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은 우리 안에 잠재한 긍정적인 면이 밖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이기심, 탐욕, 미움, 편견, 의심, 공격성 대신에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 이해, 감사, 연민, 배려가 우리 마음을 채우도록 하는 것이다.
<비폭력대화> 마셜B 로젠버그
310일 조금 넘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직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끊임없이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이름도 부르고,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우는 것으로 밖에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왜 우냐고 묻기도 합니다. 동화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기도 하죠.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기도를 해주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는 상황이기도 하네요. 그래도 아이는 다 듣고 있고, 다 보고 있고, 보고 듣는 것들이 인지와 성격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말과 행동 모두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겠죠.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를 향해 던지는 말 중, 은근히 많이 하게 되지만 아이에게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말들 몇 가지를 꼽아보고자 합니다.
물론 훌륭한 육아서는 많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잘 정제된 지식과 정보들을 전해줍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간의 경험을 담아 기록도 하고 기억도 하는 차원에서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안돼
"안돼", "하지 마" 정말 많이 하게 되는 말입니다. 아이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더 많이 쓰게 되네요. 지저분한 것을 입으로 가지고 가거나 위험한 곳으로 움직일 때 다급하게 "안돼"라고 이야기합니다. 벌써부터 '잘했다'는 말보다 '하지 마'라는 말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는 듯하네요.
아직 돌도 안된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될까요? 하고 싶은 대로 실천해낼 수 있는 일 또한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안된다는 말을 그렇게나 많이 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지저분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사전에 정리해놓으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안돼"라는 말은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안된다는 말 대신 "다른 거 해볼까?", "이거 가지고 놀까?"라는 말로 대체해보아야겠습니다.
“위험해” 대신 “조심해서 해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조심하면 위험하지 않고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주는 말입니다. 조심시키되 아이를 위축시키지 않으니 좋은 표현입니다.
<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정재영
누가 그랬어?
이 말은 제가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어르신들이 은근 많이 하시는 말입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달래면서 "아이고, 우리 아가, 누가 그랬어"라는 말을 합니다. 아이는 그냥 졸려서 울거나, 배가 고파서 울거나,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못해서 우는 것인데 말입니다.
"누가 그랬어"라는 말은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말입니다. 남 탓을 하게 하는 말입니다. 분명히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입니다.
어어어 어!!!!!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할 때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지양해야겠습니다. 주로 위험한 상황이 될 때 놀라며 큰 소리를 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깜짝 놀란 토끼눈이 됩니다. 아이에게 불안을 주는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발 자라
그만 울어라
잘 때가 지났는데도 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돌보는 건 굉장히 힘이 드는 일입니다. 거기에 잠투정을 하며 울기까지 하면 온 몸에 진이 다 빠집니다. 때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울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제 제발 자라', '제발 그만 울어라', '대체 왜 그러니'라는 말을 뱉어내게 되죠. 아이만큼 정직한 존재는 없습니다.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 울음으로밖에 불편함을 표현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어른들이 알아챌 수 없을 뿐입니다.
'그만'이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아이의 필요를 먼저 찾고, 아이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도록 애써야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어른들의 생각과 어른들의 삶의 리듬에 아이를 끼워 맞추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어요.
이런 건 닮지 마
주로 남편이 미운 행동을 할 때 아이한테 속닥거리며 하는 말입니다.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걸 잘 알지만, 그냥 분하고 얄미워서 말도 못 하는 아이를 빌어 내 감정을 표출해냅니다.
사실 내가 남편의 밉다고 생각하는 행동 또한 고정관념의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철저히 내 중심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남편 흉을 보지 말아야겠습니다.
남편은 나의 배우자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아빠이거든요. 아이가 아빠를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아이에게 더 많은 말을 할 것이고, 셀 수 없는 대화들이 오가겠죠. 아이는 물과 같아서 어떤 그릇에 담아내느냐에 따라 그에 맞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이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주의해야겠습니다. 또한 무지가 폭력이 되지 않도록 공부도 해야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