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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30. 2020

아이를 안고 당근마켓 서성이기

육아 필수템 '당근마켓' - 광고 아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의 노력이 필요하다.
- 아프리카 가나 아샨티(Ashanti) 지역 속담


바운서, 젖병소독기, 아기 침대, 신생아 슬링, 에듀볼, 전동 바운서, 보행기, 범보 의자, 놀이방매트, 목욕통...

모두 당근마켓에서 구매하거나 무료 나눔을 받았던 육아 용품입니다.


당근마켓의 당근은 말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당근과 채찍질할 때 쓰는 그 당근이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먹는 당근을 떠올렸으나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판교에서 근무하던 2명의 창업자들은 사내 벼룩 게시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판교 장터'라는 중고물품 직거래 서비스를 만들었고, 현재 월 방문자수 1천만 명에 달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60대 부모님들도 사용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도록 설계가 되어있고,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최대 반경 10km 이내에만 물품이 노출되어, 정말 당신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과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지역기반 서비스라는 점 만으로도 성공 이유는 충분한 듯합니다.


2020년 3월 기준으로 중고거래 앱 사용률은 당근마켓이 67.6%로 가장 높다고 합니다. 1년 전보다 앱 사용자 수가 230배나 늘어났다고 하네요. 거기에 저도 한몫했습니다.

출처 :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


특히 당근마켓은 육아맘들이 키운다는 말도 있을 만큼 육아용품을 나누는 데에 유용한 플랫폼입니다. 저도 아이를 낳기 한 달 전부터 당근마켓을 이용하기 시작했죠.


처음 알아본 아이템은 '아기 침대'였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어떤 육아용품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죠. 인터넷 서핑을 하고, 맘 카페도 가입하면서 정보들을 수집해보지만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준비하는데 젬병인 제 성격도 한 몫해서 일단 낳고 그때 필요한 게 보이면 사기로 했죠.


그런데 문득 아이는 대부분 누워있을 것이고, 조리원에서 집에 오자마자 잘 곳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생각에 아기 침대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근마켓에 키워드 등록을 해놓고, 내가 찾고 있는 아이템이 올라오면 들어가서 살펴봤습니다.


아기 침대를 구매했고, 아기침대를 판매하신 분이 아기 식탁, 수유쿠션, 바운서까지 덤으로 주셨습니다. 이런 상황이 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죠? 감사한 마음에 롤케익을 하나 사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기 침대는 아기가 통 누워있지를 않았던 탓에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당근마켓에 판매를 했고, 덤으로 받은 아기 식탁, 수유쿠션, 바운서는 정말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당근마켓 중고거래의 첫 경험은 이렇게 따뜻하고 풍성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당근마켓 첫 경험을 통해 저는 당근마켓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죠.


돈을 버는 곳보다는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곳


당근마켓은 돈을 버는 곳보다는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곳의 개념이 큰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아이를 안고 당근마켓을 서성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아이와 저는 주중에는 친정에서 생활을 하고, 주말에 저희 집으로 돌아가는 이중생활을 하는 터라 대부분의 육아용품이 두 개씩 필요한 상황이죠. 보행기도 두 대, 바운서도 두 개, 침대도 두 개, 놀이매트도 두 개, 젖병 소독기도 두 개, 장난감은 두 배. 육아용품들을 최대한 주변에서 물려받고, 부족한 것들은 당근마켓에서 구매를 하거나 무료 나눔을 받았습니다.


당근마켓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아이가 10개월이 지나가면서 벌써 사용하지 않는 육아용품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상태가 좋은 물건들은 다시 당근마켓에 판매합니다. 물론, 제가 구매한 가격보다는 저렴하게 판매하죠.


당근마켓에서 주고받는 것은
 물건과 물건값뿐만이 아니다


육아용품을 거래하기에 거래 대상자들은 대부분 신혼부부나 임산부, 아기 엄마 아빠들입니다. 물건을 받으러 가거나 팔기 위해 약속된 장소에 나가면 대부분 젊은 아빠들이 아내의 지령을 받아 물건을 전달해주고, 비용을 받습니다.


당근마켓에는 동네 이웃이라는 친근함, 육아를 하는 처지에 있다는 동질감이 있습니다. 물건을 거래한 후 "감사합니다", "잘 쓰세요"라는 인사가 참 따뜻합니다. 당근마켓의 거래내역과 후기가 쌓이면 올라가는 온도만큼 당근마켓을 서성이는 제 마음의 온도도 점점 높아집니다.


아프리카 가나 아샨티 지역에서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온 동네의 노력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현대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당근마켓을 통해 육아용품을 나누며 그 일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는 동네 생활과 취미 공유 및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지역 맘카페를 대신할 수 있는 플랫폼, 동네를 더 많이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당근마켓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오래도록 좋은 사용자로 남겠다고 약속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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