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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Apr 25. 2024

교육학자는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현실에서도, 학계에서도 우리는 교육과 교육학을 많이 혼동하여 사용하곤 한다. 굳이 그 개념을 구분해 보자면, 교육은 분명히 다소 규범적이며 가치 지향적이다(조경원, 1990). 그러나 교육학은 보다 가치중립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러나 교육학의 목적은 결국 교육이다. 이때 교육학의 역할은 교육에서 나타나는 “가치”라는 부분을 우리들의 상식선에서가 아니라 객관적 방법을 통해 나오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의 사회에서 교육학의 역할이 특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토록 다양하고 수많은 가치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공존하려 하는 시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상식적인 것’ 혹은 ‘보편적인 것’ 합의하는 것이 이토록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원성의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상식에 동의하지 않는 다원주의의 사회이다(노찬옥, 2004). 그래서 우리는 뜻의 실현을 위해 그 근거가 단지 상식과 규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그 가치 및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임이 도출되었음을 밝혀야만 한다. 


'Pädagogik'으로 표현되는 교육학은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규범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거나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Erziehungswissenschaft'로 표현되는 교육학은 교육학의 학문적 성격을 강조하는데, 1960년대 “사실로의 전환”이 교육학 연구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교육학이 경험적 학문들과의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Bildungswissenschaften이란 표현은 1990년대 교육학을 경험적 연구로 전환하자는 요구에서 사용되고 있다. Bildungswissenschaften의 등장은 교육학이 규범적 성격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정기섭, 2023). 경험적 교육과학은 실증주의에 기반하는데, 실증주의는 오로지 사실의 세계에서만 인식의 근원을 인정하려 하였다. 실증주의의 기본원리는 부여되어 있는 것, 사실적인 것, 실증적인 것에서만 찾을 수 있을 뿐, 그것을 넘어선 모든 질문(규범적 질문)은 쓸모없고 사변적일 뿐이라고 치부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교육학자들은 아마 둘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위하는 교육자들과, 학문을 위하는 학자들이다. 전자는 학문을 수단으로써 다루고, 후자는 학문 자체를 목적으로 둔다. 둘 중 무엇이어야 한다기보다, 교육학자라 하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힐 필요는 있다고 본다.


<참고문헌>

노찬옥(2004). 다원주의 시대의 세계시민 교육. 사회과교육, 43(4), 207-224.

정기섭(2023). ‘교육학’ 용어 사용으로 본 독일 교육학의 흐름. 교육의 이론과 실천, 28(2), 149-167.

조경원(1990). 교육학의 이해Ewha Womans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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