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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Feb 24. 2021

꿈값은 마음이 지불합니다.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뷰

꿈을 꾼 값을 후불로 지불해야 하는 곳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꿈값을 지불하시겠습니까? 당신이 잠이 들면, 여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는 당신에게 좋은 꿈을 추천해주고, 당신이 느낀 감정을 꿈값으로 받는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1층부터 5층까지 각기 다른 사람들의 니즈를 맞춘 다양한 꿈들을 파는 종합 꿈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을 운영하는 운영자 달러구트는 페니라는 여사원을 뽑는다. 그리고 페니는 꿈의 직장 달러구트 백화점에 근무하며 꿈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과연, 페니는 달러구트 백화점에서 쓸모있는 직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리고 책에서 강조하는 꿈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1. 예지몽의 아이러니


예지몽은 마치 신이 내 운명의 한 부분을 살짝 보여주는 이미지적인 꿈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달러구트 백화점에 오는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되는 꿈, 시험 결과를 알려주는 꿈을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달러구트는 예지몽을 파는 데에 어쩐지 의뭉스럽다.

꿈을 꾸고 나면 사람들은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 꿈이 생생하거나 특정한 숫자나 인물이 등장하는 등의 꿈은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특정한 숫자가 생생히 기억나면, 이것은 로또 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특정한 사물, 동물, 사람이 등장하면 무엇인가를 예지하는 마치 '신의 뜻'인 것마냥 들뜨는 경우가 있다. 돼지꿈이면 돈이 들어올 운세라던가, 용꿈이면 태몽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사실 해석하기 나름이기에, 아직 내 인생에 오지 않은 대박의 시기가 언제인지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아무래도 미완성된 내 인생에 대한 조바심일 가능성이 높다.

달러구트 사장은 정작 그런 조바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꿈을 팔지는 않는다. 달러구트 사장은 내 인생이 대박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쪽박일 수도 있는 꿈의 내용에 실망하면 그 박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선택은 막지만 인생에 있어서 큰 현타를 느끼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지몽을 추천한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꿈이란 하나의 스토리로 존재하며, 오랜 시간 꾸게 되지만 정작 기억하는 것은 그 긴 스토리의 단편일 뿐이다. 예지몽의 조각들이 누군가에는 예지몽을 꾸었다는 자각까지 주진 않더라도 지루하고, 우울한 삶 속의 활력 혹은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면, 달러구트는 그런 사람들에게 예지몽을 추천한다. 달러구트 사장은 예지몽을 강하게 원하는 사람보다는 예지몽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한 것이다. 예지몽을 원하는 사람에게 꿈을 줄 수 없는 아이러니라니.

또한, 달러구트에게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를 넘어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 고객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마케터라면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은 스쳐지나갔다. 물건을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에 대한 관심, 제품에 대한 이해,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타심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직종이라는 것을 꺠닫게 되었다. 아닌가, 이런 마케터는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려나.

2. Dream 의 이중적 의미


사람들은 꿈을 꾸면 환상의 나라에서 허우적대다가 깨기만을 바란다. 공포 영화, 전쟁 영화들은 잘도 보면서 내가 몸소 꾸는 꿈은 기쁜 내용이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 마음은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모든 삶이 꽃길일 수 만은 없듯이 꿈은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 현상을 실감나게 영화처럼 묘사하곤 한다. 그런 꿈을 꾸면 사람은 꿈을 꾸기도 하지만 꿈과 달리 내 삶은 평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오히려 내 삶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때에 돈이 많은 미래를 꿈꾼다거나 여행을 가 있는 미래를 꿈꾸면서 햇빛이 가득한 미래만을 꿈꾸지, 내일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악몽이라고 치부하고, 잠 잘 때, 그런 꿈을 꿀 때, 안 좋은 징조라고 과대해석을 하곤 한다. 꿈과 미래를 연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대해석은 꿈에 대한 만족감을 하락시키고, 불안감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다만, 같은 꿈을 꾸어도 '내가 어지간히 피곤한가' 라는 자각을 하거나 '나는 살아있구나'라는 안도감에 휩싸이면, 아직 끝나지 않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달러구트 백화점에 마치 내가 살고 싶은 미래를 그린 듯한 예쁜 꿈들을 바라고 오지만 예쁜 꿈들은 그저 일시적인 들뜬 감정만을 선사해줄 뿐이다. 꿈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반전이 없다. 다만, 악몽을 꾸는 사람들 중에서는 오늘 일진이 안좋으려나 하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무섭고, 불쾌한 꿈을 꾸고 난 뒤에 느끼는 내 삶의 온전함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달러구트에 지불하게 되는 꿈값이 더 다양하고, 좋은 꿈을 꾸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반전을 볼 수 있다. 에버랜드 같은 환상의 나라 꿈 보다는 어둡고, 불쾌한 꿈이 주는 설렘, 감사함이라니, 이건 또 무슨 아이러니인가.


3. 꿈의 의미


꿈은 꾼다는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꿈은 어제도 꾸었을 수도 있고, 오늘 밤도 꿀 수 있는 것이며, 내일 밤도 꾸게 될 수도 있다. 그 모든 꿈들이 기억에 남는다면, 그것도 달러구트에 꿈을 납품하는 꿈 제작자들이 연구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꿈이란 긴 스토리 중에서 단편만이 기억이 남는 것이고, 그 단편은 개인의 주관이 섞여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해석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악몽을 꾸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지, 기분이 더러운지는 나의 해석이 내 기분을 좌우하는 것일 뿐이지, 꿈은 당신의 인생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꿈도 당신이 꾸었을 것이고, 그 꿈이 가지고 있을 절대적인 의미보다는 그 꿈을 해석할 당신의 마음이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의 꿈을 악몽으로 만들지, 희망찬 새 시작을 알리는 꿈으로 만들지는 당신의 마음의 여유, 상태가 결정지어줄 것이다.


항상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이 양질의 잠을 자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보여서 좋았고, 마치 어렸을 때에 유명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꿈 버전으로 보는 것 같아서 굉장히 즐거웠다. 잠시나마, 동심으로 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얼마나 양질의 꿈을 꾸고 있었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고, 과연 나는 꿈을 좋게 해석하고 있는지, 꾸고 있는 꿈들이 다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계기는 되었다.


오늘 밤 당신은 어떤 꿈을 사러 달러구트 백화점에 입장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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