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this really true?
We all lie~
많은 사람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했던 한 구절입니다.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님.
다 감수하시겠다는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님.
예서는 멘탈이 약한 아이입니다.
혜나를 댁으로 들이십시오.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쓰앵님~
어마마?
오늘은... 매운맛이에요.
등의 어록과 함께 SNS에서는 수많은 패러디 콘텐츠들이 생겨날 정도로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입니다. 또한, 1회 때 1.7%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최종회인 20회에서는 23.8%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던 저도 어느 주말에 우연히 1회를 보기 시작해서 불과 이틀 만에 14편을 몰아보며 스카이캐슬 폐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을 정도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력도 탄탄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대한민국의 상위 0.1% 부모들의 입시 문제를 꼬집는 내용의 드라마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인간의 상처와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악한 본성을 다루는 드라마로 여겨졌습니다.
등장인물 몇 명을 살펴보자면, 입시 코디 강주영 선생님(김서형)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영재였던 딸 케이를 통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케이가 교통사고로 지능이 낮아지자 자녀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부모들을 파괴하기 위해 입시 코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서진(염정아)은 정육점 부산물을 팔던 술주정뱅이의 딸이었던 곽미향이라는 과거를 숨기고 자신의 딸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한서진의 남편인 강준상(정준호)은 학창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서울의대 수설 졸업까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꿈인 대학병원 원장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사람이 등장하자, 질투심과 시기심이 폭발하게 됩니다.
또한, 차민혁(김병철)은 세탁소 아들이라는 본인의 출신에 열등감을 느껴 국회의원을 지낸 장군의 딸과 결혼해서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려고 하지만 좌절되고, 자식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표정과 태도로 가족을 대합니다.
이처럼, 극 중 인물들은 겉으로는 교양 있고 화려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저마다 숨기고 싶은 민낯을 가지고 있었으며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이들의 민낯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고, 상대방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면 통쾌해합니다. 나머지 99.9%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상위 0.1%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끊임없는 비교의식과 경쟁심리로 인한 열등감과 우월감에 그들의 부와 명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위선과 가식, 그리고 이기심이 가득한 어른들의 욕망으로 아이들 또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라마가 매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대본 유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주인공들이 모두 벌을 받고 파멸의 길로 가는 내용의 스포일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포일러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20회는 지난 19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위의 스포일러는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죠. 마지막 반전을 잔뜩 기대하고 마지막 회를 본방 사수한 시청자들에게서는 김 빠지는 듯이 끝나버린 결말에 실망했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SKY캐슬 마지막 회를 재촬영해주세요. 경제도 좋지 않은 요즘, 시청률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JTBC금토드라마, “SKY캐슬”! 드디어 마지막 회를 방영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기존의 한국 드라마와 똑같은 질 떨어지는 대사와 수준 낮은 결말을 보여주어 모두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좀 더 충격적이고 스릴 넘치는 결말로 재촬영해주세요.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도 올라왔다고 합니다.
시청자의 뜻대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순종하며 만들다가 시청자가 가장 행복해할 순간에 산산조각 내버린 거야. 그게, 진짜 복수니까.
SNS에서는 위와 같이 극 중 대사를 패러디하는 글이 떠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카이캐슬 결말에 만족합니다.
갑자기 너무 착해져 버린 예서네 가족, 우주의 갑분자(갑자기 분위기 자퇴), 차민혁 교수가 앞치마를 두르고 딸과 함께 춤을 추며 요리를 하는 모습, 교실에서 시험지를 집어던지고 책상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저 또한 어색하긴 했습니다. 1-19회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와 20회를 쓴 작가가 다른 작가인가? 스포일러 된 내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핸들을 꺾어버린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죠. 그러나 총 20회 중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사람이 주인이다.
- 스카이캐슬 조현탁 연출
드라마를 보고 느꼈던 한 사람으로서 스카이캐슬 결말이 좋은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예서네 가족을 살펴봅니다.
