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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Apr 26. 2024

교육학의 결핍 극복을 위한 노력(1)

의학에서 아이디어 빌리기

교육학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실험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교육학의 연구 대상은 사람이며, 사람의 신체라든지 심리라든지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사실상 사람의 인생 그 자체가 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 한 사람에게는 단 한 번의 인생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데, 그것을 실험대에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인생은 실험대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여태껏 교육실험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20년대 정신분석학이 태동할 때 정신분석학은 교육학의 영역이 될 기회도 있었으나, 정신분석적 교육실험의 과정과 결과가 실망스러운 데에 따라 교육적 낙관주의는 회의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정신분석학은 의학의 영역이 되었고, 정신분석가 양성 과정에 교육학자들은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Krüger, 2023). 


비트너(G. Bittner)는 순수하게 정신분석적인 교육학은 있을 수 없으며 이론과 실천에서 교육학과 정신분석학의 협력적 관계를 생산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주장했다. 비트너는 교육적 실천이 전적으로 정신분석에 기초할 수는 없으며, 다만 교육학적 행위를 위해 정신분석은 치료적 단계 이전의 갈등 해결을 도울 뿐이라는 것이다. 여러 어려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교육학에서도 가능한 실험은 없을까 고민해 볼 수 있다. 


의사들의 사례연구 세미나를 학교현장에 적용해 본 연구(Williams, T., Munjuluri, S. & Lichtenstein, A., 2023)

발린트 모임은 정신분석가 Michael Balint와 Enid Balint가 개발한 의사-환자 관계에 대한 일반의의 이해와 관리를 향상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발린트 모임의 목표는 참가자들이 의사-환자 관계에 필요한 정신 내적 및 대인 관계 능력을 향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발린트 모임은 현재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발린트 모임을 활용하는 것에 관해 발표된 연구는 없었다. 

발린트 그룹은 4~10명으로 구성되며, 정기적 일정에 따라 60~90분의 모임을 갖는다. 구성원 중 한 명이 어렵거나 두드러진 반응을 이끌어낸 환자에 대한 사례를 발표한다. 다른 구성원들은 환자와 의사의 관점에서 사례를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진단을 제시하는 것은 피한다. 사례 발표자는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들으며 토론에 대해 숙고하며 자기 개념 및 환자와의 관계를 향상한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발린트 모임을 적용해 본 결과, 교사들의 통제 위치에 대한 이해, 교육 전략의 효율성, 특정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요구에 더 잘 부합하도록 교육학적 스타일을 맞춤화할 수 있었다.


교육학에서 임상을 구분할 수는  없을까?

학생이나 환자와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직의 종사자를 양성하는 교육에 있어서, 일반적인 이론이나 원칙과 구체적인 상황을 연결하기 위한 학문으로서 ‘임상(clinic)’이라는 이름이 붙는 학문이 있으며, 임상간호학이나 임상심리학이 그 예이다. 교육의 영역에서도 일반적이고 원리적인 교육학을 교육현장에서의 실제적 활동과 연계시키는 학문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임상교육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임상교육학적 지식 및 기능은 교사들로 하여금 더 큰 교육력을 발휘케 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여러 돌발적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바, 교사는 임상교육학적 지식 및 기능을 활용하여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목영해, 2012).

Shulman et al.(2006)은 두 가지 종류의 교육 박사학위 개발을 제안하였다. 하나는 전문적 실무 및 실무 중심 연구에 맞춰져 있고 다른 하나는 보다 근본적인 연구에 맞춰져 있다. 저자는 이를 생의학 박사학위 과정과 비교하였다. 임상 연구 실무의 특징은 연구자의 전문가의 역할이 중복된다는 점이다. 이로써 연구자들은 실무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연구를 조정하려고 하고, 그들의 전문적인 기술은 연구를 지속시킨다. 의사들의 경우 전문적 기술의 연구에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의사가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의 환자에 대한 진료 경험이 필요하다. 연구의 목적은 이론의 제시가 아닌 환자를 치료시킬 수 있는 실무를 생성하는 것이다. 즉, 이론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다(Ducharme, J. M. & Shecter, C., 2011).


교육학과 교육을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이나 이들 간의 논쟁은 사실상 교육학과 임상교육학을 구분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교육학적 실험이 그 특성에 알맞게 발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교육학에서 실험이 가능하다 한다고 해도, 그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십여 년 전에 어느 은사로부터 그저 흘려들었던 말씀이 다시 떠오르고 비로소 깨달아지는 순간이 있다. 교육의 효과가 10년 후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전에 실험이 끝나버렸다면 그 은사의 교육은 효과 없음이라는 결과로 단정 지어졌을지 모를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 실험체에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들, 그것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리도 없고, 같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대다수에게 적용될 보편타당한 진리 탐구를 위해 힘쓴다. 비단 학자들뿐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이 돌보는 이의 인생을 위한 답을 찾고 싶어 하는 것도 비슷하다. 우리 학문 내에서 길이 막히면, 옆집 학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보는 일도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목영해(2012). 임상교육학에 대한 시론적 연구-교육 문제 상황의 대처방안 검증을 중심으로. 교육과학연구, 18, 36-51.

Ducharme, J. M., &Shecter, C.(2011). Bridging the gap between clinical and classroom intervention: Keystone approaches for students with challenging behavior. School Psychology Review, 40(2), 257-274.

Krüger, H. H.. (2023). 독일 교육학의 전통과 갈래. 서울: 박영스토리.

Williams, T., Munjuluri, S., & Lichtenstein, A.(2023). Experiences from a balint group intervention with urban public school teachers.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iatry in Medicine, 58(3), 249-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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