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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Oct 14. 2018

틈만 나면 중국 여행

가고 싶습니다.

우리 부부는 중매로 만났습니다.


위의 한 문장을 읽고, 저희 부부는 누군가의 소개로 서로를 만나서 결혼했다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연애결혼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두줄 만에 들통날 거짓 정보를 흘렸을까요?

제가 말한 중매는 중국의 매력의 줄임말입니다.

아재 개그로 장난 좀 쳐봤는데... 죄송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ㅋㅋㅋ)


저희는 일을 하면서 갑돌이와 을순이로 만났습니다. 둘 다 주니어일 때 일에 치이며 서로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던 중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게 되었던 것이죠. 말과 마음이 통하려면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중국, 그리고 중국어였습니다. 공통으로 느끼고 있었던 중국의 매력이 우리를 만나게 한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중국의력으로 만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요.


저희 부부는 서로 다른 점이 참 많습니다. 결혼하고 나니 더욱 그런 것 같군요.

기본적인 성격이나 기질이 다릅니다. 식성도 다르고,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공통적으로 중국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고 하는 것에 비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늘 중국에 가고 싶어서 중국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어떤 지역으로 여행을 갈지 이야기합니다.


서로 다른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게 된 중국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먼저, 중국어입니다. 잘 밝히지 않는 부분이지만, 전 사실 중어중문학 전공자입니다. 전공을 잘 밝히지 않는 이유는 부끄러워서입니다. 중문학을 전공했다고 하기엔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데는 오래 걸려도, 잊어버리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더군요. 그렇지만, 전 한자가 좋아서, 중국어라는 것이 좋아서 중어중문학으로 학부 전공을 선택했던 것이고, 그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가끔씩 중국어가 보이거나 들리면 본능적으로 참 반갑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1년간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중국어를 재미있게 배웠다고 합니다.

중국 여행은 중국어에 노출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중국에 가면 길거리에서도, 대중교통을 타면서도, 식당에서도 온통 중국어가 보이고 들립니다. 특히, 택시 기사님과 하는 대화는 참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택시 기사님과 대화를 아주 편하게 할 수 있다면 중국어 실력이 상당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각 지역별 방언이 있고, 택시 기사님은 그 지역의 방언을 가장 잘 사용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생존형 중국어를 구사하는 수준이지만, 사방팔방 온통 중국어가 보이고 들리는 그 환경에 몸을 내던지는 게 참 좋습니다.

중국에 도착해서 보이는 거리의 간판만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와중에 중국인들은 무단횡단을 하는군요;;


다음은, 중국에 대한 향수입니다. 남편과 저는 대학시절 각각 1년간의 어학연수 경험이 있습니다. 서로의 존재도 모르던 그 시절, 남편은 청도(青岛, 칭다오)에서, 저는 대련(大连, 따리엔)에서 어학연수를 했습니다. 고작 1년 머무른 경험으로 향수를 느낀다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각자가 느낀 중국에서의 1년의 깊이는 꽤나 깊었나 봅니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한지 벌써 1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중국에서 만났던 친구들, 먹었던 음식들, 방학기간을 이용해 떠났던 여행의 경험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다시 중국 여행을 가면 13년 전에 중국에서 느꼈던 자유로움과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중국 어학연수 당시 찍은 사진입니다. 일상에 녹아있던 이런 풍경들이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중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 또한 우리를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중국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중국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들만 먹는다는 것이 저희의 철칙입니다. 그냥 흰쌀밥에 닭고기 캐슈넛을 볶아 만든 꿍바오지딩(宫保鸡丁), 중국식 가지볶음 위샹치에즈(鱼香茄子), 두부피에 싸 먹으면 맛있는 찡장로우쓰(京酱肉丝), 위상로우쓰(鱼香肉丝), 집에서도 가끔 해 먹는 토마토 계란 볶음 시홍스차오지단(西红杮炒鸡蛋) 등을 반찬으로 곁들여 먹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먹는 마라탕(麻辣烫)도 즐겨 먹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음식은 꾸어차오미씨엔(过桥米线)입니다. 운남(云南, 윈난) 지방 쌀국수인데 어학연수 시절에도 주 1회 이상은 꼭 먹었고, 중국 여행을 가면 꼭 찾아서 먹고 오는 메뉴입니다. 살이 많이 찐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것이 바로 꾸어차오미씨엔(过桥米线)입니다.
중국은 진정 먹거리의 천국입니다. 재료도 신선하고, 양도 많습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을 경험하는 것도 중국 여행의 묘미입니다. 중국이 변화하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대련은 2005년 어학연수 후에도 2013년에 한 번, 2016년에 한 번 더 갔었는데 갈 때마다 바뀌어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유 자전거,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야시장이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도 전자 페이로 계산이 가능해서 현금은 거의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중국에 빨리 가서 경험해보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좌)중국의 공유자전거 (출처 : 신화망) /  (우)길거리 포장마차에서도 전자화폐 사용이 가능한 중국 (출처 : 시사인)


마지막으로, 중국의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움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은 지역마다 매우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들은 서로 다른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땅 넓이만 해도 우리나라의 100배가 넘으며, 총 56개의 민족들이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죠.

천안문, 고궁, 만리장성이 있는 북경(北京, 베이징), 북경 이전 최고의 고도이자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서안(四安, 시안), 유비의 도읍 성도(成都, 청두), 적벽대전 등 삼국지에 등장하는 사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장강(长江,창장) 등에 가면 중국의 역사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습니다.

계림(桂林, 꾸이린), 장가계(张家界, 장지아지에), 구채구(九寨沟, 지우자이거우), 황산(黄山, 황샨), 내몽고(内蒙古, 네이멍구)는 풍경이 아름다워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손꼽힙니다.

다양한 소수민족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씨장, 내몽고 자치구, 연변 조선족 자치구, 닝샤 회족 자치구, 광시 장족 자치구,  그리고, 가장 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샹그릴라가 있는 윈난 성에 가면 됩니다.

백두산인 장백산(长白山, 창바이샨), 윤동주 시인이 자란 용정(龙井, 롱징), 두만강이 있는 도문(图们, 투먼)에서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발자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은 지역별 특색에 따라 여행할 곳이 무궁무진합니다. 평생 동안 중국의 왠만한 모든 지역을 여행해보는 것이 제 버킷리스트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다녀야겠군요.

북경부터 티벳 씨장까지 4천여 킬로미터를 46시간 동안 달리는 칭짱열차(青藏铁路) 여행은 정말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출처 : chinatravel)




저희 부부는 오는 12월에 상해로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두었습니다.

2005년, 2014년 이후에 처음 가는 상해,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합니다. 공유자전거도 이용하고, 전자결제로 길거리 음식을 사먹어보고 올 예정입니다.

또한, 상해는 대련, 청도, 천진과 마찬가지로 바다와 닿아있는 도시라 저희 부부가 각각 대련, 청도에서 느꼈던 향수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갑돌이와 을순이로 함께 출장을 갔었지만, 비밀연애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끽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합니다.(ㅋㅋㅋ)

또다른 중국의 매력을 경험하고, 추억꺼리도 챙겨오겠습니다.


p.s. 상해에서 꼭 가보면 좋을 곳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소문난 중수거(钟书阁)는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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