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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May 07. 2018

직장인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 5가지

지바 마사야 <공부의 철학> - 공부의 재발견

나는 공부를 싫어한다.


그렇다. 나는 공부를 싫어한다. 아니, 싫어해왔다. 나에게 있어 공부란 시험을 보기 위해 그저 외우고, 문제를 풀고, 패턴을 익혀 점수를 잘 받는 일종의 도구였기 때문이다. 공부는 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제한했고, 잘 하지 못해서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존재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공부=시험"이라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공부(또는 시험)는 학교를 졸업해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히는 좀비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요즘엔 샐리던트(Salary man+Student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직장인들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강남이나 종로의 어학학원은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로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마다 북적인다. 또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회사 내에선 승진 시험 합격을 위해 계속 공부한다. 공부를 싫어하는 나로선 이러한 현실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직장인, 진짜 공부를 하기로 하다.


이토록 공부를 싫어하는 내가 어떤 책 한 권을 읽고 공부가 하고 싶어 졌다. 엄밀히 말하면, 진짜 공부가 하고 싶어 졌다. (어학 공부나 자격증 공부, 승진을 위한 공부가 가짜 공부라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그토록 싫어하는 나를 공부하고 싶어 지게 만든 책은 바로 <공부의 철학>이라는 일본의 지바 마사야라는 철학자가 쓴 책이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 <공부의 철학>


이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파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작가가 책의 서두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있는 것 또한 '파괴'에 대한 것이다. 기존에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쌓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공부는 자신을 무너뜨리는, 즉, 파괴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자기 파괴로서의 공부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공부에 대한 개념을 파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의미 또한 파괴하고 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낯설게 볼 수 있어야 하고(도서에서는 동조에 서툴러진다고 표현한다), 그 방법으로 '언어'라는 것을 제시했다. 왜 언어일까? 우리는 현실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언어라는 필터를 한 번 거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고, 동시에 언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언어의 (해방적인) 힘'이며, 이를 통해 지금 속해 있는 환경에는 없는 가능성을 상상함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일반 공부법이란 언어를 언어로서 조작하는 의식을 키우는 일이다. 그것은 언어 조작에 의해 특정한 환경의 동조로 유착되지 않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직무 이동이 있어서 기존에 하던 교육 업무 대신 홍보 업무를 담당한다고 하자. 그동안 익숙했던 교육 용어 대신, 단어조차 생소한 홍보 관련 언어들을 사용해야 한다. 단순이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새로운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쉽게 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냥 달달 외워서 적재적소에 써먹는 편이 편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자신에게 지식이나 스킬을 덧입히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법, 사고하는 법을 뿌리부터 뒤흔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과 위화감이 일종의 자기 파괴이며, 진짜 공부의 첫걸음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면 굳이 이렇게 자기 파괴까지 해가며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언제까지나 현재의 환경에 동조하며 살고 싶지 않은 직장인이라면, 내가 처한 환경을 바꿔보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진짜 공부(깊은 공부)의 세계로 발걸음을 마땅히 내디뎌야 한다.




<공부의 철학>에서 직장인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 5가지를 도출해보았다.


1. 하던 공부 멈추기

더 이상 환경에 나를 맞추지 말라


공부하기 너무 좋은 세상이다. 어학 공부만 하더라도 인터넷만 열면 무료 학습자료가 넘쳐나고, 서점에는 수백 권의 책들이 나와있으며, 학원 및 스터디, 심지어 전화를 통해 언제든지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즉,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진짜 공부(저자는 '깊은 공부'로 표현하고 있다.)를 위해서는 일단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제안한다. 한정된 것, 즉 유한한 범위에서 가만히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고. 무한히, 정보의 바다에서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파도에, 동조에 그저 휩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나는 이것을 공부했다'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공부를 '유한화' 하는 것이다.


끝없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불안한 마음에 안도감 한 스푼을 더하고자 밀려드는 지식과 정보를 흡수하여 능력치를 +1 획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만히 멈춰 서서 동조에서 빠져나와서 주변에 맞추려 애쓰던 나를 파괴하고 상실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또한, 늘 그래 왔듯... 하는 당위에서 한발 물러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아무리 힘든 환경이라도 거기에 동조하고 유착하려는 면이 있다.

환경과 유착된 자기 자신을 해체하지 않으면 결국 개선하고 싶은, 즉 탈출하고 싶은 환경에 유착된 자신을 언제까지고 질질 끌고 다니게 된다.


진짜 공부를 통해 내가 변화되고 싶다면, 환경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일단 멈춰 서서 주변에 맞추며 애쓰던 자신을 일부러 파괴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속한 환경에서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어색하고 불편하더라도 언어를 그 자체로서 조작하려는 의식을 높이는 언어 편중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2. 재수 없는 사람 되기

'진짜 일'을 하고 싶다면 문제를 일으키라
공부를 통해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재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 동조에 서툴러지고, 재수 없어지고, 약아빠진 사람이 된다. 공부하는 이상 그것을 피할 수 없다. 그것 없이는 깊은 공부가 불가능하다.

재수 없는 사람. 표현이 좀 과격한가? 저자는 환경에서 '겉돌아' 적합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함으로 진짜 공부, 자유를 위한 공부를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아이러니, 유머다. 다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아이러니, 유머의 의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도서에서 말하는 아이러니(츳코미)는 코드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것이고, 유머(보케)는 코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우리가 무심코 하는 동조를 지적하여 올바름을 추구하며, 대화를 깊게 만드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다. 또한, 진짜 공부의 기본이 된다. 더불어 이로 인해 직장인들은 '진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린인>의 저자 셰릴 샌드버그의 사례를 들고자 한다.

