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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an 18. 2023

21세기 공통필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


 1. 들어가는 말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사건은 오늘날 변하지 않는 유일한 사실은 ‘변화한다는 사실’밖에 없을 정도로 지금의 아이들이 미래에 살게 될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Goldin, 2021). 따라서 미래 세대는 이러한 빠르게 변하는 환경을 살아가기 위해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교과의 소양을 키워야 하고, AI의 중요성도 점차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창의성, 공감력,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 해결 능력, 인내와 정신력도 갖추어야 엄청나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Goldin, 2021).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날 전통적 교과들은 그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전통적 교과들은 실생활 문제의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보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따른 다양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7차 교육과정부터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과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분리하며 필수 과목을 축소하고 선택 과목을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유한구, 1998).


  이렇게 다양한 필요에 따른 독특한 학교 교육과정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공통필수 교육과정과 상이선택 교육과정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하기에 이르렀다(홍후조, 2001). 상이선택 교육과정이 중요시되는 만큼 공통필수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여기에 속하는 기본 교과가 갖추어야 할 형태나 특성에 대한 논의가 병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학교교육은 여전히 학생의 재능과 개성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측면이 있으나 학계에서는 미래교육은 곧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이라는 기조가 팽배한 듯하다. 그러나 상이선택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교과목을 마구 쪼개거나 신설하고, 학생들에게 무방비한 선택권을 남발하는 것은 공통필수 교육과정마저 훼손시키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낮아지며 저마다에게 알맞은 상이선택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각각의 개성을 발휘하고 진로를 찾아가는 상이선택 교육과정을 탄탄히 함과 동시에, 각각의 역할로 공통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공통필수 교육과정의 내용과 방법이 잘 정립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도대체 무엇이 공통의, 필수의 학습 영역에 속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가 어려운 견해들이 존재하며, 오랜 기간의 논의에도 아직까지도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결론이 없다. 이에 학교에서 가르칠 구체적인 내용 선정을 개개의 학교나 개개의 학생의 결정에 맡겨버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통되고 필수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견해의 타당성을 비판하고 검토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황규호, 1996). 즉, 공통필수 교육과정이 무엇인가에 대한 숙의의 과정이 어렵다고 해서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의 듣기 좋은 말로 넘겨버릴 것이 아니라, 교육의 타당성과 질을 높이기 위한 충실한 노력도 계속될 필요가 있다.           


2. 교육과정의 결정요소     


  교육의 역사, 교육과정의 개발사를 살펴보면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요소는 사회, 학습자, 교과의 세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교육과정 개발 시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고, 내용을 선정 및 조직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세 요소는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 세 요소가 조화롭게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세 요소 중 어느 하나만 강조되거나, 그중 두 요소만 강조되어 반영되기도 한다(홍후조, 2021). 어느 요소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교육과정은 사회적응과 효율 중심의 ‘사회 행동주의’, 사회 개혁 중심의 ‘사회 재건주의’, 학습자 중심의 ‘경험주의’, 교과 중심의 ‘지적 전통주의’로 그 유형을 구분해 볼 수 있다. 학습자의 연령이나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교과에 따라, 시대와 사회에 따라 세 요소가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홍후조, 2021).      


(1) 사회

  학교교육은 일정한 사회적 틀 안에서 이루어지며, 학교를 통해 길러진 학습자는 일정한 사회 속에서 활동하게 되므로 사회는 교육과정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요소이다. 그런데 사회의 입장에서 교육과정에 일차적으로 요구하는 점은 유용성(쓸모, usefulness)이다(홍후조, 2021).


