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trak, Greyhound, Megabus, Metro
2016년 8월 13일 미국 미주리 주 공항 밤 10시에 엠포리아 대학으로 갈 마지막 버스를 비행기 연착으로 놓치고, 공항 직원을 붙들고, 엠포리아까지 갈 방편을 물어보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 이 시간에 미주리 공항에서 엠포리아까지 어떻게 가죠?”
“오, 미스, 이 시간에 대중교통이 아무것도 다니지 않아서 내일 아침 버스를 기다려야 할 거예요. 그리고 엠포리아까지는 버스로 굉장히 멀고 오래 걸려요. 엠포리아에서 차로 당신을 데려갈 친구를 부르지 그래요? 미국은 차 없이는 이동이 너무 불편하거든요. 이 나라를 차도 없이 산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답니다.”
그 때 당시에는 아니, 이 아저씨는 ‘버스 시간표만 알려주면 되지, 왜 차 얘기는 이렇게 열심히 할까‘ 하면서 오지랖 넓은 사람을 만나 시간만 더 지체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그 아저씨의 말을 곧바로 이해한 것이 내가 다니던 엠포리아 대학에서 근처 월마트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 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차를 끌고 장 보러 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청소년기에 차를 사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개념이 잘 없다. 미국 친구들은 나에게 아주 잠시라도 차를 렌트하라고 추천했었다. 그만큼 자동차는 그들의 다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집을 부리며 미국의 다양한 대중교통들과 내 두 다리로 미국을 여행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그 시간을 잘 지나와 그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아, 내가 그 시간을 정말 알차게 보냈었군. 지금 다시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대도 그렇게 알차게는 못 보내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미국 여행을 끝내고, 귀국할 때에는 미국 땅의 교통 수단의 전문가가 된 듯한 느낌이 아주 잠깐 들었다.
1. 지하철(Metro)
지하철은 미국 여행자들이라면 가격 면에서 이용하기 좋다. 대부분 도시들이 지하철 가격을 3불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방문했던 도시들 중에서 시애틀,마이애미,올랜도 빼고는 지하철을 항상 이용했다. 내가 방문했던 시카고, 로스 앤젤레스, 보스턴, 뉴욕은 지하철이 굉장히 발달했고, 여행자들을 위한 3일 패스, 7일 패스 등등 돈을 아낄 수 있는 패스들이 많이 있었다. 나도 시카고에서는 4일 패스, 뉴욕에서는 3일 패스를 이용했었다. 3일 패스라고 하면, 일정 금액을 내면 얼마나 지하철을 이용하든 간에 교통 카드 하나면 지하철도 마음껏 이용하고, 버스까지도 연동해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교통카드는 특히 시카고에서 아주 유용하게 이용했었다. 시카고 대학이 비교적 멀리 있었는데, 이 교통 카드를 한 번 사두니까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매번 표를 사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게 여행했다. 경제성과 더불어 지하철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교통 정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교통 정체로 유명한 뉴욕에서 우버 택시를 타고 타임 스퀘어에서 차이나 타운을 가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 시간을 절반으로 절약할 수 있었다.
미국의 대부분의 지하철 역들은 고사하고, 지하철 내부까지 청소가 잘 되어 있지는 않다. 미국의 지하철 역은 만들어진지 오래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서울역이나 시청 역 같은 지어진지 오래된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욕을 가니 생각이 달라졌다. 지하철을 타지 말라는 주변인을 충고를 무시하고, 뉴욕 지하철을 처음 경험했을 때에는 ‘어? 생각보다 괜찮잖아? 다른 미국 대도시들 지하철과 별반 다른게 없네’ 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뉴욕을 방문했을 때에는 다른 도시들을 모두 경험하고, 뉴욕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미 미국의 지하철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한 번에 뒤집은 사건이 있었다. 뉴욕 타임스퀘어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에서 쥐를 보고야 만 것이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큰 쥐는 본 적이 없어서 소름이 돋았다. ‘아니, 이 정도로 더러운 곳이란 말이야?’ 그 순간, 진심으로 역 밖을 나오고 싶었다. 하필 그 날이 여행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었는데, 막판에 미국에 대한 인식이 순간 나빠질 뻔했다. 그런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꾸준히 이용했던 이유는 교통 정체가 심한 뉴욕에서 항상 우버를 타고 다녔더라면 내 잔고는 순식간에 바닥이 났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지하철, 특히 뉴욕 지하철의 단점이 있다면 지하철 내부의 공사를 너무 자주한다는 점이다. 처음 내가 뉴욕에 도착했을 때, 내가 가는 지하철 입구마다 공사 중이었다. 그래서 안 그래도 지치고 가방은 무거운데, 공사를 하는 바람에 결국 지하철 타기를 포기했다. 지하철 근처가 언제나 공사 중이어서 돌아돌아 다른 입구로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 지하철이 준 힘든 기억으로 뉴욕에 대한 환상이 좀 많이 사라졌다.