셰릴 샌드버그가 페이스북 COO로 근무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베이의 마케팅 선임이사로 일하고 있던 로리 골러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페이스북에서 일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로리 골러는 전화를 해서 본인이 잘할 수 있고 좋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두 이야기하리라 마음먹었으나, 생각해보니 지원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로리 골러는 셰릴 샌드버그에게 "당신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요?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셰릴 샌드버그는 지난 10년간 수천 명을 채용해왔지만, 로리 골러처럼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며 그녀를 채용했고, 로리는 그 당시 페이스북에 필요했던 '인재 영입'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물론, 그 업무는 로리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업무였으며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인공 서열을 포기하고, 직급을 낮춰 일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진짜 일이며 진짜 공부가 아닐까 한다. 당연하게 진행되는 구직 활동에 딴지를 던져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환경의 코드에 맞지 않는 것을 일부러, 자각적으로 생각해보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본 것이다.


더불어 셰릴 샌드버그는

하나의 조직이나 기업에 들어가 하나의 사다리를 오르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으며, 더욱 창의적으로 경력을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준 직함을 평가하지 말고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진짜 일을 하라고 한다. "Do Real Work!!"


조직에서 승진하기 위해 무심코 동조했던 환경에서 한 발 물러난 시점, 즉 메타적(고차원적) 입장에서 상황을 들여다보고, 일상생활에 의식적으로 딴지를 거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커리어에 일부러 문제를 일으켜보자.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 혹은 전직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뭐든 대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러니를 통해 근거를 의심했다면, 유머를 통해 시각을 바꾸어 코드를 확장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유머에 대한 이야기는 세 번째 공부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 <공부의 철학>이라는 이 도서 자체가 아이러니와 유머가 굉장히 잘 실현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부란 '문제의식을 지니는 것'이다. 뭔가 석연치 않고 불쾌한 이 상태를 일부러 즐겨야 한다.



3. 작심삼일을 즐기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한 눈을 팔아라


나는 뭘 하나를 꾸준히 못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조금 하다 보면 저것에 관심이 생기고, 저것을 조금 하다 보면 그것에 관심이 생긴다. 조금 하다 보면 이것에 맛을 느끼게 되고, 금방 지루해진다. 그리고 동시에 저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나를 간지럽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이것저것 해본 것은 많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뭘 하나 꾸준히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곤 한다.


그러나, 이 도서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작심삼일을 이용하여 한 눈 팔기(유머)를 시도하라고 한다. 여러 개의 전문분야를 '횡적'으로 공부하여 작심삼일식으로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그 분야의 담을 넘을 연결고리를 발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 공부의 묘미다. 그리고, 그러한 연결고리를 통해 새로운 한 전문분야의 동조로 들어가는 진짜 공부가 가능하다.


단, 작심삼일이 산만해지지 않고, 지속하려면 공부의 경과를 '공부용 노트'에 쓰는 것이 중요하다. 노트는 중단되고, 게을러지더라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거점이 되며, 주변의 동조에 휩쓸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다.


한 눈 팔기, 즉, 유머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른 시각으로 전환해보고, 또한 다른 시각끼리 비교해본다. 실제로 저자가 근무하는 대학원에서는 디지털 게임과 관련해 수집한 노트와 정신분석학 관련 노트와 시너지를 일으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사례들이 자주 있다고 한다.


작심삼일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폭넓은 지식과 자신을 연결하는 작업이며, 이것이 업무에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교양을 형성할 수 있는 진짜 공부 도구가 될 것이다.

깊은 공부는 잠깐 찾아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잠깐 찾아보는 것에서 변신이 시작된다.
지금, 무언가 신경 쓰이거나 찾아보고 싶은 것은 없는가?



4. 글 쓰기

생각을 확장하고 싶다면 일단 쓰라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나서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풋에 너무 익숙하다. 틈만 나면 인터넷 창을 열고, 스마트폰을 켜서 쏟아져 나오는 글들을 읽는다. 그리고, 읽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러한 끄덕임은 '그저 끄덕임'일 뿐이다. 또한, 쓰기는 읽기보다 심리적 장벽이 높다. 그렇다고 쓰기를 안 하기엔 쓰기의 가치가 너무 크다. 게다가, 글쓰기의 도구는 '언어'다. <공부의 철학> 전반에서 말하고 있는 언어 편중성을 실천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저자는 쓰기의 기술은 오히려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는' 습관에 의해 향상된다고 한다. 일단 써야 한다. 다만,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자유 연상하듯 자유롭게 쭉쭉 써 나가라고 하며 '아웃라이너'라는 앱 활용을 추천한다. 긴 문장을 쓰는 것이 어렵다면, 떠오르는 생각들을 중심으로 목록화하여 축적해가는 글쓰기 방법을 기본을 삼아 일단 시도해보자.

아웃라이너 앱(dynalist)



5. 친구 만들기

재수 없는 친구를 가까이하라


공부는 지속적으로 동조에 서툴어지고, 딴지를 걸고, 새로운 시각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내가 아닌, 나와 다른 언어를 활용하는 친구와 함께하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된다. 그 친구가 재수 없는 친구라면 더 좋을 것이다. 직장 내에서 스터디 모임이나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조 그대로의 동조와 자기 목적적인 동조를 즐기는, 다가올 바보끼리, 서로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무의미를 울리는 공부의 대화가 절실하다.




책 속의 문구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공부란 기존의 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기존의 생활 속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또 다른 '타임라인'이 생긴다. 기존의 생활에서 겉돌며 존재하는 공부의 타임라인이다.

직장인들이여, 진짜 공부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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