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 믿고 가는 낯선 땅

(3)

by Lanie

나도 중국과 그리 친하지 않다. 중국어도 하나도 할 줄 모른다. 다만 최근에 대학원에서 중국인 친구를 한 명 사귀었으며, 우리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데도 제3의 언어를 가지고도 꽤 말이 잘 통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드는 생각이 대화의 밸런스가 1:1이 되기가 참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 앞에서는 왠지 내가 할 말이 없고 상대만 계속 말을 하며, 어떤 사람한테는 왠지 모르게 나만 계속 말하게 된다. 그런 만남 후에 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내가 시간낭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상대의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찝찝함이 남는다. 서로 말하고 듣는 비율이 1:1일 때 정말 “잘 통한다”라는 쾌감이 드는 것 같다.


지금 만나러 가는 친구가 바로 그런 친구였다. 우리는 캠퍼스에서 마주칠 때마다 서로 껴안고 난리를 쳤고,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는 학교 앞 자취방에 나를 3번이나 초대해 주며 매번 그 비좁은 고시텔의 부엌에서 중국 음식을 해주었다. 나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거나 좋은 친구는 아니다. 친구가 되고, 또 그 우정을 지키고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점차 실감이 나는 요즘, 이 나이에도 이런 친구를 새롭게 사귈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한 번은 여름방학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하는데 나는 당시만 해도 아무 계획이 없었고, 친구는 그럼 자기 고향에 놀러 오라고 했다. 그 친구는 코로나로 계속 고향에 못 가다가 이번 방학 때 3년 만에 고향에 가는 거였다. 그 소중한 시간에 나까지도 고향으로 초대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가는 것이 친구에게도 좋은 점이 있기도 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유학을 했는데 그렇게 고향까지 놀러 올 정도로 친한 현지 친구가 있다는 것을 통해 친구가 유학생활을 꽤 잘했다는 것을 친구의 고향 부모님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나는 매번 도서관에만 가면 이신이(친구 이름)를 볼 수 있었다는 둥(사실이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기로 했다. 재미있을 것 같다.


베이징은 너무 가깝다. 곧 착륙한단다. 책 한 권을 오는 길에 다 읽었다. 사실은 이 문장을 쓰고 싶어서 착륙한다는 말에 마지막 챕터를 후딱 읽어버렸다. 그것도 그렇지만 곧 친구를 만나면 책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친구는 베이징 공항까지 나를 데리러 오느라 거의 서울에서의 나와 비슷한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다. 나머지 한 권은 오는 길에 읽을 것이다. 글을 쓰다가 글이 막히면 책을 펴고, 그러다 또 글을 쓰고을 반복하는 것이 재미가 있다. 아무런 여행 정보 없이 친구 한 명 믿고 온 낯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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