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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Oct 26. 2021

살짝 맛만 보여준, 그래서 다음이 기대되는 영웅 서사시

보긴 했는데, 뭐에 압도된 건지 모르겠어서 적어보는 <듄>리뷰

dune, 모래 사막이라는 뜻이다. 푸릇푸릇한 생명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듄, 아라키스는 그 곳의 원주민인 프레멘들에게는 생존해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다른 민족들에게서 지켜내야만 하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라키스는 다른 민족들의 정복 전쟁의 중심에 서있는데, 그 이유는 아라키스에 우주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라키스의 새로운 주인, 아트레이디스의 후계자인 폴은 자신이 보는 것이 그저 꿈인지 아님 미래인지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자신의 예지 능력으로 인해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자신이 이른바 선택된 자, 메시야라는 예언을 듣는다. 과연, 혼란 속에서도 그는 가문의 후계자로서, 아라키스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아트레이더스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1. sf영화에 투영된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


이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10191년이고, 공간적인 배경은 범우주인 만큼 외계의 존재들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주인공인 폴도 지구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저 외계인이다. 하지만 영화 상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간 관계에서 비롯된 여러 사건들은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막을 두고 정복 전쟁을 하면서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리는 모습, 전쟁을 치르느라 자연의 섭리는 그저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탐욕, 큰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집단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집단과 동맹을 맺는 모습, 이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이 영화의 거시적 메시지를 담은 대사가 있다면, 어찌할 수 없는 모래바람을 컨트롤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자연을 컨트롤해 인간의 이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인간들의 욕심을 꼬집은 듯한 대사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협조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영화 속 인물들 뿐만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기술의 발전으로 밀어붙여 무시하는 현생의 인간들에게도 해당되는 메시지로 보여진다. 결국, 배경만 sf일 뿐이지, 이 영화는 인간의 세력 다툼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탐욕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고, 수려한 비주얼적 배경을 구현하면서 자연은 결코 무시당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설명하는 생태주의적 관점도 엿보이는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2. 두려움을 극복하는 폴에게서 나의 두려움을 보다

폴은 아트레이디스의 후계자로 태어났지만 선택받은 자로 자신이꾸는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예언이라는 말을 듣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선택받은 자로서 미래에 있을 정복 전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자신의 미래를 보고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지게된다. 그가 두려움에 빠질 때마다 나오는 대사,


두려워하지말라,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고 , 세계를 소멸시키는 작은 죽음이다


이 대사가 이 대서사시의 파트 1을 관통하는 대주제이다. 선택받은 자로 태어나고, 알게 모르게 트레이닝 받아왔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모르고, 실전에 내던져진 경험이 없었기에  나약한 아이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나약함은 곧 자신이 짊어질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전하는데, 이 두려움을 극복해내어 생존 전사로 성장을 하는 것이 이 파트 1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모습에서 난 내 자신이 계속 투영되는 걸까. 시간적배경, 공간적 배경 모두 낯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사를 들으면, 누군가 나에게 힘내라고 외쳐주는 것 같아서 묘하게 위로가 되고, 나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폴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인물이 생존 퀘스트를 하나씩 깨어갈때마다 내 자신감까지 올라가게 되어, 이 인물을 계속 응원하게 된다.


3. 총평

영화는 우선 스케일이 크고, 내용도 미완성 상태의 주인공의 각성을 담은 대서사시의 극히 일부만  본 것이라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영화의 집중도가 올라가 지루하다고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폴이 꿈인지 예지인지 모를 이미지를 볼때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슬로우가 걸린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음악이 주는 사운드 임팩트가 영화를 집중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사막에 내던져졌을 때에는 더이상 첨단 기술로 무장한 외계인이 아닌, 그저 생존에 목마른 피난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막벌레에게 쫓기고, 하코넨 일당에게서 쫓기는 장면  등에서 충분히 속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속도감이 느려졌다 빨라졌다가 반복되니, 2시간반의 러닝타임이 걱정한 것 보단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폴이 나약함에 벗어나 위대한 자가 되는 과정에서 프레멘과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파트2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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