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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Sep 30. 2023

먹는 행복이야말로

남극의 셰프

먹는 행복은 누구에게나 있다. 뭐, 아무리 소식좌라고는 해도 좋아하는 음식은 있을 것 아닌가. 남극처럼 삶의 낙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가장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욕구는 식욕이다. 이 이야기는 먹방을 빙자한, 한 철부지 남편의 와이프 이해하기 프로젝트를 담은 영화다. 하지만 맛있게들 먹는 모습은 덤이라고나 할까.


1. 모든 욕구가 차단된 곳, 그곳은 남극

영화를 보고 있자면,  누군 허겁지겁 먹고, 누군 천천히 먹고 각기 먹는 스타일들이 다 달라서 그들을 비교하면서 보는 지점들이 재미있었다. 정말 각기 다른  사람들끼리 한 공간에 모여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하구나 느끼게 되면서도 각자의 밥에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는 지점도 은근 코믹했다. 온전히 배고픔을 충족하는 사람들을 제 3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이리 재미있는 것이었나.


이전에 게걸스럽게 먹는 사람들 별로라고 한 적은 있는데 이렇게 아무 욕구도 충족할 수 없는 이 남극이라는 곳에서는 먹는 게 유일한 낙일 수밖에 없으니 게걸스럽게 먹는 이들도 이해가 간다. 가족도 보고 싶고, 여자친구도 보고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저 얼음만 바라보는 삶에서 우울증 안걸리려면 맛있는 음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 가족애가 빛난

이 영화의 감동 포인트는 아무래도 주인공과 딸의 원거리 대화 장면이었다. 딸은 아버지임을 알고 대화하고 아버지는 딸과 대화하는지는 꿈에도 모르는 정보가 불공평한 상황을 이용해 딸이 타인인척 접근해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가끔은 가족이라는 존재들은 서로가 옆에 없을 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증폭되고 서로에 대한 다정한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옆에 있을 때 무뚝뚴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연구대원이 아닌 자신이 불려나온 것이 의아한  아버지도, 그저 아버지와 말하고 싶어 타인인척 귀여운 질문 던지는 딸도 너무 귀엽다.


3. 남에게 밥을 해주는 행복

주인공은 그전까지 와이프에게 반찬투정이나 하는 금쪽이 남편이었다. 하지만 타의이긴 했지만 남극에서 누군가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면서 은근히 기쁨을 느끼던 그는 남극에서 돌아오자 의외로 우울함을 느낀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는 딸이 생일상차려달라는 딸의 말에 묘한 생기가 도는 것을 보니 그는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매력에 빠진 것이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랍스터를 튀겨먹는 장면이 가장 명장면이다. 은근히 웃기고 계속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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