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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Aug 13. 2021

앎 or 삶

지식을 대하는 태도

첫째와 둘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다. 둘째 손에는 일회용 비닐팩이 들려 있고 첫째는 그걸 뺏으려 몸싸움 중이었다.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아이들의 싸움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곧 죽는다고!!!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지구가 아프다고!!!” 첫째가 엉엉 울며 말한다. 하도 비닐봉지를 뜯어서 낭비를 하길래 쓰레기 낭비하지 말라고 해줬던 이야기를 기억했나 보다.


   아이들과 함께 플라스틱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매번 새로운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는 아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가 없어서 택한 방법이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끼리 서로를 감시한다. “그건 플라스틱이잖아”  


   첫째가 유독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진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만화영화에서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 날에는 온 집안에 불을 다 끄고 다닌다. 앎과 삶에 있어서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부끄러울 때가 많다.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며 "울지 마,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해줬다. 그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는데 아이들이 싸우던 장면이 마음에 남았다. ‘정말, 이 정도는 괜찮을까?’ 필사적으로 비닐을 쓰지 못하도록 막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웃기지 만은 않았다.


   김훈 선생님의 인터뷰 중에 자신은 책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게 자랑거리는 아니라고 말한 대목이 생각났다. 자기보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할머니들이 훨씬 더 지혜롭게, 세상을 이롭게 하며 살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지식이 없어서 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지식과 정보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식을 채우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는 만큼 살아내는 것에 더 마음을 쏟아야 할 때는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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