  사회가 요구하는 이 유용성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냐,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냐이다. 모든 교육과정은 사회 유지와 변화 사이에서 어느 기능을 보다 강조할 것이냐를 결정할 입장에 있다. 정치권력, 사회적 지위, 경제적 부와 소득,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냐, 혹은 변화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이냐의 문제에 놓여 있는 것이다(홍후조, 2021). 사회의 유지에 보다 기여하려는 교육과정은 ‘사회적응 교육과정’, 사회의 변화에 보다 기여하려는 교육과정은 ‘사회개조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직업 준비를 위한 교육과정은 ‘사회적응 교육과정’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교육과정은 사회의 바람직한 전통에 적응하는 능력과 동시에 사회의 잘못된 관례는 변화시킬 능력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2) 학습자

  사회에서 살아갈 주체는 결국 개인이다. 사회의 번영과 개개인의 행복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좋은 사회는 그 구성원이 행복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 나은 미래 사회를 위해서 지금의 개인을 희생시킬 수만은 없다. 잘 고안된 사회, 최선의 교육은 개인 입장에서 즐거운 활동이 사회의 유익을 이끄는 사회이자 교육이다.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도 이상적인 사회는 바로 개인의 이상과 사회 및 제도의 이상이 혼연일체로 통합된 사회라고 하였다(Dewey, 1992).


  이 둘이 일치하는 교육적 활동을 고안해 내기에 앞서,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이 제공하는 온갖 교육내용과, 활동을 경험하는 주체인 학습자를 고려해야 한다. 학습자의 흥미, 발달 수준, 이해도는 교육과정의 가능성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아무리 사회에 유익한 내용들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더라도 학습자에게 동기가 부여되지 않거나 발달 정도와 학습 내용의 수준이 맞지 않다면 학습이 일어나지 못한다. 또한 진로를 준비시켜 주는 것은 사회 유지를 위한 직업인을 기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학습자 개인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육과정은 학생에 의해서, 그리고 학생을 위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교육과정 구성에 학습자를 고려할 때는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학습자가 하고 싶은 공부, 둘째, 학습자가 할 수 있는 공부, 셋째, 학습자가 해야 하는 공부이다. 학습자마다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는 공부, 해야 하는 공부가 다를 것이고 이 삼자가 겹치는 점은 개개인의 최선의 진로에 해당할 것이다.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모든 학습자가 개개인에게 있어서 이 삼자가 겹치는 점이 무엇인지 잘 발견하여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그에 알맞은 능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상이선택 교육과정을 선택하기 이전의 교육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3) 교과(학문)

  교과란 인류가 축적한 문화유산 중에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의 정수(精髓, essence)로, 사회와 학습자의 요구를 실현해 줄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다. 이렇게 학습자와 사회의 요구는 교과를 통해 수용되기 때문에 교과는 시대에 따라 그 면모의 변화는 있었더라도, 교육과정 구성에서 항상 가장 우세한 지위를 점해 왔다(홍후조, 2021). 그중에서도 어떤 교과와 그 내용이 교육과정에 포함되느냐는 그 교과 내용이 학생의 좁은 경험을 넘어 얼마나 외부적 실재를 폭넓게, 그리고 정확하게 대변해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홍후조, 2021).


  지식과 정보의 급증과 동시에 지식 가치 반감기의 단축, 학문의 분화 및 융합에 따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되는 교과는 점차 증가한다. 그런데 각 교과나 학문 분야에서는 각자 자기 교과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홍후조, 2021). 교원, 시설, 재정,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학교 교육과정 안에 모든 교과를 다 포함하거나 모든 교과 내용을 잔뜩 가르칠 수는 없으므로 제한된 시간 내에 가르치고 배울 것을 잘 선정하는 것은 교과를 고려한 교육과정 구성에서 가장 중요하다(홍후조, 2021).          


3. 공통필수 교육과정이란  

   

  지금까지 공통필수 교육과정이라든지 상이선택 교육과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말 그대로의 의미에 따라 각각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지는 않으나 공통필수 교육과정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짚고 명확히 정의하고자 한다. 공통 교육과정(common curriculum)이란 일반적으로 능력과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배워야 할 교육과정이고(황규호, 1996), 필수 교육과정이란 졸업 및 수료를 위해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이다(황수아, 2012). 즉,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공통(共通, common)적으로 학습자 모두에게 같은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것이고, 필수(必修, required)적으로 누구나 반드시 학습하여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각자 서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사회 공동체 기초 성원으로서 공통적으로 익혀야 할 지식, 기능, 태도, 행동양식이 분명히 존재한다(홍후조 외, 2001; 황수아, 2012에서 재인용).


