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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Jan 20. 2019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십 점 만점에 십 점

사는 곳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입니까?


지난해 9월 여론 조사 기관 웨이크필드 리서치에서 최근 새 집으로 이사한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0% 이상의 응답자가 이사할 지역을 고르는 기준으로 동네 분위기와 느낌을 꼽았습니다. 이밖에도 통근시간, 범죄율, 학군, 자연환경, 교통편의, 문화편의, 보건의료 시설의 유무 등도 거주할 동네를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주택 보유자와 세입자 구분 없이 약 36%의 응답자가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현재 거주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을 고르고 싶다며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활동을 하기 부족한 환경, 길거리 소음, 상습적인 교통 정체, 대중교통수단 부족 등이 이유였습니다.


집 그 자체는 문제가 있을 경우 살면서 수리나 리모델링의 방법으로 고칠 수 있지만, 한번 정해진 입지는 그 집을 떠나기 전까지는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므로 살 곳을 정할 때 어떤 동네에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입지를 선택하기 이전에 그 지역에 잘 알려진 장소를 한번 이상 방문해보거나 낮과 밤 등 다양한 시간에 방문해보는 것은 물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동네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좋은 동네에 있는 작은 집이 안 좋은 동네의 큰 집보다 낫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주거 환경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철저히 주관적인 문제입니다. 물론, 누구나 다 살고 싶어 하는 곳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생활 패턴, 경제적 형편,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기준으로 자신이 가장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입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직장인들은 출퇴근이 편한 곳을 찾으려 할 것이고, 아이를 둔 부모들은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을 선호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지역 인프라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던 지역인 지하철역이 가까이 있는 '역세권' 이외에도 자연 녹지인 숲이나 공원을 끼고 있는 '숲세권'과 '공세권', 인근에 강이나 호수가 있는 '수세권',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끼고 있는 '백세권'과 '몰세권',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이 가까워 브랜드 앞글자와 '세권'이라는 단어를 합해서 만든 '맥세권', '스세권', '섭세권', 그리고 대형 병원이 있는 '의세권', 법조 타운이 근처에 있는 '법세권' 등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프라가 많이 갖추어져 있는 '다(多)세권'인 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으며 부동산 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쭉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이 생긴 이후엔 인천공항에서 근무하시는 아빠로 인해 생후 100일경 서울에 올라온 이후로는 줄곧 공항이 가까운 강서구에서 살았습니다. 강서구에 살면서 두어 번 이사를 했는데 그 때도 사는 곳을 선택하는 것은 부모님의 결정에 따랐을 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며 '내가 살 곳'을 직접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역세권
경제적 여건
조용한 곳


상견례를 한 지 두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우리는 2년여의 연애기간 동안 데이트를 하며 가끔씩 집을 보러 다니곤 했습니다. 거의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을 정도로 다양한 지역을 '구경'했습니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두달만에 결혼식을 올리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다니면서 우리가 살 집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삼성동과 충무로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생활패턴을 고려해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은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게다가 현재 자가용이 없고, 앞으로도 당분간 구매할 계획이 없던 저희에게는 역세권이라는 조건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지금껏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은 서울 안에서도 공기가 좋고 조용했지만 지하철 역까지 걷자면 15분-20분이 걸리는 위치에 있어서 출퇴근 시 '역이 조금만 가까웠으면'하는 생각을 늘 하곤 했습니다. 특히, 몸이 피곤한 날이면 더욱 그랬고요. 사무직 직장인으로 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면 역세권이라는 조건은 필수입니다.


다음은 저희의 경제적 여건입니다. 따지고 보면 서울에서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은 매우 많습니다.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뻗어있는 지하철은 물론이고, 버스 노선도 굉장히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직장의 중간 지역으로 선택한다면 기존에 소요되던 출퇴근 시간도 단축할 수 있겠죠. 그러나, 문제는 저희 수중에 있던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부끄럽지만, 결혼을 하려고 보니 저는 나이만 먹었지 모아놓은 돈이 없더군요. 교통이 편리한 지역 몇 군데를 줄 세워둔 후 저와 남편이 모아둔 자금을 합쳐서 가능한 지역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주택 매매가나 전세가는 현재에 비해 매우 저렴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서울 내에서 조용한 곳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지만 유동 인구가 너무 많거나 가까이에 유흥가가 있는 곳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루 종일 도심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저희에게 집은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가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지역이 가양동입니다.


