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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여행이 아니라서 쓸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하다 자동차 안에서 쓰는 것을 시도해 보았다. 차멀미가 심한 편이라서 차 안에서 대화하는 것, 잠자는 것, 창밖 구경을 제외하고는 기대하지 못하다 왠지 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시도해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왜냐하면 글 쓰는 것은 굳이 화면을 안 봐도 손가락만 움직여도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타는 좀 있겠지만. 그건 나중에 고치면 되니까.
내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고, 친구가 베이징 서두우 공항까지 나와주었다. 내가 서울에서 출발한 것과 비슷한 시간에 집에서부터 출발해 준 것이다.
친구가 중국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자신감 넘치고 생글생글하며 단단한 느낌이랄까. 나도 모르게 “이야~ 너 중국어 잘한다!”라고 말해버렸다.
한국에서 친구가 대학교 행정 일 등과 관련해서 내가 도와주곤 했었는데 여기서는 이제 전세가 역전되었다. 이방인 신분에 중국어를 모르는 나는 이곳에서 철저한 약자이다.
한편 지금은 둘째 날 아침까지 먹은 상태인데 이제껏 나는 돈을 하나도 안 내고 있다. 고속 기차표를 포함해서 택시비, 세끼 밥값까지. 나름 마음속으로 계산은 하고 있는데, 내가 돈을 주겠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 갈 길이 머니까” 괜찮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받아도 살다가 언젠가 내가 갚을 기회가 있을 것이니 그때 잘하라는 것? 어쩌면 관계란 이렇게 쌓아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빚진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베이징 기차역으로 갔다. 역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주로 북쪽으로 가는 기차들이 모여있는 역이라고 했다. 땅이 커서 그런가 기차역의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했고, 사람이 꽤 많이 있는데도 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크게 짓는 이유가 지금은 이래도 명절 대이동 때는 이 커다란 역이 꽉 차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를 대비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역을 지어 놓은 것이었다.
친구네 도시로 이동하는 기차가 매우 여유 있는 시간에 예매되어 있었고 생각보다 공항에서 빠르게 나와 그곳에 이른 시간 도착하여 3시간 정도가 남았다. 우선 기차역에서 점심을 먹었다.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만두에 팥죽인 줄 알았는데 팥죽이 아니라 8가지 곡물이 들어간 수프. 간이나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따뜻한 물에 밥을 만 것 같은 것이었다. 담백하니 괜찮았다.
중국에서의 첫 끼를 먹고 시간이 많으니 역 안에 있는 모든 가게를 구경했다. 그래봤자 편의점과 기념품 가게. 그러나 만만치 않은 편의점이었다. 우선 닭발을 정말 사랑하는지 닭발 스낵 종류가 아주 많았으며 더 놀라웠던 것은 오리 목 스낵과 통째로 파는 베이징 오리였다. 베이징 오리 패키지를 만졌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오리의 형체에 놀라 손을 뗐다.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커피 공화국에서 온 나는 으레 밥을 먹고 나면 커피가 당겼다. 그리고 시간도 많아 쾌적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 안에 그런 곳은 없었고 친구는 커피가 전혀 당기지 않는다고 했다. 역 안을 돌아다니다 대기석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기차를 탔다.
시속 300킬로의 고속 기차는 아주 많은 터널을 뚫고 지나갔다. 산등성이 사이사이에 농촌 마을들이 있었다. 농촌의 집들은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창문들이 하나같이 투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건물 유리들은 보통 그 안에 투명하게 들여다보인다기보다는 특히 밖에 환할 때는 거울처럼 내 모습이 비친다. 그런데 중국은 유리들이 너무 투명해서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려 그러는 것인지, 건물 안에서 햇빛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지? 유리의 투명성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친구는 내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