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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해가 집안 가득 비추고 있었다. 한국에서 집 보러 다닐 때 중국인들은 꼭 동향집을 찾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었다. 얇고 투명한 창문을 뚫고 동쪽에 뜬 해가 집 안 가득 여과 없이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도 없이 6층 빌라의 옥상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햇빛 때문이라고 했다. 자연광이 비추니 집 안이 밤에 봤을 때보다 훨씬 예뻤다.
나갈 준비를 하고 친구와 집 바로 근처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집에서 식당으로 가는 그 골목은 친구가 아주 어릴 때부터 오가던 골목이라고 했다. “찐 로컬”을 제대로 보여주는 골목이었다. 친구 부모님의 사업장도 거기에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세련되고 큰 가게였다. 식당조차 엄청난 로컬 분위기였다. 당연한 것이지만… 양 내장이 들어간 고깃국 같은 걸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친구는 이게 유학하는 동안 가장 그리운 음식이었다고 했다.
차를 타고 부모님 사업 창고로 가서 부모님을 픽업하고, 여행 안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가족의 여행에 내가 끼는 것인지, 나를 위해 온 가족이 일상을 멈추고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주는 것인지, 아무래도 후자겠지만 나는 이 가족의 일원이 되어 가족 여행에 참여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군데군데 사막이 보이고 낙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정말 궁금했다. 친구가 자신의 지역에 놀러 오라고 하고, 몽골 같은 곳이라고 소개해주었을 때 나는 그럼 사막이 있느냐고 가장 먼저 물었고, 낙타도 탈 수 있느냐고 했고 친구는 그렇다고 했다.
사막 지역의 일부가 국립공원처럼 관리되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오를 수 있는 사막 언덕과 낙타 타기, 사륜 오토바이 타기, 모래썰매 타기 등의 액티비티를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두 발로 모래 언덕을 등반했다. 이것이 정말 사막 기후인지 햇빛이 정말 뜨거워 우리는 선글라스에 우산까지 양산 삼아 쓰고 다녔고 정말 금방금방 목이 타서 물을 계속 마셨다. 땀이 막 나는 것도 아닌데 수분이 도대체 어디로 그렇게 배출되는 것인지 그렇게 물을 마셔대도 화장실 한 번을 갈 필요가 없었다.
사막 등반은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한발 올리면 다시 내려가는, 헬스장에 가면 간혹 있는 스탭머신에 올라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사막언덕을 내릴 때는 아무리 경사가 가팔라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니 넘어질래도 넘어질 수가 없다.
여러 액티비티 중에서 우리는 산악자동차 타기를 선택했다. 그곳에 가기 전에는 나는 낙타 타기를 꼭 해보고 싶었으나 막상 낙타 타기는 보기에는 멋있으나 매우 느렸고, 낙타를 타면 양산을 쓸 수 없어 뜨거운 땡볕 아래 아주 느리게 걷는 낙타 위에 올라타있는 것은 어떤 고문처럼 생각되었던 것이다. 낙타는 구경만 하고 산악자동차를 탔는데, 탑승하기 전에 고혈압은 없는지, 뒷목은 건강한지 물어볼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어드벤처가 펼쳐졌다. 산악자동차는 직접 갈 수는 없는 사막 뒤쪽 언덕으로 해서 가는데 롤러코스터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길을 아주 경사지고 다채롭게 구성해 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가파른 경사를 자동차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상상해 본 일이 없다. 아주 재미있었다. 그리고 전체 여행동안 나는 딱 두 번 내 돈을 지불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사막에서 산악자동차 타기와 호수에서 보트 타기였다.
점심은 따로 먹지 않고 어제저녁 먹고 잔뜩 산 과일을 간식으로 계속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두리안도 태어나 처음 먹어보았다. 두리안은 발냄새(?)가 나기로 유명한 과일인데, 나에게는 그냥 과일 향이 났다. 설마 내가 발냄새를 과일향으로 느끼는 사람은 아니겠지…? 생각보다 건조한 질감이었다. 아는 맛 같으면서도 새로운 맛이었다. 호박고구마보다도 더 부드러운 고구마 같기도 하고, 아주 부드럽고 크리미한 바나나 같기도 했다.
사막 투어가 처음이자 마지막 코스였다. 두어 시간을 달려 그곳까지 갔던 것 같은데, 거기서 또 두세 시간을 달려 호텔 쪽으로 갔다. ‘츠펑 시’ 여행은 그 면적으로 치면 ‘대한민국 전국 일주’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오기 전에는 사막도 가고 초원도 가는 것이 친구가 사는 츠펑 시를 중심으로 하여 주변 도시들을 여행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것이 다 ‘츠펑 시’ 안에 있던 것이었다. 따라서 자동차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운전자는 매우 고생스러웠겠지만 나는 오히려 너무 타이트하지 않고 이동하면서 많이 쉴 수 있어 좋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먼저 체크인을 했다. 호텔 측에서 외국인을 난감해하여 약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원래보다 조금 더 긴 대화) 있었다. 중국 여행 브이로그에서 한 유튜버가 여기저기 호텔에 묵으려고 하는데 계속 외국인을 받지 않는다며 거절당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진짜였다. 이유는 단지 외국인을 받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투숙객의 정보를 전산에 입력하는 어떤 시스템이 있는데 그것이 외국인 정보, 즉 여권 정보를 입력하기에 형식이 맞지 않는 것이다. 현지인과 동행한 덕에 외국인 출입 불가 호텔에서 묵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저녁 식사는 몽골식이었다. 양 갈비뼈 한쪽을 통째로 드러내 낸듯한 양갈비와 소금을 넣어 마시는 몽골식 밀크티, 요거트, 미트파이를 주문했다. 양갈비는 집에서 치킨 뜯을 때처럼 뼈채로 잡고 뜯어먹는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아주 좋아했다. 다 먹을만하기는 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요거트를 가장 많이 먹었다. 다른 음식은 뭐랄까 맛있기는 했지만 내게 익숙한 맛은 아니었고, 요거트만이 내가 ‘아는 맛’이었으며 양갈비의 느끼함을 잘 잡아주었다. 예전에 한국 여학생 4명이서 터키 여행을 할 때 뷔페식당에 가서 보기엔 화려하지만 입에 맞지 않아 먹을 것이 없었어서 우리가 ‘아는 맛’인 오렌지만 몇 접시를 먹었던 게 생각이 났다.
사실 이날 호텔에서 잘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전날 친구 집에서 사실 샤워기 온도 조절에 실패한 탓에 최소한으로만 씻고 포기를 했었으며,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수건이 없다고 하여 매우 당황했기 때문이다. 친구는 자신이 한국에서 쓰던 수건을 안 가지고 와서 수건은 없고 일회용 페이셜 티슈를 사용한다고 했다. 일반 티슈보다는 두껍고 건조한 티슈이긴 했지만 온몸에 쓰기에는 너무 작고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좀처럼 쓰지 않았는데, 물기도 제대로 못 닦고 나와 너무 습한데 고양이 때문에 문도 못 열고, 막상 잘 자기는 했지만 조금은 불편했다. 둘째 날 호텔에 와서 다행히 적당한 온도로 샤워를 하고 커다란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마음껏 에어컨을 틀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친구가 집에서도 방을 따로 주었기 때문에 호텔에서 이렇게 한 방에서 자는 것은 또 처음이었는데, 각각 침대에 옆으로 누워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따뜻했으며 친밀감이 훨씬 더 증폭되는 느낌이었다. 이 나이에도 이런 우정을 쌓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