2. 미국 고속 버스 회사
1)그레이하운드
그레이하운드는 유명한 버스 회사로 이름처럼 그레이하운드 마크가 상징적이다. 나는 그레이하운드는 캔자스 시티, 플로리다에서 두 번 타보았는데, 우리 나라로 치자면 강남 고속 버스 터미널에서 지방으로 가는 버스를 탄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레이 하운드는 주를 넘나들기 때문에 종착지까지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한다. 출발지가 일리노이 주 시카고이면 종착지가 텍사스 주 휴스턴인 경우로 이 버스는 종착지까지 10시간 넘는 시간 동안 운행한다.
그레이하운드에 관련해 한 에피소드가 있다. 나의 첫 그레이하운드 체험은 올랜도에서 마이애미까지 가는 노선을 타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내 일정은 밤에 올랜도 공항에서 내려 근처에 그레이하운드 정착지가 있으니 거기서 그거 타고 새벽에 마이애미를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마이애미를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마이애미 공항을 가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그건 두 배 가까이 항공료가 들기 때문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올랜도 행 비행기가 연착될 거란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좀 많이 늦어서 그레이하운드 정착소까지 10분 정도 늦을 위기에 처했었다. 그 순간 멘붕을 경험했다. 그레이하운드는 출발 시각을 칼 같이 지키기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항에서 가격이 얼마까지 나올지 모르지만 급한대로 공항 근처 옐로우 캡(yellow cab)를 탔다. 아저씨한테 최대한 빨리 밟아달라고 했는데 기사 아저씨는 인도영화 “세 얼간이”에 나오는 ‘All is well’이라는 영화 대사처럼 조급함에서 벗어나면 길이 보일 거라며 정말 느긋하게 운전하셨다. 시간은 점점 가까워졌고, 버스 출발시간이 되도 도착을 못해 제 시간에 버스 타는 것은 포기하고,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던 순간, 정착소에 도착해 마구 뛰어가보니, 그레이하운드가 출발이 지연된 상태였다. 기사 아저씨의 주문이 먹혔던 것이다. 간절한 자에게 길이 생긴 것이다. 나는 잠시 그 기사 아저씨가 잠시 “에반 올마이티”처럼 실재하는 신이 나를 도운 것 아닐까 생각했다. \
여기서 그레이하운드와 관련해서 꼭 잊지 말아야 할 주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레이하운드를 타려면 꼭 최소 출발시간 40분 전에는 가 있어야 한다. 그 최소 40분 동안 짐을 체크인하고, 예약한 버스 표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왜 40분이냐면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을 들어가면 짐을 체크인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데다가 데스크에서 티켓을 발권받고 하는 곳에 한 사람이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사람이 많이 있어서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일찍 터미널에 가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 좋다. 다시 되돌아보니 이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도 버스를 놓치지 않았던 나는 정말 행운아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추천하는 것은 ‘그레이하운드를 탈 때, 웬만하면 심야 버스를 타지 말라’는 것이다. 마이애미까지 가는 그레이하운드에서는 아무래도 밤 시간에 탔기 때문에 버스 안의 불을 켜주지 않아서 동행하는 친구가 있지 않다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낮 시간에 탑승했던 캔자스 시티에서 탄 그레이하운드가 더 안전하게 이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레이하운드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그레이하운드는 좌석이 넓고 푹신하다, 가격은 출발지와 가고자 하는 곳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2시간 기준 20불 내외로 책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면 7천원 정도 받기 때문에 그레이하운드의 버스비가 우리 나라의 고속 버스 가격에 비해 크게 비싸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레이하운드는 장시간 운행을 하기 때문에 간이 화장실도 구비되어서 좋았다.
2) 메가버스
미국 내 고속 버스 업게에서 그레이하운드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업체인 메가버스. 메가 버스는 그레이하운드와는 달리 2층 버스로 운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가버스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메가 버스는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가는 노선의 버스를 탔을 때, 무려 1시간 30분이 연착되어 그 다음에 이어 탑승해야 했던 기차도 놓칠 뻔했던 일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가는 고속도로가 한없이 밀렸기 때문이다. 마치 수도권에서 서울까지 가는 광역버스를 탔는데, 고속도로가 정체가 심해 회사에 지각한 것과 비슷한 것이다.
