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nymoushilarious Oct 19. 2021

당신의 우월함은 사람을 죽일 순 있어도 찌질해

세븐(1995)  리뷰

은퇴 직전의 형사 서머셋은 세상을 비관하지만 수사는 기가막히는  자타공인 수사 장인이다. 그와 한 팀이 된 밀스는 패기만 넘치는 열혈 형사인데, 그 혈기가 너무 과해 fucking이 없이는 웬만한 문장이 구사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물과 기름이 따로없는 두 사람은 연달아 발생한 살인사건들이 실낙원, 캔터베리 테일, 단테의 이론의 근간이 된 7가지 죄악(교만, 분노, 나태, 시기, 탐욕, 탐색, 탐식)을 컨셉을 잡고, 살인을 저지르는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알게 된다. 성격은 안맞아도 합은 잘맞는  것 같은데, 이 두 조합 기대가 된다.


1.  낙관주의 밀스 vs 비관주의 서머셋

서머셋은 범죄가 판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서로에게 민폐라고 생각하던 결혼도 기피하고, 독신으로 살아가던 사람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크게 살갑지 않지만 자기 일 하나는 잘해낸다. 그런 그의 성격을 표정변화가 잘 안보이는 데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밀스는 열정과 패기만 갖고 제대로 수사에 투입되어 어려워하면서도 영문학 서적까지 뒤져가면서 서머셋의 지도에 은근히 잘 따라온다. 이런 사람들은 장점이 있다면, 무대뽀로라도 내가 하겠다고 손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관이 간혹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안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이다. 서머셋에게 농사나 짓고 살지말라고 솔직히 얘기하는 장면에서 정말 멋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을만큼 표정이 다채로운 것이 서머셋과 다른 점이다.


최대한 비즈니스마인드로 대하려고 하는 단점이 있다. 조금의 연기를 하면서 일종의 거래를 한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래서 서머셋의 시크한 성향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서머셋의 문제는 책임감을 너무 지레 많이 느끼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나도 살짝 그래서 엄마한테 많이 혼났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자신에게 지나친 부담주고 있다고, 너무 모든 사건을 심각하게 분석하려들고, 시작도 안해봤으면서 더 오버한다고 말이다.

2. 선택받은 거 아니고 그냥 찌질한 것


서머셋의 비관적인 태도가 자존감을 갉아먹고, 그 자존감 때문에  다른 이들에 대해 비난을 하는 지경에 이른 정신병 상태를 인간화하면, 그 사람이 존 도가 될 것이다.

비만인은 싹다 쓸어 버려야 하고, 창녀들도 제거대상으로 삼은 것이 그녀들의 순결하지 못함을 비난해고 싶어서라는 이야기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부적절한 우월감으로라도 충족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같이 간다는데, 그가 자신을 신이 선택한 자라고 우기며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파시스트적인 시선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이유는 자존감의 부재가 불러온 아름다움, 도덕성에 대한 비틀어진 기준  때문이다. 세상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은근히 불만스럽다보니, '네가 나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는데, 날 무시해'라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는 그를 무시한 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라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영화 끝에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안 주니, 망상 속에서 자신을 신으로  만들고, 계속 밀스를 자극하면서 어떤 암시를 하는데, 그 모습 다시봐도 명치 한 대 치고 싶은 얼굴로 말만 번지르르하게 오만함이 가득한 모습에서 역겨움이 올라왔다. 끝까지 우월한척하는데, 우월해 보이기는 무슨. 한없이 찌질해보일 뿐이었다. 


총평

이 영화는 보고 나는 브래드피트의 눈빛, 연기와 표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양한 적재적소의 표정연기와 활달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와일드한 남자의 모습으로 정말 캐치하게 잘 표현했다고 느꼈다. 외모에 대한 찬양은 아니다. 잘 생기긴 했었지만 하하하.

그리고 브래드피트의 마지막 갈등 속 오열 장면이 이 영화의 감정적 클라이막스인데,  정말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족을 건드린 존 도를 너무 죽이고 싶은데,  죽이면 그의 꾀임에 넘어가는 꼴이 되니, 덫에 걸려들 것인지 분노를 삭일지 결정할 때, 눈빛이 흔들리며 절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너무 안쓰러워 감정이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내가 평가하는 것이 무례이다 싶을만큼 좋았고, 캐릭터들의 성격대비가 명확해서 감정이입도 잘 되는 영화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인 척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