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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11. 2020

직장은 사람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이다

스릴러 장르는 없었으면...

세 사람이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조직에서 일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분입니다. 회의 내용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것들이 논의될 수 있도록 회의 운영을 합니다. 다른 한 분은 본인이 왜 이 회의에 들어왔는지도 알지 못하고, 자꾸 핵심에서 벗어난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이 분 때문에 회의 시간만 길어지고 있네요. 마지막 한 사람은 저입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공자의 말입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고, 한 사람은 나보다 나은 사람이며, 한 사람은 나보다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좋은 점은 따르고, 못한 것은 거울삼아서 고치면서 배우라고 합니다. 즉, 모두가 자신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죠.


글의 서두에서 회의 시간에 모인 세 사람으로 비유를 들어봤는데, 어느 조직이나 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은 잘 하지만 성격이 안 좋은 사람, 성격은 좋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똑부, 똑게, 멍부, 멍게 스타일의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 조직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친구와 카톡으로 “요즘 일하는 건 어떠냐”는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있는 듯 없는 듯 일하는 게 제 직장생활의 모토”라고 대답했죠. 그리고 "있어도 있는지 모르지만, 없으면 티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문득 2년 전쯤에 포스팅했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떠올라 찾아봤습니다.


야근 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길에 쓴 짧은 글입니다. 버스에 붙어있던 비상망치를 보고 깨달음이 있었는지 ‘조직에서 비상망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썼네요.


비상망치는
1. 늘 그 자리에 있지만
2.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잘 띄진 않는다.
3. 그렇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고,
4. 결정적인 순간 진가를 발휘하는 존재이다.
5. 단점은 위기가 없으면 쓸모가 없고,
6. 위기의 상황에서도 써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

조직에서 비상망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위기가 없는 조직은 없으며, 위기의 순간 누군가는 비상망치를 찾을 테니…


이런 내용이었죠.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생각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음에 안도(?)했습니다.


2년 전 그 게시글입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화면을 전환하려는 찰나, 게시글에서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는 글귀가 눈에 띄어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13여 년의 직장생활을 돌아볼 때 정말 단 한 사람도 배울 것이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첫 직장에서도 그랬고, 경력을 전환하여 새롭게 시작했던 두 번째 직장에서도, 그리고 9년째 다니고 있는 지금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와 선후배들,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 모두 스타일이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교훈이 가득한 한 권의 사람책이었습니다.


일을 잘하면 일을 잘하는대로 성격이 좋으면 좋은 대로 닮고 싶은 점을 닮고자 애쓸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대체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걸 배웠고, 리더의 어떤 모습이 아쉬울 때에는 내가 리더가 되면 ‘이런 부분은 조심해야겠다’고 머리에 새겨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조직개편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중 손에 꼽힐만큼 갑작스럽고 큰 변화였죠. 함께 일하게 된 사람들 모두 그동안 한 번도 같이 일해 본 적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이 사람은 이런 스타일이고, 저 사람은 저런 스타일이라는 말들을 많이 해주시더군요.


그게 사실이든 편견이든 저는 새 책의 첫 장을 열어보는 설렘으로 천천히 손발을 맞춰보고 있습니다. 연차가 적어서 책의 두께는 조금 얇을 수 있겠지만, 각각의 책들을 읽으며 매일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채워갈 새로운 페이지들을 기대해봅니다. 그들의 책 속에 저도 조연 1 정도로 의미 있게 기록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요.


사람책을 읽으며 특별히 느낀 것은 아무리 평판이 좋지 않고, 일하는 태도와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어느 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라는 도서관, 그리고 그 안의 사람책들. 부지런히 읽고 필사해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저도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겐 밑줄 칠만한 곳이 많고, 영감을 주고, 마음도 따뜻해지는 한 권의 사람책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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