  교육은 교육을 받는 대상과 그 목적을 기준으로 일반 교육(一般敎育, general education)과 전문 교육(專門敎育, professional education)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교육은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을 가르치는 것이고, 전문 교육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문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중 누구나 다 배워야 할 일반 교육의 교육내용을 ‘공통필수 교육과정’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이여균, 2003).


  White(1973; 유한구, 1998에서 재인용)는 필수와 선택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필수로 해야 할 것은 직접 배우지 않고는 그 가치를 알기 어려운 활동이고, 선택으로 할만한 것은 직접 배우지 않아도 그 가치를 알만한 활동이다. 전자에는 이른바 주지 교과들이, 후자에는 실용적 교과들이 포함되며, 전자는 학교에서 필수로 가르치지 않으면 스스로 필요를 느껴서 배울 가능성이 적고, 후자는 학교 밖에서도 언제나 배울 수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의 공통 교육과정, 선택 교육과정은 각각 필수 교과, 선택 교과를 가리킴과 동시에 이수 시기에 있어 선후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시간상의 관계에 있어서 공통 교육과정은 선택 교육과정의 기초가 된다거나, 공통 교육과정은 기본에 해당하고 선택 교육과정은 심화 또는 활용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나, 이는 시간상 선후 관계에 비추어 상식적 수준에서 해석한 것일 뿐, 필수 교육과정의 자격 기준이라든지 공통 교육과정의 성격에 관한 논의로는 부족하다(유한구, 1998). 이렇게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상이선택 교육과정에 선행하여 특정 기간 동안 행해지는 교육이라는 의미를 분명히 갖는다.


  각국은 나름대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교육내용을 중핵 교육과정(CORE CURRICULUM) 및 공통필수 교육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학생의 적성이나 진로를 불문하고 누구나 배워야 할 공통적 지식⋅기능⋅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스킬벡(1994; 황규호, 1996에서 재인용)은 중핵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핵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들에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학습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들 학습 내용들은, 그것이 향후 학습의 기초를 제공해 주거나 또는 자기 스스로의 학습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개념적⋅방법적 도구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이다. 이들 학습 내용은 또한 학생들이 사회적⋅문화적인 삶을 만족스럽게 영위해 나가도록 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중핵 교육과정은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모든 인간의 권리요 의무라는 점을 가정하고 있으며, 이점에서 중핵 교육과정의 아이디어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의 이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상의 논의들을 정리하면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다음 세 가지 항목으로 개념화해 볼 수 있다. 첫째,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공통적으로 학습자 모두에게 같은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필수적으로 누구나 반드시 학습하여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으로 직접 배우지 않고는 그 가치를 알기 어렵거나 필수로 가르치지 않으면 스스로 필요를 느낄 가능성이 적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상이선택 교육과정에 선행하여 특정 기간 동안 학습의 개념적이고 방법적인 기초를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서 각 항목별로 심화해 나가보고자 한다.     

      

(1) 공통의 교육과정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은 무엇일까? 인간은 어떤 능력과 자질을 마땅히 갖추고 살아가야 할까? 그러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 생활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만 먹고사는 일에 해당하는 것일까, 인간이라면 저마다 외부 환경의 목적과 가치를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교육과정의 문제는 결국 인간 생활이 보편적으로 무엇이냐에 대한 문제이다.


  교육내용의 가치를 ‘생활에의 필요’의 관점에서 정당화하고자 하는 입장에 대한 문제는 이 관점이 ‘인간의 생활’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본다는 점에 있다. 인류의 지적 전통인 다양한 이론적 지식들이 실용적 측면에서 당장의 생활에 직접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내용으로 여기는 것은, 이론적 탐구활동의 의미와 중요성을 모르는 데서 오는 주장이다. 즉 인간의 삶을 실용적 가치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삶, 즉 ‘먹고사는 일’로만 구성되는 삶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황규호, 1996).


