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리 부는 아낙네
오카리나 발표회가 끝나고
우리 오카리나반이 애초부터 금남지대는 아니었다. 작년 여름까지는 남자 회원 한 분이 열심히 나오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안 나오셨다. 음양의 법칙이 이상하게 작용해서일까. 여자들이 많은 데서 남자 혼자서는 몹시 불편하시긴 했을 거라 여겨진다.
덕분에(?) 오카리나반은 강사선생님을 포함해서 전원 여자들로, 언행을 특별히 조신하게 할 필요도 없고, 내숭을 떨거나 남자에게 이쁘게 보이려는 여우짓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중년이상, 노년에 가까운 여성까지 오카리나라는 악기를 배우려고 모인 사람들은, 반장을 중심으로 의기투합이 점점 잘 되었다.
오늘은 벌써 일 년 사이에 세 번째로 향상음악회를 하게 된 날이다.
발표자는 모두 여섯 명이고, 그중 나는 항상 세 번째로 하겠다고 먼저 외쳤다.
첫 순서는 너무 긴장되고, 맨 마지막은 기다리느라 지치고, 중간이 그나마 낫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그때, 신입이나 다름없는 회원이 맨 처음에 하겠다고 하면서, 나름 자신감을 나타내셨다.
사실, 그분은 오늘 발표회 때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신경 쓰느라 정작 오카리나를 집에다 두고 오셨다.
그래도 얼마나 재빠르게 가져와서 연습도 하고, 맨 처음에 자신 있게 멋진 연주를 하셨는지 모른다.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에 베스트 런닝맨상을 드리고 싶다.
모두 봄에 관한 곡을 주로 연주했는데, 우리의 쌍용 밤안개님은 현미의 밤안개를 온몸으로 리듬타며 좀 느끼하다 싶게 연주했다.
나는 영상을 찍느라, 같이 리듬에 맞춰 커플댄스를 추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
그럼.. 난 어떤 곡을 연주했느냐면..
장안의 화제였던, 폭싹 속았수다 OST '봄'을 신나게 나도 리듬 타며 연주를 했다.
중간중간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박자도 맞춰주며 함께 연주를 만들어 갔다.
영상을 보니까, 검정 반팔 티를 입고 팔을 저으며 말하는 모습이,주부 노래교실 강사 같았다.
그리고 서정적인 노래를 왜 이렇게 씩씩한 행진곡풍으로 부는지, 오카리나가 아니라 호루라기로 삑삑 부는 것 같기도 했다.
역시 연습땐 괜찮은 듯해도, 실전에는 영 아니었다. 그러니 연습을 외울 정도로 해야 하는 게 맞지.
솔직히 50번은커녕, 30번도 연습하지 않은 것 같다.
다음 발표 때엔 50번은 연습을 목표로 하자.
두 달마다 하는 발표회를 통해 연습량을 늘리고, 실력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선생님의 목표이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여기에 나아가서 우리 오카리나반 회원들이 더 오카리나를 좋아하게 되고, 함께 배우는 사람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는 우정의 무대가, 오카리나 발표무대가 되길 바란다.
여자들도 우정을 쌓을 수 있고, 여기 우정의 무대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