메가 버스의 장점은 가격이다. 내 기억에 그레이하운드는 30불 대로 이용했는데, 메가 버스는 내가 보스턴에서 뉴욕 갈 때는 7불 정도를 지불했었던 것 같다. 메가 버스는 일찍 살수록 1불에도 살 수 있다고 들었다. 우리 나라로 따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버스를 7천원에 탈 수 있어서 괜히 돈 아낀 거 같아서 뿌듯했다. 그레이하운드에 비하면 메가 버스는 가격 깡패인 셈이다. 그리고 메가버스에도 그레이하운드처럼 간이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장시간 여행으로 화장실 문제는 좀 불편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메가 버스는 1층 보다는 2층에서 타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1층 좌석은 좀 답답하기 때문이다. 1층보다는 2층의 시야가 탁 트여있어서 밖을 바라보며 타기 좋았다. 하지만 메가 버스는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그레이하운드보다는 좌석이 협소하고, 불편하기는 하다.하나의 팁을 제공하자면 나같이 예약한 시간보다 앞선 시간대에 버스를 타려면 현장에서 추가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
3. Amtrak 기차 암트랙(Amtrak)은 미국의 대표적인 여객철도운송업 회사로 미국을 횡단하는 철도로 유명하다. 듣자하니 Amtrak 패스를 사서 미국을 횡단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고 한다. 나는 뉴욕을 여행하기 전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보고 싶어서 여행 계획을 잘 짜고 있다가 갑자기 뉴욕 시에서 나이아가라 역까지 갈 수 있는 암트랙 표를 지른 케이스였다. 갑자기 그런 선택을 하다니, 나한테 그런 박력이 있는지 몰랐다. 뉴욕 시에서 종점인 나이아가라 역까지 기차로 연착된 시간까지 포함해 10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해내고 내서 다시 생각해 보니 틈틈이 자기도 하고, 철로 옆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도 보고, 허드슨 강 어딘가에서 하차하신 옆 자리 할아버지와도 소소한 대화도 해가다 보니 꽤나 신나하며 10시간을 무리없이 보냈던 것 같다. 암트랙의 장점은 암트랙 역사의 위치적 이점에 있다. 미국의 웬만한 대도시에는 암트랙이 있고, 암트랙 스테이션도 대도시 중심부에 항상 있기 때문에 암트랙 스테이션만 잘 찾아가도 그 근처에서 그레이하운드나 메가버스 정착역 등등을 잘 찾아갈 수 있다. 암트랙이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갔던 도시들인 시카고, 시애틀, 캔자스 시티, 보스턴, 뉴욕 모두 암트랙이 깔려 있었고, 암트랙이 있는 지역은 교통의 요지여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을 때에도 암트랙의 위치를 찾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국제 학생증을 만들어 가면 할인도 된다. 그리고 좌석이 편하다. 사실 그 정도 시간이면 거의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 올 수 있는 시간일 텐데 좌석이 정말 편해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암트랙의 단점은 아무래도 가격이다. 캔자스 시티에서 로스 앤젤레스까지 가는 데에 왕복 70불 정도 들었었는데, 암트랙으로 그 거리를 가려면 100불이 넘어간다.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에 비해 돈이 더 많이 든다. 그래서 미국에는 저가 항공사도 너무 많기 때문에 저렴하게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암트랙은 추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행기 타는 것이 빠르고, 가격도 저렴할 수 있다. 그리고 간혹 인터넷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 기차, 노선을 빙빙 돌아 가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기차 등등 기차 종류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곳으로 곧장 가는 노선인지도 표를 살 때 유심히 확인해야 한다. 그에 대한 예시를 들자면 내 친구가 시카고에서 캔자스 시티까지 가는 노선을 이용했는데, 곧장 가면 5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코스를 표를 살 때에 급하게 사느라 세인트루이스에서 환승해서 14시간 걸리는 코스를 예매해 애 먹은 적이 있었다. 암트랙 기차 내부에 간이 매점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정말 작고, 음식도 별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정말 허접하다. 웬만하면 먹을 음식을 충분히 사가지고 탑승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교환 학생 기간을 마치고 보니, 참 여행하면서 미국에서 웬만한 교통 수단은 다 이용해 본 것 같다. 이 특징이 나처럼 면허가 없는 뚜벅이 여행자가 경험해 볼 수 있는 특권이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누군가는 차가 필수라는 미국 땅에서 참 고생을 사서 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까지 왔는데, 그렇게 고생하서라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닐까. 갔다 와보고 나니, 과거가 살짝 미화되어 나에게는 앞서 소개한 대중 교통들, 우버, 옐로우 캡(Yellow cab)까지 모두 하나하나 소소한 추억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뚜벅이 여행자들도 차가 없어도 얼마든지 미국 여행을 효율적으로, 경제적으로 할 수 있다고 희망을 주고 싶다. 나 같이 운전에 운 자도 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잘 여행하고 돌아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