  국가가 학교를 만들고 국민들을 교육하는 것은 학교교육을 통해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재상과 사회상을 품고 있다. 즉, 학교는 목적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설립 근거를 가진다(황수아, 2012). 따라서 수많은 학문과 지식 중에서 국가교육과정으로 선정되거나 선정되지 못한 내용은 공식적으로도, 잠재적으로도 사회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교과 내용 선정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 유익을 증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황수아, 2012). 국가 차원에서 모두가 같게 배우는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그 역할과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들에 따르면,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먹고사는 일을 위해서의 능력과 자질만을 교육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확장하여 속한 사회와 개인의 유익을 증대할 수 있도록, 목적과 가치를 지향하고 이를 위한 실천을 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앞서 교육과정의 결정요소에는 사회, 학습자, 교과가 있다고 하였다. 홍후조(2021)는 이 각각의 요소별 공통의 교육과정 내용은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는 그렇다면 선택적 교육과정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먼저 사회의 측면에서는 공통 교육과정으로 국가 사회의 상식(역사, 처한 현실, 미래 전략), 국가 이상의 문제나 쟁점, 주변국과 세계의 사정이, 세계 및 주변국의 정치, 경제, 국제전략 등에서 통용되는 규범, 행동양식,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개인과 그 공동체의 삶에 변화를 초래하는 세계, 지역, 국가, 사회의 구조와 변화, 한 사회에서 모든 사회성원들이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세계의 특정 나라나 문화에서 통용되는 상식과 규범 및 행동양식, 주변국의 상세한 역사와 현실 및 미래 전략에 대한 것, 일부 사회성원들만이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것과 대비될 수 있다.


  직업교육도 사회 측면의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공통되는 직업교육에서는 모든 직업세계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지식, 가치, 기능을 공통필수 교육과정에 포함할 수 있다. 이는 일부 직업세계에만 필요한 지식, 가치, 기능과 대비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학습자 측면에서 공통 교육과정으로는 모든 학습자가 획득 가능한 내용이어야 한다. 이는 타고난 능력이나 흥미에 따라 일부 학습자만이 획득 가능한 내용과 대조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과 측면에서 공통 교육과정으로는 보다 생활 교양적인 것을 그 내용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는 보다 직업 전문적인 것과는 대비된다.


