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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Oct 09. 2023

지상 낙원을 찾는 어리석은 인간의 기대에 대하여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파라다이스'

한 인도인 커플이 지상 낙원 스리랑카를 여행한다. 그러던 중 숙소에 들이닥친 도둑에 의해 핸드폰과 노트북을 잃어버린다. 그 길로 커플은 스리랑카 경찰을 찾아가는데 스리랑카 경찰은 게으름을 피우기 일쑤다. 기름이 모자라서 못간다는둥 이 경찰 생각보다 강적이다. 이에 케사브는 위력을 행사하며 소위 갑질을 시전한다. 그의 갑질에 겁먹은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어째 억울한 사람들만 죽어나가는 것 같다. 이들의 여행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1. 지상낙원에서 지옥을 맛본 커플

케사브의 행동은 여러모로 분노를 유발한다. 여행을 와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워커홀릭인 그는 핸드폰을 잃어버리자 절망하고 예민해지며 소위 진상이 된다. 경찰이 사건을 적당히 뭉개는 걸 보자, 인도 정부에 그를 고발할 것이라는 둥 고압적으로 나가기도 하고 직원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기도 한다.

이런 그의 예민함은 경찰로 하여금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억울한 사망자를 만들어내 안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스리랑카인들의 폭동을 만들어낸다.


그와 대조되는 아내, 암리사는 특히 사슴에 꽂히기도 하며 스리랑카의 전설과 자연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케사브의 예민함이 억울한 사람들을 향하는데도 뻔뻔한 케사브의  이기적인 행보를 보며 여러번 정떨어져하는 모습을 보인다.


케사브에게 스리랑카라는 지상낙원은 성공을 날려버린 곳으로, 암리사에게는 남편의 이기심을 확인하며 각기 다른 이유의 지옥이 되었다. 


2. 지상낙원과는 너무 먼 스리랑카의 현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스리랑카인들이 기름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기름도 부족하니 전기도 부족하고 뭐 하나 있는 게 없다. 경찰도 보면 시민들을 지키기보다는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으니 폭동들이 난무하고 테러가 난무한다.

한 관광객의 위력 행사로 공권력이 시민들의 편이 되지 않는 것만 봐도 그 사회의 참상은 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지나온 역사에도 비슷한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물품조차도 제대로 수급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국민들의 고통이 그저 즐기려고 온 관광객의 모습과 대비되며 시타와 라마 전설이 어쩌고저쩌고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그와중에 자연풍경은 참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그들의 참상과 비교되어 더욱 안타끼움을 자아낸다.


3. 전설은 각자만의 버전이 있다.


이 영화의 인상적인 지점이 있다면 영화에 주요한 소재로 쓰인 라마야나 전설의 해석이다. 스리랑카 안에서도 전설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르게 퍼져있다. 한 전설을 두고, 어떤 사람은 세기의 러브스토리로 묘사하고, 한 사랑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 작품으로 묘사한다. 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것이다. 혹은 가장 잘 팔릴 버전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다 각자만의 관점대로 해석하고 퍼트린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는 결국 없는 것 같다. 종교인들의 숨과도 같은 성경조차도 이리 다양한 해석본이 있으니 진리라는 것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겠다. 당신만의 진리만 있을 뿐.



총평

영화를 보고있자면, 그리고 지상낙원에는 선인들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상낙원에  살던 아담과 이브 사이에도 뱀이 등장했던 것처럼 어디에나 케사브나 경찰 같은 기회주의자들은 있다. 그러니 완벽한 선인들만 사는 천국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공존하면서 살 수 있다.  공존은 나와 다른 사람까지 사랑하지 않아도 그저 그런 인간도 있다고 인정하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그리고 지상 낙원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인정하게 된다. 완벽한 지상낙원은 없기에, 그래서 전설 속에서나 그런 곳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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