내려놓고 나니까
내가 왜 그렇게 살았나 싶어
예서 엄마 한서진은 예서의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해 돌격 앞으로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던 중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쓰앵님이 학교의 시험지를 사전 유출해서 예서가 올백점을 맞게 되었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혜나를 죽였으며 우주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게 되었다는 진실을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올바르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상황을 바르게 돌이키려 한다면 자신의 삶을 바치고 있었던 예서의 서울대 의대 입시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서 엄마와 예서는 바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변했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던 눈빛도 온화하게 바뀌었고, 얼굴에 웃음이 많아졌습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도 주저 없이 합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아등바등 애써 잡고 있던 그 끈을 내려놓으니 사람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맹목적으로 부와 명예를 좇던 그들의 삶의 목적과 방향이 바뀌는 순간 부부 사이에는 대화가 생겼으며, 가족들이 함께 웃는 장면들이 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려놓고 나니까 내가 왜 그렇게 살았나 싶어"라는 예서 엄마의 한 마디가 변화된 모습을 대변해 줍니다.
예서 아빠인 강준상 교수도, 예서 엄마인 한서진도, 예서도 어색할 정도로 사람이 한순간에 바뀌었습니다. 마지막 회라 급 훈훈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드라마 전개가 아니라, 삶의 목적과 방향이 바뀌는 것에 대한 당연한 변화입니다. 왜 그렇게 갑자기 변했냐고 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차민혁 교수의 변화였습니다.
지금부터 춤 좀 배워야겠다
강압적인 양육 방식에 힘들어하던 가족들이 집을 나가자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비록 술기운을 빌어 아내에게 오그라드는 글들로 진심을 표현했고,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와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쉽게 건네지는 못했지만, 피라미드 꼭대기를 지향하던 그의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존심 강하고 가부장적인 그가 아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으며, 차가운 공기가 맴돌던 집에도 웃음소리가 들렸으니까요.
부모님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하버드 입학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큰 딸 세리가 친구와 함께 3년 안에 클럽을 세우기로 했다고 하자 "지금부터 춤 좀 배워야겠다"라고 답하고, 세리와 함께 춤을 추며 요리를 하는 모습 또한 일종의 반전이었습니다.
딸들과 두 아들이 행복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은 피라미드 꼭대기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와 자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존중하는 아빠로 거듭났습니다.
우주의 자퇴 선언 또한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시청자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던져주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누군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 자신을 탐색할 시간이 필요해요
고3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자퇴를 하겠다고 하는 우주에게 우주 부모님은 대학 입학은 천천히 해도 상관없으니 일단 고등학교는 졸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타이릅니다. 우주는 본인이 좋아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갑자기 살인자로 몰려 감옥에 갇히는 과정에서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누군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을 탐색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행을 떠납니다.
드라마를 보는 고등학생들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도 싶었으나 작가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지금 이 일을 하는지 모른다면, 비록 그 자리에 있으면서 무엇을 얻는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스카이캐슬에서 자주 클로즈업되었던 '손'입니다.
스카이캐슬에서는 유독 손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배역들의 손짓을 통해 불안함과 초조함, 욕
망과 경쟁심, 긴장 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회에는 유독 서로의 손을 맞잡는 신들이 많았습니다. 예서 아빠 강준상 교수가 병원장의 병원 기획조정실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병원을 떠나면서 후배 의사들을 응원하며 맞잡은 손, 우주가 여행을 떠날 때 예서 엄마가 미안한 마음을 다시 한번 더 전하고 우주는 용서하며 맞잡은 손, 감옥으로 면회 온 케이와 김주영 선생님이 면회실 유리를 사이에 대고 맞댄 손 등..
사람과 사람이 손을 맞잡는 행위는 친밀감의 표시입니다. 불신과 불안, 계급과 경쟁이 뒤편으로 사라지고 인격대 인격으로 서로를 대한다는 연출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제가 느낀 마지막 회가 극히 이상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행복하게 사는데 고생만 하다가 희생당한 돈없고 백없는 혜나를 볼 때 세상의 불합리함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제작진들도 좀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드라마를 이슈화하고,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주기를 원하지 않았을까요? 하이틴 드라마와 같은 조금은 어색한 설정, 손발이 오그라들어 외면하고 싶은 대사와 장면들로 조금은 불편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모두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의 끝 부분에서 새로 캐슬에 입주한 학부모로부터 “이 엄마들 천연기념물이네”라는 말을 듣습니다. 아이들의 입시에 혈안이 됐던 캐슬 가족들의 삶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이들은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고 삶의 진실을 찾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여유"라고나 할까요.
항간에서는 청소년 드라마처럼 끝났다고 아쉬워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는 한 편의 훌륭한 천연기념물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스카이캐슬 OST의 후렴구인 "Is this really true? 이것이 진짜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삶 속에서 계속 던져보아야겠습니다.
Is this really 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