  물론 이러한 기준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어떤 내용까지가 생활 교양적이고, 어떤 내용은 직업 전문적이냐, 자연적인 듯한 학습자의 발달 수준도 실제로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곤 하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까지가 모든 학습자가 획득 가능할 만한 것이고 어떤 내용부터는 일부만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2) 필수의 교육과정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필수적으로 누구나 반드시 학습하여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으로 직접 배우지 않고는 그 가치를 알기 어렵거나 필수로 가르치지 않으면 스스로 필요를 느낄 가능성이 적은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본인이 원하고 마음만 먹으면 알아서 찾아서 배울 수 있는 자원이 무궁무진한 데다가 그것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21세기에 공통필수 교육과정의 이 개념은 더욱 주목해 볼 만하다. 앞서 공통의 교육과정 내용을 선정할 때, 학습자의 측면에서 모든 학습자가 습득 가능한 교육과정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학습자들은 교육내용의 난도가 올라가고, 그 내용이 자신의 삶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쉽게 학습의 흥미를 잃고 지루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교육학자들은 학교교육 내용의 이러한 점이 불평등을 유지 및 강화시킨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학교 음악시간에는 주로 클래식 음악을 교육내용으로 다룬다고 하자. 그러나 클래식 음악은 실제 사회에서 모든 계층이 향유하는 장르는 아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클래식 음악 관련 문화에 친숙할 확률이 높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친숙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며 보다 접하고 이해하기 쉬운 대중음악이 보다 친숙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클래식 음악을 주로 다룬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배경의 학생들은 학교공부를 따라가기가 어렵고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고 결과적으로 계층에 따른 교육 성취 불평등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서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대중음악을 위주로 다룬다면 어떨까? 대중음악은 계층에 상관없이 보통의 삶과 보다 밀접하고 이해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교육 성취의 불평등은 완화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 성취의 평등”이 실제 삶의 평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물론 교육 성취 결과, 성적표와 졸업장이 사회에서 갖는 의미도 크기는 하지만 결국 하위 계층의 학생들은 학교에서까지 대중음악을 다룸으로써 클래식 음악을 삶에서 접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고 학교에서 비슷한 점수를 받았을지라도 실제 삶에서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대중음악은 학교에서 굳이 다루지 않아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즐기고 연습하고 향유하게 된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은 굳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대부분이 찾아 배우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교에서는 굳이 클래식 음악을 다루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에 하위 계층의 학생들도 일상에서 결코 접하기 어려운 상위 문화를 학교에서나마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수’라는 것은 교육과정에서 큰 권력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친절하고 겸손한 것도 좋지만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것을 필수가 아닌 선택에 맡기면, 개개인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고 유리한 방향의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사실상 개개인은 그렇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당장 공부하기 쉽고 성적을 받기 쉬운 공부만 선택하여  장기적으로는 스스로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Powel, 1985; 최홍원, 성열관, 2009). 국가를 막론하고 선택 과목 제도는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도 하지만, 학생의 편의주의 및 기회주의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만들어낸다고 한다(류방란, 2003; 성열관, 2009). 따라서 필수의 교육과정은 그 역할을 분명히 인지하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지성인으로 불릴 수 있는 한 사람이 대중매체를 통해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학교 교실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동네 형들에게서 배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동네 형들에게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내용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통필수 교육과정에서 ‘필수’라는 권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3) 선행되는 교육과정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또한 상이선택 교육과정에 선행하여 특정 기간 동안 학습의 개념적이고 방법적인 기초를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두 가지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최대한 잘 파악하여 최선의 진로 선택을 함으로써 알맞은 상이선택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떤 상이선택 교육과정을 선택해도 그것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 즉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즉, 진로교육학습에 대한 학습으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진로교육으로서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공통필수 교육과정이 제공되는 기간 내에 완결형 진로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중학교까지는 학교와 교육과정의 구분이 없고 고등학교부터 진학계, 진로계 고등학교로 나뉘며 각각 여러 특화된 계열이 있다. 그렇다면, 진로별로 알맞은 고등학교를 선택하기에 앞서 중학교까지의 교육과정 내에서 어느 고등학교에 갈 것인가에 대한 진로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공통적이고 필수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자기 자신의 관심과 흥미, 소질과 능력이 무엇인지를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현대사회와 미래사회의 충분한 진로⋅직업정보를 제시하고, 여기서의 교육과정을 맡은 교사는 모든 학생 개개인의 진로지도를 충실히 도와주어 가장 합리적이며 최선의 상이선택 교육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학습에 대한 학습으로서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그 책무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즉, 상이선택 교육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격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통필수 교육과정에서 학습에 대한 학습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이선택 교육과정에서 의미 있는 학습이 지속되기가 어렵게 된다. 선택의 기회만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선택을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통필수 교육과정은 그 제공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무성이 매우 중요하며, 공통필수 교육과정에서의 성취 결과는 선발보다는 상이선택 교육과정에 대한 학습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는 목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공통필수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은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마땅히 이수해야 할 교육과정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교육적 장치가 요구된다.     

                







참고문헌     

경향신문(2021).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수능 킬러 문항 탓 사교육 성행... 서술형, 논술형 시험 도입 고민할 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102030600005 (검색일: 2023.12.02.).

교육부(2015).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확정 발표(보도자료 2015.9.23)

김대영, 홍후조(2013). 공통교육과정과 상이교육과정의 구분 근거에 관한 시론. 교육과정연구, 31(2), 77-99.

김승호(2018).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서울: 페이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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