부터 나의 프로 다이어터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라고 말한 지 한 달하고 일주일쯤.

하필 명절 때라고 선물로 들어온 한과가 있어 한 개 먹어 보니, 꽤 맛있더라.

지금은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자꾸 손이 가요. 그 자체다.


아들이 같이 식사할 때 어느 날 그랬다.

"엄마가 탄수화물 끊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엄마는 간식이랑 야식 때문에 도톰해진 거지, 탄수화물 때문이 아니야."

'내가 도톰하다, 도톰해? 귀엽고 착한 표현 이군. 역시 우리 이쁜 아들.'


그래, 의사보다 난 우리 아들을 더 믿고 사랑하니까, 앞으로 탄수화물을 조금 줄이지만 끊지는 않고, 간식이랑 야식은 끊자.

그래야 도톰한 내가 야리한 나로 변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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