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보비트(Franklin Bobbitt, 1876-1956)는 교육내용 및 활동을 과학적으로 구성하여 교육과정을 만드는 절차와 순서, 진술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스펜서보다 보비트를 교육과정학의 시초로 보는 이들도 있다. 보비트가 제안한 교육과정의 내용 중 인상깊은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교육으로서 ‘일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실제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신체 활력 수준을 높여 ‘잘 지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 교육’ 혹은 ‘직업 교육’이란 무엇인가? 소위 특정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서 직무 능력들을 학습하는 것을 직업 교육이라고 이야기하지만, Bobbit은 ‘일’ 혹은 ‘직업’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즉, 전문적인 직업교육 이전에 공통교육으로서의 일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현실적 사회 구조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것인데, 사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명예롭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이 소위 ‘하찮은’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학생들을 전문가로 만들고자 하는 교육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신 모든 직업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는 교육을 통해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보비트는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의 활동으로부터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하는 중요한 일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육상황 하에서 수행하는 활동이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세계에서 살아나고 책임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시민으로서의 책임은 성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동도 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교육적으로 좋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교육은 학생들이 신체 활력 수준을 높여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쉽게 아픈 반면 어떤 사람은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하다. 또한 신체적 활력 수준이 높은 사람은 예민하거나 쉽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고, 안정적이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탄력적이며 일이 힘들어도 매일 에너지를 회복하는데, 보비트는 이것이 타고난 것이어서 그냥 지낼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신체 활력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기분 내키는 대로 웃고, 소리지르고, 돌아다니도록 함으로써 학습에 따른 긴장을 해소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즉, 놀이동기(play-motive)로 시작해서 놀이 정신(play-spirit)으로 하는 자율성이 보장된 놀이를 중시하였다. 한편 정해진 지시에 따라서 하는 실내 활동이나 체조와 같은 ‘관리 감독된 놀이(supervised play)’는 경계하였다. 이러한 것은 기형적 신체를 교정해주기 위한 치료이지, 아이들의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발달을 위한 활동은 아니라고 하였다.
오랫동안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을 가르치는 것(to teach)이라고 생각해왔으나, 보비트는 사는 것(to live) 역시 교육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도록 하였다.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삶의 여건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고민하도록 하였다. 가르치는 것과 사는 것은 모두 중요하지만 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참고문헌
Bobbit, Franklin(2017).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서울: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