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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Sep 30. 2023

대의를 위한 희생

#비밀의숲1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남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내가 해야만 한다.

이것이 나의 시작이길 바란다.



 '비밀의 숲'의 슬로건은 내부고발 스릴러이다. 하지만 내부고발 이라는 말은 황시목이 검찰의 비리를 파헤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지만 내부 고발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이창준이었다. 황시목은 이창준의 계획을 실행시켜 줄 존재였던 것이다. 괜히 이창준의 빅 픽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창준이 살인범이라는 죄질이 희석되지는 않는다. 이창준의 박무성이라는 비열한 사람을 죽이는 명분은 망가진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고 정리할 수 있겠지. 그래서 이창준의 인형으로서 윤세원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것일 테고. 그러나 여진의 대사처럼 그렇게 가족이 살해당해서 가슴에 피눈물 흘리는 사람은 널렸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명분만 따지고 본다면 이해를 못할 것은 없고,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정의롭다면 정의롭고, 엽기적이라면 엽기적인 내부고발은 절반 이상의 성공은 이루었다. 드라마 상에서만 보았을 때, 더러운 권력의 핵인 이윤범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이 모든 결과를 이뤄내기 위해서 한 남자가 죽어야 했고, 한 여성이 죽음의 문턱에서 해매야 했던 것들이 정당한 방식이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나의 내면에서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분명히 잘못 된 방식이었지만 그들의 동기의 원천은 선한 감정에서 출발했기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더 의문이 드는 것은 그들이 살인이라는 비인간적인 화두를 던져서 결국 기득권들을 고발하는 방법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아무도 해하지 않고, 비리 파일들만을 가지고 내부 고발을 진행했다면 비리 파일 속 인물들을 모두 구속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후자를 택했다면 오히려 역공을 당해서 이창준이라는 인물까지 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오해하지 마시길. 나는 지금 살인자들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박무성과 김가영, 두 피해자들은 결코 인생을 정의롭게 살았다고 평가받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기는 하였으나 이들을 죽음으로써 단죄할 사람들은 이들에게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에게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분을 풀 수 있을까? 당연히 살인이라는 방법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박무성과 김가영, 더불어 고위급들이 언젠가 저주 받을 날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닿게 되었다. 참, 이것이 드라마 상이라지만 살인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나니 쓸데없는 잡념이 생겨서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검사, 경찰과 같은 정의를 따져야 하는 직업은 정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단한 직업이겠다 하는 오지랖까지 생겨버린다. 정말.



한 가지 재밌었던 부분은 황시목 검사가 마지막에는 환하게 웃었다는 것, 그가 조금씩 감정에 솔직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서동재 검사는 여전히 바뀌질 않았다는 것. 비리 검사는 처음부터 비리 검사이기를 타고 났다는 건가 싶었다. 서동재 검사의 마지막 컷에서는 어이가 없어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진심 이 드라마는 스토리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구멍이 없다. 시그널 이후로 참 좋은 드라마 하나 보았다. 그에 상응하는 시청률이 안 나온 것은 좀 아쉽지만 나만 아는 드라마 하지 뭐. 뭐 이젠 다 아는 웰메이드 드라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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