가양동에 산지 꽉 찬 3년이 되어갑니다. 이 곳에서 3년을 사는 동안 만족도는 십 점 만점에 구 점입니다.

나머지 일점을 뺀 이유는 집 자체가 30년이 다 되어가는 노후 아파트여서 작은 불편함들이 있기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자가가 아니라 언젠가는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입지 조건만으로 보면 '십 점 만점에 십 점'을 주고 싶습니다.  


가양동은 북쪽으로 올림픽대로를 끝으로 한강에 접해 있고, 서쪽은 궁산(宮山)의 능선을 경계로 마곡동과 이웃한다. 남쪽은 공항로가 경계가 되어 내발산동·외발산동, 양천길을 경계로 등촌동과 마주하며, 동쪽은 염창동과 접해 있다. 동 이름은 가마동(加麻洞)의 '가' 자와 고양리(古陽里)의 '양' 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가마동은 삼밭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며 조선시대에는 양천군의 중심지역이었다. 가양3동은 한강변의 뻘이었는데 올림픽대로가 개설되면서 비로소 육지가 된 곳이다. 인구 증가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아 동 면적의 많은 부분이 농경지로 되어 있었으나, 가양지구 개발로 많은 아파트가 들어섰고, 한강변의 습지를 메워 택지를 조성함으로써 탑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십 점 만점에 십 점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객관적으로 볼 때는 그렇게 까지 만족할 만한 동네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활패턴과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동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부동산의 가치나 투자 조건은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명시합니다.


먼저, 신혼집을 구할 때 고려했던 상위 3가지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동네입니다. 강서에서 강남을 거쳐 강동까지 이어지는 9호선이 지나는 역세권이고 서울에서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동네이며 주택가가 중심인 조용한 동네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가 도보 15분 거리에 두 개나 있습니다. 굳이 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운동삼아 걸어서 다녀오기 딱 좋은 위치입니다. 게다가 좋은 인프라의 조건으로 손꼽히는 '맥세권, 스세권, 썹세권'이기도 합니다. 가양역에는 오피스텔이 많아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에 따라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과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부르는 예쁘고 편리한 카페들도 많이 있습니다. 집밥을 잘해 먹지 않는 저희 부부는 주변의 식당과 카페 인프라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 극장도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바로 앞에 위치해있습니다. 금요일이나 주말 밤늦게 간편한 차림으로 부담 없이 심야영화를 보고 걸어서 집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처음에는 참 신선했습니다.


또한, 아파트 뒤쪽으로 한강으로 나갈 수 있는 둘레길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 바람 선선하게 부는 날 부담없이 산책을 나가거나, 달리고 싶을 때는 강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고, 한강변이나 아라뱃길을 따라 제가 좋아하는 라이딩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한강이 가까이 있어서인지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도 집에서 도보 5분 거리 내에 3-4개가 있다는 것도 참 좋습니다. 요즘엔 따릉이 대여소가 가까이에 있는 '따세권'도 인기 지역이라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제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구립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는 것과 수영장이 딸린 스포츠 센터가 코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2017년 기준 서울시 공공 도서관 수는 총 160개소이며, 그중 강서구에는 9개의 도서관이 있습니다. 강서구에는 총 32개의 동이 있는데 그중 가양동에 구립 도서관이 있고,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그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도서관에 들러 서가에 있는 책들을 구경하고 한 달에 서너 권씩 빌려서 읽는 것이 삶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입니다.


수영장이 딸린 스포츠 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앞 왕복 4차선 도로의 길만 건너면 중학교 부설 스포츠 센터가 있습니다. 가양역 인근에는 헬스장, 골프연습장, 요가원 등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비단, 가양역 주변뿐 아니라 최근에는 건강과 취미, 워라밸을 위해 위와 같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든 많습니다. 그러나 집 앞에 25m레인의 수영장이 있는 스포츠 센터가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 주 3-4회 아침에 수영을 하고 출근을 합니다. 6시부터 6시 50분까지 수영 강습이 있는데 수영 강습을 받고 집에 와서 준비하고 출근하기에 시간이 빠듯하지만, 그나마 집에서 3분 거리에 수영장이 있어서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도서관과 스포츠센터 수영장입니다.


내년 초면 지금 살고 있는 집 계약도 끝이 납니다. 조금 더 편하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누리고 있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충족하는 동네가 있을까요? 특히 집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과 수영장이 딸린 스포츠센터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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