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혼자 하고 있던 어느 날, 파리, 리옹, 니스를 거쳐 마르세유를 여행 중이었다. 니스에서 소도시 구경에 빠져 바다에 입수하지 않았던 것에 아쉬웠던 와중에 에어비앤비 트립 중에서 스노클링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드리워질 어둠을 인지하지 못했다.
다음 날, 트립 당일에 나는 아무런 여행 일정을 짜놓지 않았었다. 아침 10시에 바다에 나갈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호스트가 만남 시간을 두 세번 미루기에 기분이 아주 썩 좋진 않았으나, 이런 일로 여행하는 내 기분을 망치고 싶진 않았고, 예약을 취소한 것도 아니었기에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난 호스트는 처음부터 비쥬(프랑스식 인사법)를 나에게 시도했지만 프랑스식 인사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으로부터 몸을 피했다. 순간 미안함을 느꼈다. 단지 인사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는 맨 몸으로 바다에 입수했다. 바다 속에 빠지고, 잠수를 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바다를 굽이치는 파도와 차디찬 바닷물의 온도로 인해 생존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에 있던 돌부터 붙잡았다. 하지만 다행히 호스트의 보호 덕분에 파도에 익숙해지고, 처음 느꼈던 쇼크에서 벗어나고, 스노클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스트는 나에게 물어온다.
“내가 너무 몸이 떨리고, 추워서 그런데, 나에게 체온을 나눠주지 않을래?”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은 왜 나보다 더 추워하는 걸까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알겠다고 했다. 기껏해야 발목이나 팔목 정도를 터치하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호스트는 사람이 없는 무인도에서 나에게 백허그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내 뒷목에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나를 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당황했던 나머지, 이 남자에게 거부의사를 어떻게 밝혀야 하나 마음 속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성깔대로 표정을 구기고, 격한 거부의사를 표현할 것인가 아니면 떨어져 달라고 곱게 얘기할 것인가’
사실은 표정을 구기고, 화내고 싶었는데, 이 행동도 이전에 거부한 비쥬와 같은 맥락인가 하는 생각까지 뻗치자, 쉽사리 미친 여자 같다고 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그 생각을 아직 마무리짓지 못했는데, 또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이 남자가 내 고개를 뒤로 틀게 하더니, 내 입에 뽀뽀를 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행히 그 순간은 거부의사를 표현했다. 내 의사와는 다르게, 나름 젠틀하게. 속에서는 천불이 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처음 보는 사람과 이런 스킨십을 안 해.”
라고 했더니, 이 남자 점입가경이다.
“그럼 내가 한국식 키스를 만들고 싶어.”
거기서 난 이 남자에게 정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화를 낼 타이밍은 지나갔고, 이 남자에게서 빨리 도망가고 싶어졌다. 최대한 빨리 도망가고 싶었던 나의 계획은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바다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없어서 이 남자가 안내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밤 11시까지 같이 있어야 했기에 실패했다. 그 날은 프랑스 독립기념일로 마르세유에서도 파리처럼 불꽃놀이가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다. 결국 나는 그 남자와 불꽃놀이를 보았다. 끔찍하게도.
그렇게 나는 크게 볼멘소리 없이 그 남자와 헤어졌다.
하지만 다음 날이 지나고, 그 다음 날이 지나도 그 재수없는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후기에 “이 남자는 변태다”라고 감정적인 후기를 적어넣었다. 인정한다. 내 방법은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그 이후, 이 남자와 온라인 상의 설전이 시작되었다. 그 남자는 나에게 자신이 한 행동은 나를 친근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친분을 표현하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했지만 나는 다시 곱씹어보아도 목키스까지는 수용하더라도 처음 보는 여자와 갑자기 뽀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기분 나쁜 감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남자는 계속 본인의 동업자가 내 후기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다며 후기를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그 남자는 여전히 싫었지만 나의 후기가 뜬금없었음을 인정하고, 이 정도면 나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해 에어비앤비 측에 후기를 지워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장문의 글로 사건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에어비앤비 측에 보냈고, 에어비앤비는 내 생각보다 더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다. 에어비앤비 측에서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내 후기를 지워달라는 요청을 수용해주었으며, 이 사건은 내가 잘못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후기를 지웠으니, 나는 정신을 잡고, 내 여행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리스본 여행하고 있을 때였을까, 갑자기 나에게 하나의 메일이 날라왔다.
“너 정말 친절하구나. 후기를 지워주겠다더니, 에어비앤비 측에서 내 트립 뿐만이 아니라 내 숙소들도 정지시켰어. 정말 고마워.”
라며 비꼬는 호스트의 메일이었다. 여행하느라 잊고 있었던 그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고, 다시 메일을 살펴보니 계속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쪽에서 바라는 점은 내 후기가 나의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내가 후기를 과장했음을 인정하면 에어비앤비 측에서 본인들의 생계수단을 돌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에어비앤비 측과 이야기를 끝냈고, 나는 분명히 내 감정적인 후기에 대해 에어비앤비 측에 인정했고, 호스트에 불이익을 가하지 않아달라는 언급도 하였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측에서 그에게 그런 조치를 가한 데에는 에어비앤비의 의견은 그가 나에게 행한 행위를 심각한 수준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에어비앤비 측은 원하면 경찰에도 신고하게 해주겠다고도 했기 때문이다. 호스트는 이 상황의 심각성보다는 동업자들에게 받는 원망의 눈초리가 더 무서운 듯했다. (뇌피셜) 계속 동업자들의 피해를 언급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는 계속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동양 문화에 대해서 이 정도로 무지한 사람이 있음에 새삼 놀랐다. 다시 곱씹어보니, 그는 덴뿌라가 한국 음식이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그런 사람이 한 행동을내가 이해하지 못할 만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내 몸을 터치하는 행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어디까지 터치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내가 내린 결론은 처음 보는 사람이 어깨동무, 앞에서 하는 허그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문화 차이라고 해도 뽀뽀, 키스는 허용할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결코 나처럼 사건을 해결하시지는 마시라 당부드리고
나보다 더 성숙하실 많은 분들은 그 상황이 닥치면 확실한 거부를 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내 몸은 나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