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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용 식탁
어머니의 손을 잡고
by
강소록
Apr 10. 2025
새벽에 눈을 뜨면 취침등을 켜고 시계를 본다.
새벽 5시.
좀 이른 시간이지만 일어나서 움직이자.
바로 발걸음이 향한 곳이, 내 사무공간이자 우리 가족의 집합공간인 식탁이었다.
따스한 연노랑빛 크고 둥근 식탁등을 켜고, 약간 침침한 어둠 속에서 오늘의 큐티말씀과 브런치를 읽는다.
책상보다 4인용 식탁은 넓기도 하지만, 주방과 가까워서 글쓰기나 독서를 하다가, 잠시 가사를 돌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집 전체가 보이는 위치에 있어서, 식탁에 앉아 있으면 내가 가족들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느낌이다.
요즘 글 쓴다는 핑계로 퇴직한 남편을 이리저리 시키는데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체리원목의 4인용 식탁, 최근에 의자가 낡아서 가성비 좋은 걸로 싹 바꿨지만 그래도 23년이나 된 오랜 가족과 같은 존재다.
우리 집 식탁공간.
내가 차마시며 글도 쓰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공간이 되어 주는 식탁을 나는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 런. 데..
4인용에서 6인용으로 바꿔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안산에 사시는 시어머니와 시동생, 우리 네 식구랑 모두 여섯 식구가 같이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안산에서 다 같이 살다가 20년 전에 분가해서 따로 살았는데,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시동생도 결혼은 먼 나라 일 같아 보이니, 장남인 남편이 요즘 부쩍 마음이 안 좋은 것 같았다.
며칠 전 통화에서 남편이 시어머니와 한참 통화 중에 한 말이, 나를 너무 놀라게 하였다.
"엄마, 애미도 엄마 모시고 살고 싶어 해. "
왓? 내가 꿈에라도 언제 그런 적이 있었나?
미친.. 거짓말도 아주 구십구단 이시구먼.
사실 내가 고민이 시어머니 장례식 때 눈물이 하나도 안 나고, 슬픈 기색조차 없는 며느리가 될까 봐 걱정일 때도 있었다.
지금은 분가 후, 불편한 감정과 원망이나 미움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그렇다고 서로에게 애틋한 정이나 다정함이 소록소록 생겨나진 않았다.
매주 일요일마다 시어머니, 시동생과 식사를 해도 내가 말을 걸어야만 겨우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였다.
오로지 당신 아들에게 따순 양말 세 켤레 고이 선물 포장해 때때마다 안겨주시는 사랑, 그 눈빛과 손발은 아들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나 같은 며늘아기는 어머니의 작은 가슴에는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홀로 되신 어머니.
우리 엄마도 재작년에 혼자가 되셨다.
처음 3개월은 정신을 못 차리시며 힘들어하셨었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만은 않았을 때가 많았는데도.
하지만, 시부모님은 다투시는 일이 별로 없었고, 남편말에 따르면 시어머니가 시아버지를 무지 사랑했노라 전했다.
그러니 시어머니께서 시아버지 가시고 나서, 지금 치매증상이 생기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요즘 나는 시어머니로 빙의하는 상상을 해 본다.
시어머니라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들과 손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가 올 죽음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내가 30년 후에, 비슷한 모습으로 어쩌면, 데칼코마니가 될 수도 있는 어머니들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그리고 손 내밀어 잡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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