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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는 아들
성격 급한 아버지의 사랑
by
강소록
Apr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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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에 냉동가자미를 구어 막걸리와 먹겠다며, 장바구니를 들고 막걸리를 사러 남편이 부지런히 나갔다.
비린내를 워낙 싫어하는 내가 냉동실 구석에 고이 저장해 둔 가자미가, 가자미눈을 뜨고 째려봤는지, 어떻게 찾아서 남편이 손수 에어프라이어로 요리를 다 하신단다.
'이제부터 우리 집 화생방 훈련 시작이겠군.'
20분이나 타이머를 돌려놓고, 막걸리와 음료수, 그리고 남편의 기본 안주인 청양고추와 고추장 작은 사이즈를 바리바리 사 왔다.
그때였다.
'후드득..'
아까부터 꾸물꾸물하던 날씨 더니, 급기야 소나기가 내렸다.
"여보! 우리 아들 비 다 맞겠다. 내가 우산 갖고 데려올게."
남편이 뉴스 보면서 맛있게 막걸리에 가자미구이를 먹다가 소리쳤다.
"아니, 여보! 추운데 옷이나 따습게 입고 가야지. 이거나 좀 걸치고 가요."
나는 행거에 걸려 있던 패딩조끼를 얼른 집어서 입혀줬다.
남편은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 먹는 큰 아들이 늘 귀엽고 기특했다.
야근이나 회식이 없는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 6시에 버스를 타고 집 근처 10분 거리에 내려 걸어오는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비로 우리 귀한 아들이 비 맞은 생쥐가 될 순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남편이 했나 보다.
술기운도 있겠다, 마음은 급하고 성격도 급한 우리 남편께서, 아 글쎄 우산은 두 개씩이나 챙겨갔으면서, 휴대폰은 안 가져간 것이다!
나간 지 10분, 20분..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거실 소파에 낯익은 물체가 보였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아니, 남편 휴대폰이 왜 집 소파에 누워 있느냐고요~
그래서 바로 아들한테 전화하니까 집 앞이라고 했다.
아들이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기 시작할 때쯤, 남편이 시무룩해서는 집에 왔다.
"아들아! 어떻게 된 거야. 한참 기다렸잖아.
전화기를 안 가져가서 빌려보려고 했는데, 빌릴 데도 없는 거야. 나 참."
아들은 그날따라 하필 다른 버스를 타고, 다른 데서 내렸다고 했다.
남편의 아들 사랑에 비하면 나는 한참 부족한 듯하다.
요즘 사람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휴대폰도 잊어버리고, 추운지도 모르는 남편에 비해,
남편이 나간 후, 남편 안주를 먹고 있던 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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