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란초 Aug 04. 2021

가까운 사이

칫솔걸이

칫솔걸이를 샀다. 아이들이 쓰고 있는 칫솔은 바닥에 붙여 세울 수 있게 되어 평소 쓰는 칫솔 꽂이 구멍보다 두껍다. 칫솔 꽂이에 안 꽂히니 세면대 여기저기에 그냥 굴러다닌다. 판다 얼굴 모양 칫솔걸이 두 개를 사 가지고 와서 벽에 붙이고 있었다. 둘째가 와서는 씨익 하고 웃는다. "귀엽지?"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판다 한 마리가 떨어졌다. 판다를 다시 주워서 처음 붙였던 것보다는 조금 옆에 붙이자 둘째가 큰 소리로 말한다. "더 옆에 붙여 주세요. 오빠랑 같이 있고 싶단 말이에요." 칫솔꽂이마저 옆에 딱 붙어 있고 싶단 말인가. 오빠를 너무 좋아하는 동생의 마음이 느껴졌다. 정작 첫째는 동생의 그런 모습을 귀찮아한다.


   하루는 둘째가 친구와 함께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자기 전 울기 시작한다. 그 집 누나는 길을 갈 때도 동생 손을 잡아주던데 오빠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엉엉 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들기 시작한 첫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다.


   늘 동생을 귀찮게 여기는 것 같다가도 동생이 아프면 찬물에 수건도 적셔와서 머리에 얹어주고 누가 사탕을 주면 동생것도 꼭 챙겨 온다. 싸우기도 엄청 싸우지만 잘 놀 때면 세상에 이런 친구는 없겠다 싶기도 하다. 자주 싸운다는 건 그만큼 가까운 사이인 거란 거겠지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나란히 붙어 있는 칫솔꽂이를 보며 둘째가 다시 찡긋 웃는다. 그래, 좋아한다는 건 그런 거지. 일상 속 작은 것까지도 함께 하고 싶고 더 가까이 있고 싶은 거지. 꼭 붙어있는 판다들처럼 둘의 사이가 가까운 것 같아서 흐뭇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친한 친구들도 생기고 각자의 삶의 자리들이 생겨날 테다. 하루의 대부분을 공유하고 함께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옆으로 좀 가라고 서로를 밀어낼 만큼 가까운 사이였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부대끼며 서로를 빚어가고 있는 이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