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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11. 2018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글태기가 온 걸까요?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5일 첫 글을 썼으니,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글을 쓰고 싶었고, 또 잘 쓰고 싶었고, 살면서 적어도 책 한 권은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글을 매주 쓰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2주 이상 글을 쓰지 않은 적은 없었네요. 뭐든지 '꾸준히'하지 못하던 제가 이렇게 1년 넘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간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문장에 마침표를 찍기가 힘들었고, 쓰던 글을 마무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썼던 글의 결과물도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쓴 글에 대해서는 내 새끼 같다고 여길 수 있는 깊은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3-4주간 쓴 글은 그저 쓰기 위해 쓴 글로 여겨집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결국 쓰던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이렇게 답답한 마음을 그저 쏟아내어 봅니다.


글태기가 온 걸까요?


제가 글태기에 빠지게 된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01.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최근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조직 개편으로 혼란스럽고,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과 또 해야 하는 일들이 산적하여 머릿속에 엉켜있습니다. 그리고, 뭐라도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산만하고,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글 한편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다른 생각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집중하기가 힘이 듭니다. 결국, 노트북 덮개를 덮게 됩니다. 생각들을 정리하려면 손을 움직여 메모하는 것이 필요한데 '손까딱하기 싫어 병'에 걸린 것도 이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네요.


생각이 많아서 -> 산만해져서 -> 몰입이 안되어서 -> 업무시간이 길어지고 -> 일을 오래해서 피곤하고 -> 운동할 시간이 없어지고 -> 체력이 약해지고 ->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 결국 이 지경...

출처 : unsplash


02. 엉력이 부족합니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중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자료를 찾고, 고민하는 엉력이 필요합니다.

일을 하며, 일상에서 떠오르는 글감들은 많습니다. 그때그때 메모해놓고 글을 써봐야지 생각하지만, 결국 제 글쓰기 서랍에 남아있는 것은 단어들과 짤막한 문장들 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대가인 유시민 작가, 강원국 작가도 일필휘지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글을 읽고 용기를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최근 몇 주간 저는 글을 쓰기 위해서 자료를 찾고, 글의 내용을 고민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 되돌아봅니다.


글을 써 내려가지 못하고, 마무리하지 못했던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 unsplash



03.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점점 커집니다.


지난 1년 동안 글을 쓰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3월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게 되면서 제가 쓴 글이 브런치가 추천 글이 되기도 하고, 포털 메인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ㅍㅍㅅㅅ라는 온라인 매거진에 큐레이션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런치에서 제 글을 구독하시는 분들이 589명이나 되었습니다. 인기 작가들에 비하면 많은 수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데에 점점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있다는 사실에 한 문장 한 문장을 써 내려가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더불어, 이런 부담감과 동시에 내가 원하는 만큼, 글을 잘 쓰는 다른 작가들 만큼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글 쓰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더 다양한 어휘, 더 좋은 표현, 더 유익한 내용, 더 깊이 있는 생각들을 담고 싶은데 어떻게 해도 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엉력이 약하고, 인풋이 없으니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입니다.


강원국 작가는 글에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글쓰기가 어려워진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더군요. 멋있게, 있어 보이게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 글쓰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강원국 작가의 조언대로 어떻게 쓸까 보다 무엇을 쓸까에 더욱 고민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글을 주의 깊게 읽는 사람들이 적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봅니다.

출처 : unsplash

  



보통 연인 사이의 권태기는 상대방에 대한 설렘이 사라지고, 서로가 익숙해질 때 생긴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1년이 된 지금, 저는 글태기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권태기를 극복하려면, 권태기를 극복할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라고 하더군요.

매주 힘겹게 써오던 글쓰기가 이제는 새롭고 설레는 대상이 아닌, 제 삶에 조금 더 깊숙이 들어온 존재가 되었다고 여겨보려 합니다.


또한, 권태기를 극복하려면 서로에 대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합니다.

글태기 극복을 위해 글을 쓰는 것에 절박함을 더하고, 글쓰기와 마주하는 물리적 시간 확보해야겠습니다.

바빠도 자꾸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글태기를 잘 극복한다면 글쓰기와의 관계가 좀 더 단단해 지겠죠?


우리 오래 가자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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