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보다 힘든 1시간 강의
강의는 늘 어렵다. 특히 짧은 강의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강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오히려 시간은 모자라고,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던 주제조차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준비와 내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매번 실감한다.
오늘은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에서 초·중·고, 유치원 급식담당 영양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챗GPT 활용법 특강을 했다. 시간이 5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는데 하필 챗GPT가 업데이트되는 날이라 시스템이 버벅거렸다. 마음속으로는 많이 당황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알맹이는 전할 수 있었다.
학교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챗GPT 초보자였고, 강의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스마트폰이 전부였다. 그들에게 딱 필요한 핵심만을 전달하기 위해 주제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챗GPT로 급식메뉴 만들기
급식 관련 가정통신문 작성하기
급식실 업무 매뉴얼 작성하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주제였다.
챗GPT 강의를 할 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은 동일하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나요?
챗GPT와의 첫 대화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걸기 망설이는 심리와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마치 메모지에 끄적이듯 상황과 목적을 챗GPT에 설명해보라고 안내했다.
이 간단한 방법을 안내했을 뿐인데도, 조용했던 강의실은 금세 웅성웅성해졌다. 순간적으로 나도 놀랐지만, 선생님들께서 서로의 결과물을 보여주며 신기해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어느 한 선생님이 챗GPT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카톡방에 올려 모두에게 공유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듯한 문장과 구조화된 글을 비교하여 보여드렸다.
예전 강의에서는 자주 "구조화된 프롬프트 공식"을 설명했다. 해시태그, 입력문, 맥락 등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지금의 챗GPT는 그런 구조화 없이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생성형 AI는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지고 사람의 학습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각자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챗GPT와 소통해도 된다. 누구는 친구에게 말하듯 조근조근, 누구는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어떤 방식이든 그저 말을 건네기만 하면 된다.
짧은 50분 안에 많은 실습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챗GPT를 스마트폰 속 개인 비서처럼 편안하게 소개한 것에 만족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짧은 강의였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