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부신 지금 Dec 18. 2018

퇴사를 준비하다

 - 육아휴직 2개월로 숙고하다


내가 2019년에 기필코 퇴사를 하겠다고 할때 우리 남편은 간곡히 말렸다.


“ 지금 이렇게 바로 그만두면 후회 할수도 있어.

우리 가정 경제가 무너질수도 있으니 육아휴직 남은거 두달 지금 써서 휴직하고 생각해봐 .

지금 바로 퇴사하겠다는 말은 회사에 안했으면 좋겠다.”

나는 원래 휴직만 하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다들 어차피 퇴사할거라고 지레짐작 할거야. 도저히 휴직만 한다고는 말 못하겠어.” 라고 나보다 남들 시선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전적으로 남편말이 맞다. 퇴사는 당장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사라지는 거다. 내가 열받는다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 쉽게 뱉을수 있는 말은 아니다.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돌아보자 라고 나도 마음 먹었다.


‘내가 두달 동안 앞으로 할일에 대해서 준비해본다면 앞으로 나갈건지 아님 회사의 품으로 돌아가는게 나을지 가늠해볼수 있겠지’


이렇게 맘 편히 생각하니 그동안 쌓여 왔던 회사와 팀장과의 앙금도 휴직을 하면서 표현할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우리 팀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 일화는 끝도 없지만 제일 나를 힘들게 했던건 2년 동안 팀원들에게 매주 돌아가며 글을 쓰라 하고 나는 그 글을 컨텐츠화 하는 작업 이었다.


우리 팀은 기업문화 관련 업무를 하는일이라 내부커뮤니케이션을 할수 있는 컨텐츠, 캠페인 등을 진행해야 하는 팀이었다.

글을 쓰는건 전문이 아니였기에 팀장에게 작가를 쓰자 했지만 살아있는 이야기는 직원에게서 나온다는 논리로 팀장은 반대 했다. 그리고 나서 본인 스타일의 글이 아니면 맘에 들때까지 7-8번 수정하라 강요했다. 팀원들은 이러한 탈고(?)과정을 거치고 나면 예외없이 모두 기진맥진 했다. 이건 정말 보고서 쓰기 보다 훨씬 기빨리는 일이라 했다.

전문 작가도 아닌데 일주일에 뚝딱 글이 나오긴 세이브원고도 없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힘든일이었다.

그 힘들게 써낸 글은 2-3주 후면 본인이 쓴양 자기 블로그에 새글로 몰래 올라가 있었다. 팀원들의 재기발랄해보이는 아이디어나 트렌드를 담은 소재는 본인 블로그의 좋은 글 감으로 활용 되어졌다.

나는 이 사실을 4개월전에 알게 되면서 팀장과 이업무를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번번히 본인의 리더십 이야기를 책을 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는 6개월 내내 개인책인지 회사 책인지 모를 책 집필과 편집에 투입되었다.


그의 네이버블로그에는 버젓이 기업문화 개선 전문가라고 소개글이 되어 있었다. 기업문화 개선 할사람이 이렇게 도덕적으로도, 리더십으로도 흠이 있어도 되는걸까 - 말도 안되는 회사의 사람볼줄 모르는 인사 시스템에  화를 넘어 냉소적인 마음이 들었다.


항상 나는 그러한 팀장의 애매하지만 분명 도덕적이지 않은 일들의 반복 때문에 자괴감을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팀원들 승진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만 이사 달고 다른 팀 가신다고 했다.

내 번아웃은? 승진 누락자들은? 쓰미마셍하고 미안하다며 돌아서면 다인가?

나는 이번 기회로 번아웃으로 인한 휴직통보와 함께 리더십에 대한 과오는 커밍아웃하고 사과는 하고 가시라 솔직히 메일로 팩트폭격을 했다.


그는 어떻게 했을까 ?

바로 당일 오후 다섯시에 팀원들을 불러놓고 본인 고해성사겸 심심한 사과를 하는것이었다.

몰래 팀원들의 글을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 올려 미안하다고 했다. 개인영리 달성이 아니고 진심 한국의 리더들이 걱정되서 한국리더들이 힘내라는 의미에서 우리의 글을 본인 블로그에 게시했단다.

전혀 공익에 관련된 활동이라 생각하여 저작권 침해라고,  나쁜 짓이라 생각 못했단다.

불혹을 훨씬 넘긴 대기업 15년 넘게 다닌 사람이 할말은 아닌듯하다,, 어설픈 사과에 웃음이 났다.

어이없게도 2년동안 힘들었는데 공개적으로 이야기 해버리니 깨갱하며 쉽게 잘못을 시인하는 그가 호쾌한게 아니라 비겁해보였다.

워킹그룹장 씩이나 하는 닳고 닳은 직원이 갑자기 빡치며 아프다며 육아휴직까지 쓰고 단호하게 팩트폭격 메일을 쓰니 내가 인사팀이나 감사팀에 이를까봐 무서웠던걸까 ,,

나의 육아휴직과 함께 하는 팩폭에 급하게 불을 끄기 위해 잘못을 쉬이 인정하고 급선회하는 그 뒷모습이 리더로서 전혀 도덕적이거나 착해 보이진 않았다.

회사는 하루하루 조직 개편이다, 임원 변동이다, 거기에 관리자 연봉 삭감계획에 살얼음 판을 걷는다.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제일 먼저 중간 관리자에게,  손쉬운 방법으로 희생을 강요하는걸까. 어디 다른데 못가니까.? 가정의 가장이라 쉽게 못살게 굴어도 그만 못두니까.?

이제 또 다시 2년째 동결된 연봉을 다시 더 깎는다는 소문에 참으로 기운 빠진다.


직원의 로열티를 바라면서 직원에게 희생도 하라는 기업문화. 과연 진짜 회사는 기업문화를 개선할 생각은 있는걸까?

지금까지의 직원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는 직원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 할짓은 아닌것 처럼 보인다.  

직원을 일관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정책과 제도를 담당하는 팀에서는 위에서 시킨대로, 되는대로 걸리는대로 들쑥날쑥 굴러간다.

직원에게 열린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갈 속깊은 철학은 아이러니 하게도 기업문화 관련 업무를 5년을 했지만 나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팀장과도 안맞았지만, 결국 그런 팀장을 낳은 이런 회사의 철학의 부재가 결국 나의 번아웃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

나는 그 찝찝한 팀장이 없더라도 이제 이 회사에 돌아갈수 없는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가게를 하고 싶으세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