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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Oct 11. 2023

'신의 존재'의 인식에 대한 교육학적 함의

교육학사 (3) 소크라테스의 다이모니온

위대한 스승의 면모를 몸소 보여주는 소크라테스는 문제와 위기에 직면할 때면 다이모니온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소리에 따라서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하였다. 그는 다이모니온의 소리에 따르면 언제나 가장 지혜롭고 옳은 결정을 하게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오인탁, 2001). ‘다이모니온(dainomion)’의 ‘다이몬(daimon)’은 ‘수호신’, ‘신령’, 또는 ‘영’을 가리키는 낱말로, 한 개인의 운명이나 번영 등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어원상 ‘한 개인에게 몫을 부여하는 자’를 의미한다(이철주, 2010). 


한편 그의 제자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다이모니온을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논리적 인식의 욕구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는 플라톤에게 다이모니온은 로고스 세계 밖의 일이었다. 뛰어난 논리적 인식의 세계를 구축하여 스승을 뛰어넘은 플라톤으로 인해 소크라테스의 진리는 오히려 어둠 속에 잠겼다(오인탁, 2001).


그래서일까, 교육은 인간을 다루는 것이며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터인데, 근대의 학교교육은 이러한 인간의 영적인 측면을 지워버렸다. 소크라테스의 다이모니온을 다루면서, 이전에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공부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발도르프 교육에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점이, 특정 종교를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신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비종교인들은 '종교적이다'라고, 종교인은 '이단적이다'라고 거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인 슈타이너가 이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에테르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자극은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한 우주 근원과의 관계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느낌과 생각, 즉 종교적 자극을 체험할 수 없으면, 그 사람의 의지와 성격은 결코 건강하게 계발되지 못할 것이다. 통일된 의지의 조직 속에서 사람은 자신이 우주 전체의 일부임을 강렬히 느낀다. 인간이 신성한 정신적 존재와 좀 더 확실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지 못하면, 그의 의지와 성격은 불안정하고 조화롭지 못하며 건강하지 못한 채로 머물게 된다(Steiner, R. 2017). 


에테르체란 무엇일까? 슈타이너는 물질체, 에테르체(생명체), 감정체, 자아체의 4가지가 인간의 본질을 구성한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무기질 안에서 작용하는 여러 성분과 힘 자체만으로는 생물이 만들어질 수 없다고 믿었다. 무기질이 생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특별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생명력”이라고 불렀다(Steiner, R. 2017). 이 ‘생명력’을 거부한다면 살아있는 존재도 무생물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만 더 복잡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좀 더 복잡한 구성체로 보는 것일 뿐이 된다(Steiner, R. 2017). 다음은 발도르프의 교육에 대해 발도르프 교육의 권위자인 르네 퀘리도의 설명이다. 


모든 종교에는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인간을 대우주 속의 소우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더 큰 세계 속의 작은 세계라고 느낄 때 위안을 얻는다. ... 우리는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과 양극단의 힘들의 존재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열운동이나 분자운동 이상의 무언가를 파악할 수 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경이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Querido, R. M., 2017). 


소크라테스는 신앙적인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다이모니온’에 대해 종교인들은 ‘신의 음성’으로, 비종교인들은 ‘양심의 소리’ 혹은 ‘내면의 소리’로써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를 떠나 인간은 그 자체로 영적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내외부에서 우리는 과학으로 이해될 수 없는 무언가, 삶의 신비로운 섭리, 운명적인 것, 자연의 경이로움 등을 감지하곤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교를 초월하여 교육에서 신의 존재, 혹은 인간 외부에서 작용하는 영적인 힘에 대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만을 던지면서 결국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하곤 하였던 소크라테스는 실제로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 다이모니온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지혜롭고 옳은 결정을 하였고, 슈타이너는 아이들이 자신을 대우주 속의 소우주로 여길 때에 위안을 얻고 의지와 성격이 안정적이고 조화롭고 건강하게 발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참고문헌>

오인탁(2001). 파이데이아 고대 그리스의 교육사상-. 학지사.

이철주(2010). 소크라테스의 ‘다이모니온(Daimonion)’에 관한 도덕교육적 해석. 윤리교육연구, 22, 1-24.

조무남(2013). 플라토닉 러브불멸을 향한 그 영혼의 비밀. 이담.

Steiner, R.(2017). 발도르프 아동교육(이정희 역). 씽크스마트.

Querido, R. M.(2017). 발도르프 공부법 강의(김훈태 역).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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