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가기 어려운 나라

(2)

by Lanie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세 좌석이 다 내 차지다. 중국이 가까워도 가기 힘든 나라기는 한가보다. 아니면 아무래도 이미지가 좋기만 하지는 않으니 가고 싶지 않거나? 문화적 친숙성이나 거리 측면에서 일본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데, 심지어 비행기표도 더 싼데도 일본 여행과 중국 여행에 대한 수요가 이토록 다르다. 그 격차는 몇 년 전보다도 훨씬 더 커진 것 같다.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들어오는 햇빛조차 예쁘다. 저번에 비행기를 탈 때와 또 다르다. 아니 저번에는 창가 자리에 못 앉았지. 시간이 달라서 그런지 채광도 다르고. 확실히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쾌적하기도 하다.


중국 여행에서 관건은 “비자”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먼저 집어 든 책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는 김영하가 무비자로 중국 상하이에 갔다가 추방당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도 비행기표를 끊을 때까지만 해도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친구가 얘기해 줘서 알았나, 뭐 찾아보다 우연히 알았나. 비행기표를 끊을 때, 입국할 때 유의사항으로 알려줘야 할 법도 한데 그런 것은 없다. 알아서 알고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미리미리 해야 한다.


나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며칠 푹 쉬다가 비로소 비자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하마 타면 큰일 날 뻔했다. 그날도 비자를 신청하려 했던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시간이 좀 나서 신청했던 거였는데 그날 안 했으면 나는 중국에 못 가거나 비행기표를 또 변경해서 출국일을 늦춰야 할 뻔했다. 그날 셀프로 신청하는 것은 급행으로 해도 여행 전에 못 받을 판이었고, 대행사를 통해 ”특급행 “으로 신청해서 여행 직전에 겨우 받을 수 있었다. 미리미리 챙기지 않으면 돈이 많이 들거나 몸이 고생하게 되어 있다. 거기에 마치 서바이벌 게임 속 같은 긴장감은 덤. 물론 미리미리 챙길 당시에의 정신적 고단함은 면했지만.


이번 비행기표를 마일리지로 끊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비자를 특급행으로 받느라 비행기표에 상응하는 돈을 결국 쓰고 말았다.


나도 그렇고 김영하 씨도 그렇고 중국 여행을 갈 때 비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은 아마도 오히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동안 다른 나라들을 워낙 옆집 드나들듯이 다닌 것이 익숙했기 때문에 중국도 그러리라 생각했던 것. 요즘 세상에 해외여행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은 곳이 아직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유럽에서 1년간 있었던 나는 버스며 기차며 타고 옆나라를 여권도 없이 드나들던 것이 익숙했던 탓에 말레이시아 여행을 가면 바로 붙어 있는 싱가포르를 당일치기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여겼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여행 때 그렇게 계획을 했었는데,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다가 중간에 내리라고 하더니 몇 시간을 기다러 출입국 수속을 받아야 했던 적이 있었다. 아차 싶었다. 여긴 유럽연합이 아니지.


그래도 중국에 간다는데 공항에서 누군가는 비자는 받았느냐 물어보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이 정도라면 왠지 출입국 심사대에서 누군가 추방당하는 걸 또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은 없어야 하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었지만 세 명 정도가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다시 뒤로 나와 굉장히 곤란한 표정을 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걸 보았다. 부디 그들이 별일 없이 잘 입국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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