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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대륙의 초원을 달리고 있다. 정말이지 끝없이 펼쳐지는. 알프스 같기도 하고 대관령 같기도 하지만 정말 규모가 비할 데 없기는 하다. 이 광활한 풍경을 사진으로는 결코 담을 수가 없다. 중국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있다.
중국 안에서 “내몽골 자치구”에 속하는 이곳은 몽골과 다름이 없다. 게르를 이고 지고 다니는 유목민들과 그들이 데리고 다니는 양 떼와 소떼들이 계속해서 있다. 친구는 자신이 ‘몽골족’ 임을 몇 번이고 말했는데 그것에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단지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무튼 이곳의 풍경은 어떤 말을 잊게 만드는 대자연이다. 작디작은 곳에서 아옹다옹 살던 것이 아득하게 느껴지고 그토록 중요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친구네 가족 여행을 따라다니며 정말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매우 수동적인 입장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사실 이제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오늘 저녁 식사는 무엇인지, 심지어 오늘 어디서 자는지 조차 잘 모른다. 그저 따라다니며 주는 걸 먹고 같은 차에 올라탄다. 부모님 뒤를 따라다니며 친구와 잡담을 나누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즐긴다. 이 집의 둘째 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께서 우리 둘 모습을 찍어주신 사진 중 하나는 마치 한 열 살쯤 되는 여자아이들 같은 느낌이었다.(키가 작아서 그런가?)
초원 지대 중에서도 언덕 위에 층층이 쌓인 바위들이 있는 지역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역시 국립공원처럼 운영되고 있어 그곳을 방문했다. 빙하기를 지나며 형성된 바위들이라는데 어떤 원리인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는 바위보다는 아름다운 초원 풍경에 더 관심을 가졌다. 끝이 없이 넓게 펼쳐진 그 풍경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너무 많이 걸어 발목 뒤쪽이 샌들에 쓸려 까졌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밴드를 살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우리는 며칠간 밴드를 구걸하며 연명했다. 버스 아저씨께서 하나를 주었고,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한 식당 옆 가게에서도 각각 두 개를 얻었다.
이날 점심도 간식으로 해결했다. 이날은 참외 종류를 먹었는데 과일가게 주인의 강력 추천으로 구입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노란 참외와는 다른 것이었다. 연녹색의 겉껍질을 하고 있고 모양도 울퉁불퉁하다. 이것을 주먹으로 깨서 껍질 채 먹는데 이것도 우리나라 참외보다 달고 맛있다.
다음 날은 여행 안의 여행의 마지막 날로 호수를 구경할 것이라고 하여 그 근처에 호텔을 잡고 또 그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가 구경할 호수에서 잡은 생선 요리들이 특선이었다.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아버님과 함께 3일 연속으로 고량주를 반주로 삼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저녁식사는 꼭 숙소 근처에서 하는 게 고량주 때문인가 보다.
기이한 바위들이 모여 있는 초원 지대를 구경하고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이날 스케줄도 끝이었다. 호텔로 향했는데 건물의 겉모습을 보고 나는 살짝 겁을 먹었다. 너무 허름하여 무서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에어컨은 없고, 수건도 없었으며, 콘센트는 3개 중 2개가 작동하지 않는 등 또 내부의 그럴듯한 모습과 실제는 또 달랐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 요새 우리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려고 드는 중국인데, 이 안의 사람들의 생활의 수준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게 지낼수록 더 확연히 느껴진다. 그래도 동네에서 꽤 잘 나가는 사업가 가족인 친구네는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있고, 이 모든 것 거저 받고 있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