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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음악적이다

존 블라킹의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

by Lanie

음악가이자 사회 인류학자인 존 블라킹(John Blacking)이 1950년대 말 벤다족(The Venda) (남아공화국의 동쪽에 위치한 한 부족) 음악을 연구한 How Musical is Man? (1973)이란 저서에서 언급한 “……. to be human is to be musical…….”에 대한 풀이


우리 사회에서 “음악을 잘 한다.”라고 하면 소위 절대음감이거나, 악기를 쉽게 다루고, 정확하고 세심한 음정을 파악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서양의 클래식음악에서 요구하는 음악적 “민첩한 기교”와 “정확성”이 크게 요구되고, 우리는 “음악적이다.”, “덜 음악적이다.”, “음치이다.” 등 음악에 관해 사람들을 쉽게 분류하곤 한다.


그러나 존 블라킹의 <How Musical is Man?>을 읽어보면, 위와 같은 환경은 바로 “엘리트 의식으로 혼탁해진 세계 음악계”로 명명되며, 그 기준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고, 모든 종류의 음악성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지 특정한 사회에서의 기준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위와 같은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다. 클래식 음악만 접하다가 국악을 대학교에 와서 처음 접하는 순간,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국악에서는 정확한 음정보다는 ‘토리’나 ‘시김새’의 표현이 훨씬 중시되고, 또한 판소리를 부를 때 거칠게 내지르는 소리를 듣고 다른 음악에 익숙한 누구나 “잘한다~”라고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존 블라킹은 이러한 경험을 벤다족으로부터 경험했는데, 음악 내적 요소뿐 아니라 음악에 관련한 음악 외적 요소인 사회적, 정치적 기능 및 음악에 대한 인식도 모두 다름을 발견했다. 벤다족의 음악은 사회적이고 정치적 측면이 다른 어떤 것보다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 사회에서 전문 음악인의 비중이 얼마만큼을 차지하느냐, 혹은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도 그 사회에서 음악을 어떻게 규정하고, 그 사회에서의 음악의 역할이나 기능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지 음악이 어떤 내재된 특별한 지능 때문이 아니었다.


다음 구절들은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구절들을 가져온 것이다. “음색과 음의 강약에 관한 검사는 음의 사회적 맥락을 벗어나는 순간 의미를 잃어 버리게 마련(p19)”, “여러 사회가 제각기 무엇을 음악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표명(p23)”, 그 사회 내에서만 “소리가 조직되는 원리에 관한 어떤 합의된 의견에 기반(p24)”, “영국음악이 벤다 음악보다 더욱 복잡하고 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연주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사회에서의 노동 분화의 결과일 따름(p130)”, “비로소 나는 까망머리와 갈색얼굴의 나의 모습이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참 모습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다르다는 것은 결코 수치가 아니라 더욱 아름답다는 것도 깨달았다.”


“to be human is to be musical”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인간이라는 것은 곧 음악적이라는 것이다.”로 이는 곧, “모든 인간은 음악적이다.”이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책을 읽는 동안 음악이 참 “언어” 혹은 우리네 “생김새”와 그 특성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인간은 음악적이다.” 라는 말은 “모든 음악은 다 다르다.”라는 개념을 내포한다. 인간은 각기, 특히 문화권에 따라 “다른”음악을 하고 그 음악들은 모두 “다를 뿐” 우위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각 문화권마다 언어의 체계가 다르지만 어떤 언어가 더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인간은 다르게 생겼지만 “모든 인간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음악도 개인이 표현하는 것마다, 문화마다 다르지만 어떤 음악이 더 수준이 높고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블래킹, 존. (1998).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 서울: 민음사.

그림 출처 https://www.exploring-africa.com/en/viaggi-e-spedizioni/discovering-eastern-south-africa-and-swaziland/venda-south-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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