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KBS 간판 아나운서
10여권의 책을 쓰고 , 번역을 한 작가
허핑턴포스트 한국 편집인
알랭드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
사업가
손미나 작가를 설명하는 직업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손미나'라는 사람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히 30대 이상의 사람들은요.
늘 철저하게 자기 관리하는 사람
과감하게 도전하는 사람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
자유롭게 여행하며 글을 쓰는 여행자
일년에 책 한권을 써낼 수 있는 부지런한 작가
그 동안 제가 생각하던 손미나 작가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손미나 작가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자기관리도 잘 못하고, 계획을 세워도 매번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손과 발이 움직여서 계획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며, 두려움도 많고 겁도 많아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3분의 1도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손미나 작가와 같은 여성을 정말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1인 중에 한명입니다. 제가 가지지 못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멋진 언니 입니다. 몇년 전 업무를 하다가 강연자로 손미나 작가를 섭외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카리스마에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이 불행하다니요.
손미나 작가는 태국으로 휴가를 떠났고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뜻밖의 우울감과 무기력을 맞닥드리게 됩니다. 그 감정을 들여다 보기 위해 구루를 만났고 그를 통해 자신의 정신이 마음과 몸에 상처를 입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자신을 지배하던 정신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과 몸을 사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쿠바에서 한달간 살며 살사춤을 배우며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되고, 코스타리카 히피 마을에서 두달을 살며 요가와 서핑을 통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탈리에아에서 한 달을 살며 이탈리아어를 배우면서 사람들과 관계맺기 연습을 합니다.
그녀의 경험을 녹여낸 책 한 권이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손미나 작가처럼 번아웃이 올만큼 인생을 꽉 채워서 살지도 않고, 그리 잘나지도 풍족하지도 않은 삶이긴 하지만 늘 감사한 마음이 들고,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나는 진짜 행복한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이런 마음에 '나는 진짜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네요. 늘 감사하다고, 행복하다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우울감과 무기력함, 그리고 불안함과 두려움은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당연한 감정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비록 손미나 작가처럼 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상을 떠나 긴 시간동안 여행을 하며 마음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손미나 작가의 경험을 나누어주는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책 속의 문장을 챙겨놓고, 내 생활 속에서 대입해보고자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기운이 빠질 때
육아에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짜증이 날 때
바쁜 일들에 치여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
아무 이유 없이 우울감이 들 때
말이죠.
동시에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최선을 다해 직장생활을 하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속상해하고 있는 친구
늘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친구
육아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친구
삶의 큰 변화를 앞두고 훗날을 미리 걱정하면서 현재를 즐기고 있지 못하는 친구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친구
번아웃이 온 직장 동료
나와 내 삶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만큼 열심히 사는 것이 정도라고 믿었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상처 주는 일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너무나 아팠다.
p.7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잠시 기다리면 다시 원점에 가까운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어떤 실패도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삶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
p.105
늙는 것에 초연한 사람이 있을까. 피해갈 도리 없는 순리이지만 그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내 주관대로 사는 삶'을 지향했지만 나 역시 나이 먹는 일에 민감해질 때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거울 속 내가 못나 보이고, 어쩌다 밤샘 작업이라도 하면 다음 날 사경을 헤매고, 능력있고 파릇파릇한 후배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든다. 젊은이란 것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스스륵 빠져나가는 것만 같아 묘한 서글픔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는 못해도 생각을 달리하면 내게 주어진 젊음과 에너지, 육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길게 쓸 수 있지 않을까. 나이 들수록 절감하는 것 중 하나는 체력이 떨어지느니 차라리 주름이 생기는 게 낫다는 거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신감까지 흔들리기 때문에, 피부 관리보다 운동이 백배는 중요하다. 내게 체력을 키운다는 건 곧 세월도 이겨낼 당당한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p.108
몸의 주인은 마음이지만, 마음의 스승은 몸이라도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몸이 곧 나일까요. 마음이 곧 나일까요? 나 자신을 만난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요? 요가의 세계에서는 나를 만난다는것이 내 호흡을, 즉 지금 현재의 순간을 오롯이 느낀다는 것을 뜻하지요. 지금 바로 여기에 몸과 마음, 정신이 모두 함께 머무는 것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몸은 여기두고 정신과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는 상태로 살지도. 당신의 마음과 정신은 어떤가요? 당신 몸과 함께 지금 여기 있습니까?
