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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Dec 16. 2018

올해 제일 잘한 일

나는 왜 글을 쓰고자 하는가?

트와이스 스페셜 3집 앨범 티저(출처 : JYP)


최근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는 노래가 걸그룹 트와이스의 신곡 '올해 제일 잘한 일'이다. 이 곡에서는 올해 제일 잘한 일이 너를 만난 일이라고 한다.(ㅋㅋㅋ)


매년 돌이켜보면 한해를 마무리하며 잘한 일 보다는 아쉬웠던 일, 반성할 일들이 먼저 떠올랐다. 올해를 돌이켜 보니,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던 일, 의지박약으로 묵은지 묵히듯 홍어 삭히듯 깔고 앉아 있는 일, 하고 싶었으나 능력이 닿지 않아 포기했던 일, 주저하다가 시간이 흘러버려 기회를 놓친 일들이 먼저 떠오르며 의기소침해진다.


트둥이들의 '올해 제일 잘한 일'을 들으며 내가 올해 제일 잘한 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스스로 칭찬하기에 인색한 나를 작정하고 칭찬해 본다.




2018년도 이제 보름 여 남았다.

주말 아침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우며 구글 캘린더를 쭈욱 넘겨본다. 구글 캘린더에는 지난 1년간 내가 했던 대부분의 활동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기록을 보니 그 당시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업무 관련해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미팅하며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었고, 수 개의 기업과 기관에 사업 제안을 하기도 했으며 준비했던 행사, 포럼, 컨퍼런스들을 실제로 수행하기도 했다. 캘린더에는 짤막한 제목과 함께 일정과 장소, 만났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정도만 메모가 되어있었지만,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새로운 경험들이 오버랩 되어 내 기억의 촉수를 간지럽혔다.


업무적으로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노력한 것에 비해 성과를 내지도 못했고, 정량적인 목표 또한 달성하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성적표를 받는다면 F는 겨우 면한 수준일 것이다. 그래도 이리저리 갖은 애를 써보는 과정과 계속되는 실패의 경험에서 잘 버텨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음 발걸음은 좀 더 '되는' 방향으로 옮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한 일들이 많다. 연초에 건강에 문제가 생겨 난생 처음 수술과 입원이라는 것을 경험하며 내 뜻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빠르게 회복해서 일상으로 건강하게 복귀한 것도 감사하고, 캘린더에서 적지 않게 보이는 남편과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올해는 난생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가기도 했다. 직장인들이 그렇게 챙기기 힘들다는 '워라밸'을 그래도 잘 챙겼다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씨익~ 지어본다.


구글 캘린더를 넘기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월부터 12월까지 12장의 달력에 빠짐없이 기록되어있던 '글쓰기' 일정이었다. 성장판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매주 한 편씩 글쓰기'를 1년 동안 해왔다. 물론, 매주 빠짐없이 쓰지는 못했고, 글 쓰는 것에 최선을 다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니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은 못하겠다.


그러나, 올해 3월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그 달 11일 브런치에 처음으로 발행한 글이 글쓰기에 대한 글이었고, 반기를 시작하는 7월 1일에 썼던 글 또한 글쓰기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이 시점에서도 글쓰기를 등장시킬 수 밖에 없을 만큼 글쓰기는 올 한해 내 삶의 핫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내가 제일 잘한 일로 '글쓰기'를 꼽고 싶다. 엄밀히 말하자면, 올해 내가 제일 잘한 일은 단순히 글쓰기가 아니라 '꾸준히' 글을 썼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최근 몇년 동안 회사에 매일 출석하는 것 외에 꾸준히 한 일이 없던 내가 꾸준히 글을 썼다는 것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쓰담쓰담)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멋있어서, 살면서 내가 쓴 책 한 권은 출간해보고 싶어서 '일단' 쓰기를 시작했던 것이 1년이 되었다. 1년 동안 매주 글을 썼지만, 여전히 매순간이 고비이다. 사실 이번 주 글쓰기도 지난 2주를 방학으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니 한자한자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너무 힘이 든다. 이렇게 힘이 들고, 누가 글 쓰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괜히 글을 쓴다고 했나... 하며 매번 후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이되든 밥이 되든 지난 1년간 꾸역꾸역 글을 쓰고 있고,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글을 쓰고자 하며, 꾸준히 글쓰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냥 생각나는대로 쭈욱 읊어본다.


글감을 찾는 것이 재미있다.

글감이 글이 되는 과정이 (힘들지만)흥미롭다.

내 주위를 떠돌던 무형의 경험치와 깨달음이 눈에 보이는 문자라는 형태로 옮겨지는 것이 신기하다.

나만의 콘텐츠가 생긴다는 것이 뿌듯하다.

일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글을 쓰며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어서 후련하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나도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생긴다.

나도 계속 쓰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글을 쓰는 과정이 너무 힘들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희열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고맙고 힘이 된다.

글을 쓰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글에는 그 글을 쓴 좋은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돈이 걸려있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꾸준히 참가했다.


올해 제일 잘한 일이 꾸준하게 글을 쓴 것이지만, 글쓰기가 습관이 되었다고 하기엔 나는 여전히 수동적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글쓰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글감과 내용에 자유하지 못하다. 글쓰기에 자유하다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체득한 경험, 그리고 가치관을 언어에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글쓰기에 자유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고작 1년 동안, 그것도 띄엄띄엄 글을 쓰고 자유함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교만한 태도다.


내년 한해를 계획함에 있어서도 글쓰기를 우선순위의 앞쪽에 두고 싶다. 그리고, 아래의 다섯가지를 액션플랜으로 달아둔다.


어떤 형태의 글이든 매일 쓰기

마감 일정 당기기

동일한 카테고리로 연달아 글쓰기

폭넓고,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 경험하고 배우기

그리고, 그것을 글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타인과 나누기


또 한가지 바람은 내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글쓰기가 취미이고, 글을 쓸 때 참 즐겁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글쓰기 하며 올 한해 나와 동고동락한 친구, 내년에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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