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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Mar 04. 2023

‘교육의질적연구방법론’ 수강을 시작하며


석사과정 3학기를 시작하며 교육의 질적연구방법론 수업을 듣게 되었다. 연구방법론 수업은 지난 학기 교육의 양적연구방법론에 이어 두 번째이다. 첫 학기에는 시간이 맞는 연구방법론 수업이 없어 연구방법론을 듣지 못했는데, 연구방법론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항상 연구하고 싶은 게 있어도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점이 있고, 기존에 연구들을 살펴보아도 쉬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첫 학기에 졸업을 앞둔 선배에게 “어서 연구방법론을 배우고 싶어요. 연구방법을 모르니 답답해요.”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건 연구방법론을 배우고 나서도 마찬가지예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연구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세상 일을 탐구함에 있어서 완벽하게 한계가 없는 연구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학자마다 하나의 연구방법에 익숙해지면, 그것에 고착화되어 연구생애 내내 그 방법만을 주야장천 사용하기도 한다. 어쩌면 한 학자가 아우르는 연구방법의 다양성은 그 학자가 탐구하는 주제 범위의 다양성보다도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떤 학자나 교수에 대해서 그 학자는 어떤 주제에 대한 전문가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어떤 연구방법론의 전문가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양적연구에 고착화된 학자는 질적연구에 잘 도전하지 않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과정생들은 자신의 연구 주제를 탐색해 가는 과정에 있기도 하나, 자신만의 연구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연구방법론 수업은 꼭 필수로 이수해야 해서가 아니라 과정생들이 자발적으로도 기회만 되면 꼭 수강하려 한다. 질적연구방법론 첫 수업은 수강 정원이 초과되어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까지 모두 모여 강의실이 꽉 차고도 앉지 못해 뒤에 서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는 학생들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과연 각자 어떤 방법론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게 될까? 나는 어떤 연구방법론의 전문가가 될 것인가?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수님은 질적연구방법론은 철학과 글쓰기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연구대상자들과의 만남이 기반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교수님들이 쓴 에세이’라고 답한다.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쓴 에세이라든지, 쉬이 위로하는 에세이, 가벼운 마음으로 썼거나 읽을 수 있는 에세이 말고, 학식과 연륜이 있는 분들이 깊은 통찰을 기반으로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는지 모르겠지만, 에세이를 읽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공부를 했는가를 확인한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라고, 교육학 1세대 정범모 교수님께서 당신의 에세이를 통해서도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나의 아이디어가 과연 30년 탐구를 해도 뒤짚히지 않을 진리인 것인지, 생으로써 검증을 하고자 하는 것이 공부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궁극적으로 에세이스트가 되고자 했다. 요즈음 세상은 주체와 객체가 뒤섞여 있다. 그리고 객체를 이해하는 주체가 결국 성공한다. 사업으로 치면 사용자 친화적인(user-friendly) 제품이 시장에 남게 된다. 경솔한 말이지만, 학자들의 아이디어도 깔끔한 논문으로 생산하여 자기네들끼리만 읽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은 대중이 읽고 감동하는 아이디어고 글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세상이 변화한다. 그런 측면에서 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고 매력을 더하여 ‘에세이화’ 할 필요가 있다.


질적연구방법론을 통해 왠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교육과정 연구자이다. 학교에서는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대강 하고 싶은 질적연구를 떠올려보자면,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소위 “성공적으로” 사회에 안착한 성인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혹은 다소 “아쉽게” 성인기를 보내고 있는 성인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과연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었어야 할 것 같은지”에 대해 깊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 배경사진은 <키미아트>에 전시된 유진영 작가의 "어서오세요(부제: 어서가세요)"이다. 가정이라는 제한된 공간, 틀 안의 개인과 관계의 불화, 무관심 등 들키고 싶지 않은 내면을 심도 깊게 들여다보고 노출시켰다. 질적연구 또한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을 밖으로 끌어내 보이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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