p.121
생활이 단순해지면 머릿속도 깨끗해진다. 적게 소유할수록 근심도 줄어든다. 우리 마음에 충만한 기쁨을 안겨주는 일들은 의외로 사소한 것들이다.
p.126
인간을 왜 '휴먼 빙'이라고 하는지 아니? being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야. 근데 넌 그거로는 부족해서 자꾸 뭔가를 손에 더 넣어야 한다는 듯이 살잖아. 네 삶엔 너무 여백이 없어. 잠시 쉬면서 너의 존재를 음미할 틈이 없으니 늘 허기가 지겠지. 그렇게 발버둥 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단다.
p.129
결국 어디서 살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을 결정하는 건 자기 인생을 대하는 태도다.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무엇인지, 자기 삶의 어느 부분에서 욕심과 집착을 덜어내야 할지 아는 것.
p.132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나요? 내 몸 대신 저 앞에 있는 사람의 단단하고 날렵한 몸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요? 그건 너무나 큰 배신행위나 마찬가지예요. 평생 함께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군을 못마땅해하고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명심하세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이 만들어놓은 한계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p.143
처음엔 상처받다 나중엔 굳은 살이 박히고 이제는 나만의 관계 맺기 노하우가 생겼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 '가볍고 길게 갈 것'
p.167
감정의 중요한 특성은 바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여덟 살 아이에게도 여든 살 노인에게도 똑같은 감정들이 존재해요. 단지 표현하는 법을 잊었거나 억지로 조절하고 있을 뿐 우리 안에는 그 모든 감정이 똑같이 존재해요.
p.172
상처받을까, 거정당할까, 사랑받지 못할까, 버림받을까, 실수할까, 보잘것없이 느끼면 어쩌나, 실패하면 어쩌나,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p.218
심신이 극도의 피로를 느낄 때까지 치닫지 않고, 하루 중 잠깐의 틈을 내어 공원을 산책하거나, 두어 가지 요가 동작을 해보거나, 명상을 하거나, 그도 어려우면 5분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고 그것을 매일 떠나는 미니 휴가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반복해서 실천한다면 아마 삶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거에요.
p234
마음 챙김이란 억지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라요. 그보다는 현재 시점에 집중하되 현재에 머물고 있는 혹은 일어나고 있는 모든 내외적인 요소와 존재, 감정, 자극 등을 아무런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챙김은 현재 이 순간, 이 자기에 있는 우리의 의식과 마음을 인식하는 것이지, 자기도 모르게 끼어드는 생각들을 쳐내거나 어디론가 해매는 정신을 억지로 이 자리에 데려다놓는 걸의미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보는게 맞지요. 유랑하고 헤매는 의식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그걸 다 품어주는 것이 마음챙김이에요.
p.240
유랑하고 헤매는 의식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그걸 다 품어주는 것이 마음챙김이에요.
'어떤 문제가 있어', '어떤 걱정이 있어'라고 했을 때 '걱정하지 마'라고 문을 닫아버리는 게 아니라, 무슨 걱정인지에 관심을 갖는 거죠. 단 그것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그 어떤 판단도 해선 안 돼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도 말아야 해요. 그냥 있는 그대로 품고 바라보고 흘러가길 기다리는 거죠.
p.242
마음챙김은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자기의식, 생각, 정신, 마음상태를 다루는 걸 말해요.
p.247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 하나는, 앞으로도 열정을 품고 살아가되 식물을 키우는 마음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세상 일은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억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중략) 세상 모든 대상을 식물 키우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고요. 부족함 없이 햇살과 물을 주며 사랑해야 하지만 그 식물이 얼마나 클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언제까지 생명을 유지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요.
p.254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으면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지구상 어디에 있든 진정한 행복 안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p.255
* 성장판 독서모임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읽었으나 주관적인 생각과 감상을 담아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